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30608

낙동강 잠수부의 일성 "강물 속이 너무 무서웠어요"
[르포] 4대강 재자연화를 향한, 2015 낙동강 현장조사를 가다①
15.07.26 13:19 l 최종 업데이트 15.07.27 09:58 l 정수근(grreview30)

4대강사업 준공(2012년) 4년 차 낙동강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습니다. 낙동강은 뻘과 녹조라떼로 뒤덮여 썩어가고 있고, 큰빗이끼벌레라는 낯선 생명체의 대량 증식은 토종 물고기의 산란과 서식마저 방해하고 있습니다. 낙동강의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급기야 낙동강 어민들은 지난 6월 21일 선상시위를 통해, 죽어가는 낙동강의 실상을 폭로하며 낙동강을 살리기 위해 낙동강 하굿둑과 4대강 보의 수문을 열 것을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또한 보 주변의 침수피해는 여전하고 농지침수 피해에 이어 성서공단의 침수 문제까지 새롭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역행침식에 의해 지천에서는 낙동강으로 모래가 계속해서 밀려와 '헛준설'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또 지자체들은 이른바 생태공원으로 만들어진 강변 둔치를 개발하기 위한 방안들을 찾기에 여념이 없고, 칠곡군처럼 현재 둔치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지자체도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4대강공사인 영주댐 공사는 오늘도 현재 진행 중입니다. 그로 인해 국보급 하천 내성천의 원형은 하루하루 망가져가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4대강사업은 실패한 사업이고, 대국민 사기극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그로 인해 아직도 여전히 심각한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기자는 대한하천학회와 4대강범대위의 전문가와 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2015 낙동강 국민조사단'의 일원으로 함께하면서 4대강사업의 핵심 구간인 낙동강의 변화상을 통해 이 사업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지적하고, 4대강 재자연화의 필연적 이유를 밝혀보려 합니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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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낙동강 국민조사단과 낙동강 어민들이 간담회를 열어, 어민들로부터 4대강사업 이후의 낙동강 생태환경의 극심한 변화상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낙동강 국민조사단

"강이 죽어가고 있어요"

지난 20일 김해 대동 선착장에서 시작된 '4대강 재자연화를 향한, 2015 낙동강 현장조사'는 어민들과의 대화로 시작됐다. 낙동강의 생태환경의 변화를 누구보다 피부로 느끼는 어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4대강사업 이후의 낙동강의 변화상을 알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어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낙동강의 심각한 생태환경의 변화를 증언했다. 그들은 "4대강사업으로 강은 넓어지고 깊어졌지만 물고기의 수와 종류는 턱없이 줄어들어 조업을 해도 먹고살 수가 없다"라고 입을 모았다. 예년에 비해 1/10 수준도 고기가 잡히지 않고, 잡히는 고기도 죽어서 올라오기가 일수란 것이다. 한마디로 강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강바닥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강이 살아있었던 자리가 올해 가보면 시커멓게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자리가 굉장히 많이 발생되고 있습니다. 그건 우리 어구를 보면 알아요. 어구가 그냥 썩어서 올라와요. 새카만 물이 들어 올라옵니다. 

냄새를 맡아보면 완전 악취가 날 정도로 썩은 내가 나고 있거든요. 지금 제가 한 군데만 알려드릴게요. 하구둑 수문 바로 앞에서부터 농수산물센터 즈음까지 2km 정도 가장자리 조금만 빼고 복판은 전부 새카맣게 썩어있습니다." 

어민 장덕천씨의 말이다. 이처럼 낙동강 바닥이 새카만 뻘로 뒤덮여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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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민들 설명의 요지는 낙동강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고, 하루속히 하굿둑과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것은 필요없다 했다. ⓒ 낙동강 국민조사단

또 다양한 물고기가 잡히던 예년에 비해 잡히는 종도 급격히 줄었다. 특히 치어들이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근본적으로 산란환경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심지어 산란하지 않은 채 알을 배에 가득 안고 가을에 잡히는 물고기도 있다고 한다. 여울이나 수초, 웅덩이 등 물고기가 안전하게 산란할 공간마저 사라진 탓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어민들의 요구는 단순했다. 

"보상을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예년처럼 고기를 잡아 먹고 살 수 있도록 하굿둑과 4대강 보를 개방해 낙동강을 예년의 강으로 돌려달라는 것입니다." 

물이 흐르는 강, 바다와 잇닿아 바다로 흘러갈 수 있는 낙동강, 그래서 물도 살고 강도 살고 어민들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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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어민들이 예년처럼 물고기 잡아 좀 먹고 살도록 낙동강 보의 수문을 활짝 열어라! 낙동강을 살려내라!!" 어민들이 외치고 있다 ⓒ 낙동강 국민조사단

강바닥은 썩어가고 있다

이후 조사단은 다음 일정으로 창원 본포취수장으로 향했다. 창원 시민들에게 마실 물을 공급하고 있는 본포취수장 앞은 녹조에 대비해 고압의 물줄기가 강물을 쏘아대고 있었다. 조류 알갱이가 엉겨붙어, 이른바 '녹조라떼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고자 임시방편의 녹조제거 장치가 가동중인 셈이다. 참으로 눈물겨운 노력이 아닐 수 없었다. 

비가 내린 뒤고 날도 흐려 다행히 이날 녹조는 피지 않았지만, 육안으로도 강물의 상태는 좋아 보이지 않았다. 위에서 보면 얕은 곳도 바닥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강물이 너무 흐려 시계가 거의 안 나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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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근 교수가 본포취수장 취수구 앞에서 그랩으로 퍼올린 저질토를 살펴보고 있다. ⓒ 낙동강 국민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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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커먼 저질토를 현장조사의 한 참여자가 냄새를 맡아보고 있다 ⓒ 낙동강 국민조사단

조사단을 취수구 앞으로 길게 이어진 자전거도로 위에서 '그랩'을 이용해 강바닥의 저질토를 채취했다. 퍼올려진 저질토는 예상대로 검은 진흙으로 거의 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모래강 낙동강이었던 예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역한 냄새마저 풍겨왔다. 어민들의 말대로 강바닥 또한 썩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현장에서 저질토 조사를 진행한 박창근 교수의 외침이다. 

"지금 이 저질토로 볼 때 강바닥은 뻘로 뒤덮여 완전히 썩고 있습니다. 시궁창 냄새도 납니다. 산소도 많이 없을 겁니다. 이것이 지금 취수원이 바로 앞인 낙동강 바닥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강물 속, 너무 무서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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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사단 일행이 배를 타고 들어가 수중촬영과 수심을 측량하고 있다 ⓒ 낙동강 국민조사단

같은 날, 조사단은 낙동강 4대강 보의 맨 마지막 보인 함안보를 시작으로 낙동강 상류로 이동하면서 보 하나하나를 살펴보기로 했다. 함안보는 2013년 무려 20여 미터 깊이의 심각한 세굴현상이 일어난 곳으로, 계속해서 보강공사를 이어왔고 그에 비례해 안정성에 의문을 강하게 품게 되는 대표적인 4대강 보가 아닐 수 없다. 

함안보의 하류 강바닥을 조사하러 강물 속으로 들어간 수중촬영 전문 다큐감독인 윤순태 감독은 한참을 강바닥을 훑으며 조사하고 나오자마자 이런 말을 남겼다. 

"너무 무서웠다." 

물받이공과 하상유지공의 사이 지점을 지나는데 갑자기 10여 미터를 쑥 내려가는 이른바 '허공'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모래가 차 있어야 할 공간에 모래가 없다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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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중촬영에서 어디서 떨어져나온 콘크리트 덩이가 카메라에 포착됐다. ⓒ 낙동강 국민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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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근 교수가 강바닥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서 그림을 그려가면서 설명을 해주고 있다. ⓒ 낙동강 국민조사단

이에 대해 박창근 교수는 "완전히 세굴된 지점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와류 현상이 일어나 세굴이 점점 더 가속화된다"라면서 "따라서 우선 물받이공과 하상유지공이 붕괴·유실될 가능성이 높고 좀 더 심화되면 보의 붕괴로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물의 힘은 이처럼 무서운 것이었다. 그런데 애초에 4대강 보는 댐, 그것도 큰 댐의 규모로서 댐 설계로 지어졌어야 한다. 그런데 만 2년 만에 조속히 완공을 하려고 보니 댐 대신 보 설계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졸속 공사가 될 수밖에 없었고 이처럼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태로 계속 유지된다면 더 큰 화를 부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보가 붕괴돼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보를 만든 이도, 이것을 만들라고 지시한 이도 아니다. 바로 강 옆에 사는 서민들일 뿐이다. 

다시 돌아온 모래톱, 4대강 재자연화를 증언하다

조사단은 다음 일정으로 황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곳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아래쪽에서 보아온 낙동강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낙동강을 보여주고 있었다. 모래톱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거대한 모래톱이 황강 합수부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이곳은 4대강사업 당시 6미터 깊이로 준설을 한 곳이다. 따라서 이곳은 수심 6미터 이의 강물이 흘러가야 할 그런 곳이다. 그런데 그곳에 지금 거대한 모래톱이 생겨난 것이다. 

왜 그런가 하니, 낙동강의 심각한 준설로 말미암은 역행침식 현상으로 황강이 급격한 침식을 당해 황강의 모래가 낙동강으로 쏠려 들어간 것이다. 그로 인해 황강의 강바닥은 더욱 깊이 파이게 되고 제방은 깎여나가고 있다. 

황강의 아픔으로 낙동강이 서서히 옛 모습을 찾아간다고 할 수 있겠다. 이른바 재자연화가 이곳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항공사진 등을 보면 거의 예전 모습으로 돌아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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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모래가 다시 돌아왔다. 낙동강 헛준설 누가 책임지나? 낙동강 살려내라!! 현장조사단의 현장 퍼포먼스가 벌어지고 있다 ⓒ 낙동강 국민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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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살려내라!!. 현장조사 참여자들의 현장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자리는 4대강사업 당시 6미터 깊이로 준설을 한 곳이다. 그런데 지금은 사람이 서 있을 정도로 모래가 돌아왔다. ⓒ 낙동강 국민조사단

"이렇듯 자연은 스스로 알아서 복원해 간다. 황강이 자유롭게 흘러가는 것처럼 낙동강도 자유롭게 흐르기만 한다면 옛 모습으로 복원되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일 것이다." 

조사단의 일원으로 함께한 마창진환경운동연합의 임희자 실장의 말이다. 조사단 일행은 합수부에 새롭게 만들어진 거대한 모래톱으로 걸어들어가 준비한 현수막을 펼쳤다. "낙동강 모래가 다시 돌아왔다. 헛준설 누가 책임지나? 낙동강을 살려내라!" 준비한 퍼포먼스를 벌이며 낙동강의 재자연화를 함께 희망했다.(계속)

덧붙이는 글 | 2015 낙동강 현장조사는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됐습니다. 이 글을 쓴 정수근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 지난 6년간 4대강사업의 실상을 파헤쳐왔습니다. 이번 2015 낙동강 국민조사단의 일원으로 함께 참여하면서 취재했습니다. 이번 르포는 2편으로 나누어 게재할 예정입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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