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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악취·훼손…4대강 수변공원 ‘2천억 돈 잔치의 끝’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입력 : 2015-08-26 23:42:27ㅣ수정 : 2015-08-27 01:27:19

미호천·남한강변 가보니
새소리·모래밭 사라지고 자전거도로 외 방문객 ‘드문’ 
한 해 수십억씩 관리비 추가 “이런 걸 대체 왜 만들었나”

포클레인이 강바닥을 파헤치기 전까지 갈대밭에는 철새들이 무리를 지어 둥지를 틀고 하늘을 수놓았다. 이런 모습과 어우러져 석양이 깔리면 강은 자연의 멋을 한껏 뽐냈다. 충북 음성군 망이산성에서 발원해 진천·청주·충남 연기를 거쳐 금강과 합류하는 미호천. 금강 본류로 유입되는 지류들 가운데 유역면적이 가장 큰 총 길이 89.2㎞의 미호천에서는 4대강 사업 이후 이런 풍경은 다신 볼 수 없게 됐다. 새소리는 사라지고 잘고 부드러웠던 모래밭에는 잡초와 녹슨 운동기구들이 곳곳을 메우고 있다.

걷기 힘든 산책로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충북 충주시 중앙탑면 가흥초등학교 뒤 한강7공구능암지구 둔치에 조성한 수변공원 산책로에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26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미호천교 밑 한 공원. 한쪽에심하게 훼손돼 내용도 알 수 없는 안내판이 덩그러니 서 있었다. 안내판 위에 있는 ‘금강미호2지구 종합안내’라는 문구가 이곳이 청주 미호천 일원에 561만㎡ 크기로 조성된 4대강 수변공원임을 짐작하게 했다.

자전거도로를 따라 미호천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니 또 다른 공원이 나왔다.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운동기구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녹슨 채 거미줄과 잡초가 휘감고 있었다. 벤치와 파라솔은 파손됐고, 간이 화장실 주변은 심한 악취가 진동했다. 주민 이모씨(70)는 “왜 이곳에 공원을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이씨는 “청주시내에서 10여㎞ 떨어진 곳에 주차장도 없이 공원을 조성해 놨다”며 “가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이용할 뿐 인근 주민들은 거의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너덜너덜 안내판 2012년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충북 청주 미호천 수변공원의 안내판이 심하게 훼손됐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충주시 중앙탑면 가흥리 가흥초등학교 인근 수변공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남한강 둔치에 조성된 이곳은 황량한 벌판과 다름없었다. 수개월째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산책로는 풀숲을 방불케 했다. 성인 남성 키만 한 무성한 잡초는 산책로 주변 풍경을 모두 가렸다. 주민들이 쉴 수 있는 장소는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질 않았다. 다만 일부 사람들이 이용하는 콘크리트 자전거도로만이 걸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황량한 벌판은 남한강을 따라 면적이 302만㎡에 달한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2114억원을 들여 금강 상류지역(청주·옥천·영동)과 한강 상류지역(충주·제천·단양) 등 6개 시·군에 수변공원을 조성했다.

잡초 속 운동기구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는 운동기구는 잡초에 둘러싸여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수변공원에는 총 56.47㎞의 자전거도로가 생겼고, 989만㎡에 달하는 둔치도 만들어졌다. 둔치에는 잔디광장과 산책로, 체육시설이 자리 잡았다. 관리비도 수십억원에 이른다. 국토관리청은 각 지자체에 수변공원 관리를 위탁하고 매년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청주시는 올해 10억2700만원의 관리비를 받았고, 충주시는 6억1700만원을 받았다. 제천은 1억6400만원, 옥천은 1억2100만원, 영동과 단양은 각각 1억7900만원과 1억5000만원을 사용했다. 하지만 자전거도로와 일부 도심을 제외하고는 이용자가 거의 없다. 그야말로 ‘돈 먹는 하마’인 셈이다. 박일선 충북환경운동연대 대표는 “정부가 충북지역 금강과 한강 상류에 수천억원을 들여 조성한 수변공원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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