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38532

"녹조 제거 안 하면 높은 분들이 뭐라 한다"
[현장]낙동강 '녹조라떼' 제거하던 노동자 "물고기 없으니 기름값이라도 벌려고..."
15.08.24 21:45 l 최종 업데이트 15.08.24 21:45 l 조정훈(tg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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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오후 대구시 달성군 도동서원앞 낙동강에서 모터보트 스크류를 이용해서 짙은 녹조를 흐트리려 시도하고 있다. ⓒ 권우성

"보 공사 하기 전에는 붕어나 잉어가 엄청 많았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고 봐야지. 붕어나 잉어는 먹이를 찾아 느리게 움직이거든. 그런데 이놈들의 아가미에 녹조가 들어가면 죽어버려요. 준치나 누치 같은 놈들은 빠르게 움직이지만..."

경북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 아래에서 녹조제거 작업을 하던 하아무개(72)씨는 낙동강에서 붕어와 잉어가 씨가 마를 지경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자신을 '낙동강 내수면 대구경북총연합회' 회원이라고 소개한 하씨는 고기잡이 어업을 해 왔지만 지금은 수자원공사에 소속돼 녹조를 없애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풍이 예고된 24일에도 1.5마력짜리 작은 배의 스크루를 이용해 녹조를 흩트려 뜨리고 있었다. 

하씨는 "물고기가 많으면 이런 일을 하겠나"라며 "TV를 보면 알겠지만 낙동강에 물고기가 없다. 어쩔 수 없이 기름값이라도 벌려고 이런 일을 하고 있다. 하루에 많게는 7~8시간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씨는 "특히 주말에 일을 많이 한다"며 "높으신 공무원들이 오기도 하고 환경단체 사람들이 오기도 하는데 작업을 안 하면 뭐라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없애려고 해도 물이 고여 있으니 없어지겠느냐"며 수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씨는 "옛날부터 물은 흘러야 한다고 했는데 물이 고여 있으니 썪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왜 4대강을 한다고 보를 만들어 물을 막았는지 모르겠다. 보를 다 헐어야 한다"고 말했다.

"죽은 강에서 더 이상 희망이 없다"

하씨는 또 자신의 팔뚝을 보이며 녹조가 피부에 닿으면 피부병에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녹조 작업을 하면서 매일 녹조물이 피부에 닿아 간지럽다는 것이다. 팔을 긁어 생채기가 난 흉터를 보여주며 "손에 묻은 녹조를 빨리 씻어내라"고 충고해 주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투명카약-낙동에 살어리랏다'팀은 24일 합천보 상류 도동서원에서 구미보 하류까지 탐사하며 녹조와 큰빗이끼벌레 등을 확인했다. 또 지역 주민들의 증언을 통해 4대강 보 공사가 마무리된 후 썩어가는 물의 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물속에서는 죽어서 썩어가는 붕어와 잉어를 볼 수 있었고 어업을 오랫동안 해왔다는 어부로부터 "죽은 강에서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하소연을 들었다. 녹조가 넓게 퍼진 강에서는 썩은 비린내가 진동했다.

시멘트 바닥에 뿌려진 녹조물이 마르자 마치 녹색 페인트를 바른 것처럼 진한 색을 띠었고 그사이 내려앉은 잠자리는 녹조에 묻혀 죽어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녹조는 더 넓게 퍼졌고 강을 바라보면 한숨만 나왔다.

현장을 지켜본 한 주민은 "보를 만들어 가뭄을 극복하고 홍수에 대비한다고 하더니 큰 녹조어항을 만든 것 같다"며 "이 물을 우리더러 먹으라는 것이냐. 정말 나쁜 놈들"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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