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799772.html?_fr=mt2

[단독] 국토부 “철도경쟁”?…적자노선 또 코레일 떠넘겨
등록 :2017-06-22 05:00 수정 :2017-06-22 10:20

12월 개통예정 동해선 포항~영덕구간 공모·사전협의 없이 코레일에 넘겨
국토부, 고속철 민영화 비판 높자 일반철도 경쟁체제 도입했지만 수익성 낮은 구간은 경쟁입찰 불발
수익성 높은 알짜 노선은 민간에 내줘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동해선 포항~영덕 구간 개통이 임박하자 국토교통부가 사전 협의 없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운영사업자로 지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일반철도에도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뒤 실제로는 수익성이 높은 알짜배기 노선만 민간에 개방하고, 적자 노선은 코레일에 떠넘기고 있는 꼴이다.

21일 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토부와 코레일에서 받은 자료를 종합하면, 국토부는 지난 14일 코레일에 “2017년 12월 개통 예정인 포항~영덕 구간의 철도사업자로 국가 철도망 운영자인 귀 공사를 선정함을 알려드리니, 열차가 차질 없이 운행될 수 있도록 사업계획변경 등 개통 준비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6월 국토부는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하면서, 고속철도뿐만 아니라 일반철도에도 경쟁체제를 도입해 운영사업자를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철도망 운영자로서 코레일이 당연히 운영해왔던 노선들에 대해 경쟁입찰을 통해 철도사업자를 선정하겠다는 취지였다. 당시는 수서발 고속철도 분리를 추진하던 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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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침을 밝혀놓고도 국토부는 이번에 별다른 공모 절차나 사전 협의 없이 코레일을 포항~영덕 구간의 사업자로 지정했다. 이 구간은 수익성이 낮아 적자가 예상되는 구간인데 코레일이 고스란히 부담을 지게 된 것이다. 개통까지 6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코레일 쪽은 운영계획 수립은 물론 사업성 검토조차 하지 않아 어느 정도 적자가 발생할지에 대한 자료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가 경쟁체제를 도입하기로 했던 것은 수서발 고속철도 등 수익성이 높은 알짜배기 노선만 민간사업자에 개방한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수서고속철을 운영하는 에스알(SR)은 수익성이 낮은 일반철도 운영에 대한 부담 없이 수익성이 높은 고속철도만 운영하고 있다. 이후 국토부는 2015년 3월 동해선 부전~일광 구간과 경강선 성남~여주 구간의 운영사업자 선정을 위해 경쟁입찰을 실시했지만 적자가 예상돼 운영을 맡겠다고 나서는 회사가 없어 두곳 모두 유찰됐다. 결국 경쟁입찰이 불발로 끝나자 국토부는 두곳 모두 코레일을 운영사업자로 지정했다. 코레일이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부전~일광 구간은 연평균 15억, 성남~여주 구간은 연평균 60억가량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철도산업발전기본법상 국가철도망 운영자인 코레일은 고속철도 등 흑자 노선의 수익을 통해 적자 노선의 손실을 메워 균형을 맞추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현재처럼 코레일이 적자 노선을 계속 떠맡게 되면 재무상태가 악화되고 적자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코레일은 2014년 흑자 전환해 지난해까지 흑자를 냈지만, 올해는 1682억원의 적자를 예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동해선의 연장 구간이라 기존 사업자인 코레일에 맡길 수밖에 없었으며, 실무적으로 사전 협의를 한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안호영 의원은 “국토부의 논리대로라면 수서발 고속철도 역시 기존 경부선의 연장이기 때문에 경쟁체제 도입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며 “수익이 낮은 적자 노선에 경쟁 체제를 도입해 효율성을 높여야 경쟁의 의미가 있는 것이지, 적자 노선은 공공기관에 떠넘기고 알짜 노선만 민간에 개방하는 것은 경쟁체제가 아닌 재벌 특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철도는 어차피 수익 노선으로 적자 노선 손실을 메우는 교차보조 시스템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이동권과 복지 차원에서 코레일이 적자 노선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면, 그만큼 수익이 나는 노선에 대해서도 보장해주는 게 맞다. 적자 노선에 대한 책임 없이 흑자 노선만 운영하는 수서고속철도와의 통합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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