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세월호집회 연행자 휴대전화 압수수색 ‘말썽’
뉴스K  |  kukmin2013@gmail.com  승인 2015.04.23  22:01:59  수정 2015.04.24  08:19:24


   
 

세월호 추모 집회에 참여했다가 경찰에 연행된 시민들이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당했습니다.

경찰은 ‘폭력 주동자’를 찾겠다는 명목으로 휴대전화에 설정된 비밀번호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영장 없는 압수수색과 통신정보 조회 강요는 엄연히 불법인데요.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피해 입은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김종훈 기자와 이 사안 살펴보겠습니다.

노지민 앵커 (이하 노) : 경찰이 세월호 집회 연행자들의 휴대전화를 마구잡이로 압수수색하고 있다고요?

김종훈 기자 (이하 김) : 네. 지난 주말,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범국민대회가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과 시민 100명이 경찰에 연행됐는데요.

경찰이 연행자들의 휴대전화를 마구잡이로 압수수색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오늘 오후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휴대전화 압수수색 피해자들과 시민단체, 민변 변호사들이 항의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지난 18일 연행 후 48시간 구류됐다 휴대전화까지 압수당한 일반 시민들이 직접 나와 발언했는데요.

 
연행자 중엔 일반 시민과 학생들 뿐 아니라 종교인도 있었습니다. 관련 발언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임한욱 / 천주교 신부]
“저에게 (암호)패턴 풀라고 했고, 그 자리에서 통화기록 문자를 경찰 휴대전화로 촬영을 임의로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경찰은) 휴대폰을 압류물품으로 밀봉한 것이 아니라 저를 다시 입감시키고 나서 30~40분 후 휴대폰을 유치장으로 가져와 봉인을 했습니다. 그 사이에 경찰이 제 휴대전화를 어떻게, 어떤 범위까지 봤을지 알 수가 없는 겁니다.”

 


노 : 구류된 연행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 한 건데요. 어떤 문제가 있는 겁니까?

김 : 네 지난 18일 추모집회 때 유가족을 포함해 100여명이 연행됐습니다.

유가족 21명, 일반시민 79명인데요. 현재까지 집계된 바로는 경찰은 연행된 시민 가운데 42여명의 핸드폰을 강제 압수 수색했습니다.

 
일반시민 연행자 중 과반이 넘는 수치입니다.

문제는 통화 내역과 문자 뿐 아니라 추모행사 참여와 관련 없는 사진, 페이스북 등을 샅샅이 뒤졌다는 점입니다.

집회에 참여한 일반시민들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수색한 건데요. 사이버사찰긴급행동의 신훈민 변호사, 발언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신훈민 / 진보네트워크(변호사)]
“과연 집회 현장에서 해산명령불응죄, 일반도로교통방해죄 고작 이 두 가지 혐의로 휴대전화를 바로 압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다른 변호사분들에게도 물어봤습니다. 다들 황당해했습니다. 범죄혐의 입증에 휴대전화가 무슨 도움이 될지가 다수 의견이었습니다.”

 

신훈민 변호사의 지적대로 ‘통신비밀’은 국민의 기본권이기 때문에 이를 제한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경찰은 영장에 기재돼 있지 않은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요구하거나 자동접속되는 페이스북 등 SNS 내용을 모두 살펴본 겁니다.

 
노 : 오늘 항의 집회가 연행자들이 구류된 각 지역 경찰서가 아니라,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했습니다. 이유가 있는 거죠?

김 : 네 지난 18일 세월호 추모집회 과정에서 연행된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서울 전역에 있는 경찰서로 흩어졌습니다.

그런데 뿔뿔이 흩어진 연행자들이 서초서, 중부서, 강동서 등 각 지역 경찰서에서 거의 동시에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당했습니다.

 
이 말은 지역 경찰서의 상급기관인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명령을 내려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경찰은 일단 휴대전화 압수수색의 이유로 ‘시위를 한 주동자를 색출하겠다’고 말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민변 이광철 변호사의 발언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이광철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경찰이)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하는 것은 촛불의 배후를 캐보겠다. 카톡도 있고 메일도 있고 텔레그램, 페이스북 정도 하면 나오잖아요. 그동안 카톡같은 경우에도 더 이상 감청영장으론 협조 안하겠다고 하고 그러니 바로 체포해서 그 상황에서 확인하는 것이 경찰입장에선 쉽죠. 그래서 이렇게 대대적으로 휴대폰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 이광철 변호사는 ‘휴대전화 정보는 들여다봐도 안 되고 추출도 안된다’며 ‘반드시 변호인과 함께 봐야 한다’고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처하는 요령을 설명했습니다.

앞으로 있을 세월호 집회 등 여러 집회 관련해 경찰의 대대적인 연행과 압수수색이 예상돼, 조언을 한 것입니다.

 
노 : 한편 정부와 여당은 세월호 추모집회를 놓고 강경한 진압을 계속 예고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세월호 추모집회가 ‘폭력시위, 태극기 훼손의 현장’이라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김 : 네 세월호 추모의 열기가 계속 뜨거워지자 이번에도 전형적인 물타기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폭력집회와 국기 훼손을 강조하며 불법 이미지를 덧붙이고 있는데요.

여당 내에서 가장 선두에 서서 관련자들을 색출해야 한다고 말하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발언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김진태 / 새누리당 의원]
“극렬시위자들의 본심이 드러난 것이다, 이렇게 보고요. 마치 밀가루를 뒤집어 썼지만 늑대의 발톱이 감춰질 수가 없었다, 이런 겁니다. 겉으로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같이 슬퍼해 주고 위한다는 명목 하에,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있었다는 거죠. 우발적인 사건이 아닙니다.”

 

김 의원은 이어 “문제가 터지면 개인 일탈행동으로 정의하고 있다”면서 “정말 나라를 생각하고 사랑하는 이런 분들의 집회에서는 이런 일탈행동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세월호 추모집회를 정부 여당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에 대해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SNS에서 "1명이 태극기 불태웠다고 수만명의 집회시위를 싸잡아 매도하는 논리가 성립한다면, 8명의 핵심부패분자 명단이 나온 청와대, 새누리당은 해체하는 게 맞다"며 김 의원의 발언을 꼬집었습니다.

 
노 : 다른 소식도 알아보죠.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오늘 정부여당 야당 유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공개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토론회 한 시간만에 종료됐다고요?

김 : 네 이석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장이 지지부진한 진상규명의 상황을 타개하고자 정부, 여당, 야당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들이 참여하는 공개토론회를 제안했습니다.

정부가 발의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에 대해 제대로 논의하자는 뜻이었는데요.

 
예정대로 오늘 오후 국회에서 토론회가 열리긴 했습니다.

그러나 해수부 관계자와 여당은 아무런 설명 없이 토론회에 불참했습니다.

이 때문에 토론회는 개회 한시간만에 세월호 가족협의회 법률대리인의 요청으로 종료됐습니다.

 
관련 발언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박주민 / 세월호 가족협의회 법률대리인]
“지금 해수부와 정부 여당은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틈만 나면 해수부는 세월호 가족들 의견을 전향적으로 수용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수부가 공식적으로 가족분들의 의견을 들어본 적도 물어본 적도 없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토론회를 정리하고 특조위에 요청드리는 바는 다음에 해수부, 여당이 참석해서 진짜 가족분들 의견을 듣고…….”

 


노 : 그렇다면 정부와 여당이 토론회를 참석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김 : 어제 유기준 해수부 장관이 세월호 인양을 결정하는 발표를 하면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가족협의회도 유가족들의 참여를 가장 강조했는데요. 유가족들이 왜 그 부분을 가장 강조했는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확인됐습니다.

 
민주연합 유성엽 의원이 이를 지적했는데요. 직접 확인하시겠습니다.

[유성엽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이 특별법 시행령의 제정 주체가 결코 해수부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건 뭐 아주 상식적으로 쉽게 말씀을 드려서, 이 특별법. 또 특별법에 근거한 특별조사 위원회가 가장 1번 대상으로 삼고 있는 공공기관은 해수부입니다. 그래서 조사대상에 가장 주된 기관인 해수부가 이 특별법 시행령 제정을 담당한다는 것은 어불성설한 일이다.”

 


유 의원의 말을 종합하면 ‘조사대상이 돼야할 해수부가 오히려 조사를 담당할 정부 시행령을 만들었으니,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서 앉아서 토론하기가 얼마나 불편했을지’ 예측 가능한 부분입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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