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200104053459294
[도쿄올림픽②] "욱광문양이 전통이라고?".. 일본의 사기 프레임
강소현 기자 입력 2020.01.04. 05:34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가 2020년 7월24일부터 8월9일까지 도쿄에서 열리는 ‘2020 하계 올림픽’에 욱일기 사용을 사실상 묵인했다. 개최국인 일본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반발이 거세다. 욱일기는 일본의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전범기다. 욱일기를 통해 군국주의 부활을 간전접으로 선포한 일본, 그 속내를 들여다 봤다.【편집자주】
논란이 된 정찬우 의상(왼쪽). /사진=MBC '컬투의베란다쇼' 방송화면 캡처
[ 주말리뷰] # 독일 유학생 A씨는 올 7월 개막되는 도쿄올림픽에서 ‘욱일기’ 사용이 허용됐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욱일기는 독일의 하켄크로이츠와 마찬가지로 2차대전 당시 사용됐던 대표적인 전범기이기 때문이다. A씨는 “독일에서 나치 문양인 하켄크로이츠를 들고 응원한다면 ‘제정신이 아닌 사람’으로 여긴다”며 “이같은 행동은 반나치법에 따라 최대 징역 3년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욱일기는 일본문화의 일부’. 최근 일본이 외무성 홈페이지를 통해 배포한 홍보 문구로, 아베정권이 내세우고 있는 프레임이기도 하다. ‘인종학살’을 연상시키는 문양과 행위에 대해 광범위하게 규제하는 독일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일본인들에게 욱일기와 그 문양은 어떤 의미일까.
◆ ‘욱광 문양'이 日전통?… '사기' 프레임에 놀아나는 지구촌
대부분의 동아시아 국가에선 ‘욱일기는 전범기’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정작 일본 내에선 욱일기와 욱광문양에 대한 논란조차 없으며 서양 역시 대체적으로 무관심하다. 실제 일본에서 17년째 살고 있는 허모씨(37)는 “다수의 일본인들이 욱일기에 관심이 없다. 욱일기를 알고 있는 일본인들은 하켄크로이츠와 다른 의미이고 전범기라는 생각을 안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3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은 작품 홍보배너와 뉴욕시 홍보포스터에 욱광문양을 넣어 한국인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사진=뉴욕 현대미술관 홈페이지 캡처
한국에선 욱일기나 욱광문양 모두 ‘전범기’로 규정해왔다. 2013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은 작품 홍보배너와 뉴욕시 홍보포스터에 욱광문양을 넣어 한국인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2014년 2월에는 개그맨 정찬우가 방송에 입고 나온 옷이 욱일기를 연상시킨다는 지적과 함께 논란에 휩싸였다. 정찬우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사과하기도 했다.
반면 일본 내에서는 ‘욱일기가 욱광문양과 다르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욱일기는 현재 일본 자위대의 깃발로 사용되고 있지만 욱광문양 전부가 일본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빨간색 햇살이 퍼져나가는 욱광문양 자체는 오히려 과거부터 ‘풍요’를 상징해 풍어기나 출산, 명절을 축하하는 깃발 등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대중적 전통문양이라고 주장한다. 일본 외무성은 최근 다소 변형된 형태로 일본항공(JAL), 유니클로, 아사히맥주 등에서도 사용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 외무성에 게재된 욱일기 관련 설명(한국어판). /사진=일본 외무성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욱광‘은 일본의 전통문양이 아니다. 대중에 익숙해진지도 오래되지 않았다. 한일관계전문가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수는 “(욱광문양이) 일본에서 일반적 문양이 된 것은 옛 일본육군이 햇살 무늬를 군기로 정식 채택한 1870년 이후”라며 “1889년에 옛 일본해군이 깃발의 태양 위치를 약간 이동시킨 욱일기를 군기로 채택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욱일기의 기원은 무사들이 군기로 사용했기 때문에 침략적 의미를 내포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측은 올림픽에서 욱일기 사용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거듭된 반발에도 도쿄올림픽 조직위는 공식 서한을 통해 “욱일기는 일본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막을 이유가 없다. 정치적 의미가 없어 금지 품목으로 간주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호사카 유지 교수는 “욱일기를 도쿄올림픽 경기장으로 반입하는 행위는 정치적이지 않다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역시 “(욱일기를) 예전부터 사용했더라도 태평양전쟁 당시 전범기로 활용한 것도 사실”이라며 “이 부분을 감추고 있는 건 잘못된 일이며 역사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욱일기 디자인의 티셔츠가 판매되고 있는 국내 인터넷 쇼핑몰. /사진=심재권 의원실 제공
◆ "디자인적으로 우수?"… 욱광문양 어떻게 대항하나
일본정부는 ‘욱일기는 일본문화’라는 프레이밍을 통해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 유명 미국인 유튜버 올리버쌤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서양은 욱일기에 대해 우호적으로 생각한다. 특히 많은 미국인들이 욱광문양을 좋은 뜻이 담긴 일본의 전통문양으로 여긴다”며 “디자인적으로도 우수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 그리스 축구선수가 골 세레모니로 나치 거수경례를 해 세계적인 비난을 받고 대표팀 차출 영구 금지 등의 중징계를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아사히 캔맥주, 유니클로 매장에 전시된 욱일기 디자인 티셔츠들, ABC마트가 ‘메가스테이지’에서 상영한 광고, JAL 기내식의 투명 플라스틱 덮개. /사진= 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캡처
학계에선 욱광문양을 어디까지 일본제국주의 상징으로 보고 제재할지에 대한 합의와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국내 온라인쇼핑몰 12곳에선 티셔츠와 스마트폰 케이스, 이어폰, 장난감과 배지 등 욱일문양을 활용한 상품들이 대거 적발됐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본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이나 휘장, 관련 문양이 포함된 옷·물건 등을 국내에서 제작 또는 유통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현재 표류 중이다.
일본에 대항할 프레이밍 작업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서경덕 교수는 도교올림픽이 오히려 욱일기에 대한 국제적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한다. 서 교수는 “정부가 강하게 나가 오히려 논란을 키웠으면 좋겠다”며 “욱일기는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전범이라는 사실을 세계적으로 알릴 기회”라고 힘주어 말했다.
강소현 기자 kang42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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