[이철재 칼럼]‘4대강추진본부장’ 심명필 교수가 대한토목학회장이라니
이철재 에코 큐레이터 입력 2014-01-10 10:51:33 l 수정 2014-01-10 11:34:59 기자 SNS http://www.facebook.com/newsvop

10일 MB 정권 시절 장관급인 4대강 추진본부장을 지낸 심명필 인하대 토목공학과 교수가 대한토목학회장으로 취임한다. 그는 4대강 추진본부장을 맡기 직전까지 한국수자원학회장을 지낸 바 있어 연이어 우리나라 토목학계의 막강 권력자임을 드러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책임으로 반성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인사가 우리나라 학계 중요자리에 오르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환경운동연합 등에서는 심 교수를 4대강 찬동인사로 분류하고 있다. 그것도 MB 등과 함께 핵심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S(스페셜)’급으로 지목하고 있는 상태다. 

심명필 교수는 2009년 6월에는 “4대강 살리기의 본질은 기후변화에 대비, 물 부족과 홍수피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면서 “부수적으로 수질개선과 하천복원으로 건전한 수생태계를 조성하고 국민 여가문화 수준 및 삶의 질을 향상하는 녹색뉴딜 사업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적”이라 밝혔다. 

이어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단순한 하천정비를 넘어 생명·경제·환경이 흐르는 강을 만들어 선진한국으로 가기 위한 사업”이라 말한 바 있다. 4대강 사업은 전지전능한 사업으로 모든 것을 다 이룰 수 있는 사업이며, 선진한국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사업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러한 선동적인 주장은 그가 과연 수자원을 전공한 학자가 맞을까라는 의구심을 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4대강 사업은 전지전능하지 않았다. 시작부터 부실해서 우리 강에 깊은 상처만 만들어 냈다. 그 뿐만이 아니다. 4대강 녹조라떼는 국민의 생명수가 4대강 사업 이후 급격히 나빠졌음을, 그래서 국민들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4대강 사업에 들어간 22조 원이라는 막대한 혈세를 낭비케 해서 국민 경제에 깊은 시름을 안겨줬고, 4대강 사업 부작용에 따라서 혈세를 계속 낭비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다. 

그런 사업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허황된 주장을 펼친 것이 바로 심명필 교수다. MB는 공직자의 예산 낭비를 범죄행위와 같다고 말한 바 있다. 4대강 사업은 예산 낭비 사업이었으며, 따라서 심 교수 등은 범죄행위를 한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는 부끄러움을 모른다.

심명필 4대강 추진본부장 시절 자료사진
심명필 4대강 추진본부장 시절 자료사진ⓒ뉴시스

심 교수 대한토목학회장 취임, "토목학회가 스스로 위신을 추락시킨 꼴"

그는 4대강 추진본부장 임기가 끝나는 2012년 12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으로 현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4대강 사업을 물고 늘어졌다”고 4대강 사업 비판을 정치적 반대로 폄하하면서 4대강 사업이 100점 만점에 95점이라고도 했다. 지난해 12월 4대강 언론 인터뷰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힌 바 있다.

4대강 사업을 A+를 주고, 그 사업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심명필 교수의 대한토목학회장 취임에 대해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을 심 교수와 함께 토목학계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쏟아냈다. 명호 생태지평 사무처장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4대강 사업은 토목학계의 그간 행태를 반성할 수 있는 기회였다”면서 “심명필 교수와 같은 인사를 회장으로 올리는 것은 토목학계가 4대강 사업을 여전히 좋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라 꼬집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해도 너무한다. 심 교수의 후안무치는 상식이하”라면서 “자정능력을 상실한 토목학회의 무능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식이면 국민의 비난을 치 못 것이라는 것이 염 총장의 지적이다. 

학계의 평가는 더욱 냉담하다. 한 전문가 “심명필 교수의 대한토목학회장 취임은 토목학회가 스스로 위신을 추락시킨 꼴이자, 토목학회가 4대강 사업 전위부대라는 것을 인정한 꼴”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다른 전문가는 “권력과 돈 등 출세지향적인 사람에게 4대강 사업의 심각한 문제는 별일 아닌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며 “그런 사람들에게 심 교수는 시대를 잘 타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겠냐”면서 씁쓸해 했다. 소위 우리나라에서 토목전문가라는 이들의 의식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심명필 교수는 대한토목학회장으로서 각종 학술행사를 통해 MB 정권의 4대강 사업을 끝까지 옹호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자신의 치부를 가리는 최선의 방법이기에 말이다. 이성과 상식보다는 전문가라는 허울을 활용해 거짓을 말하는 시대가 여전히 계속된다는 것이 정말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