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942841.html?_fr=mt1


미래한국당은 왜 통합당과 합당에 ‘미적지근’할까요?

등록 :2020-05-01 21:30 수정 :2020-05-02 08:09


정치BAR_장나래의 국회TMI

원유철 대표 “통합당 혼란이 수습되면 상황을 보면서…”

독자 교섭단체 꾸리면 국고보조금·상임위원장 배분 등에서 이득

독자세력화하면 ‘원외’도 21대 국회에서 ‘당 지도부’로 활동 가능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국회의원 및 당선인 합동워크샵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국회의원 및 당선인 합동워크샵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 원구성 협상을 앞두고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이 합당을 차일피일 미루며 ‘독자세력화’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총선 참패로 통합당 지도부가 붕괴되며 혼란에 빠진 데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합당하기로 했기 때문에 별도로 교섭단체를 꾸리면 ‘제2야당’으로서의 지위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원유철 대표는 29일 서울시 서초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당 국회의원 및 당선인 합동워크숍에서 “한국당은 오늘 의원님, 당선인님들께서 모아주신 총의를 기초로 해서, 미래통합당의 지도체제가 수습되고,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면 미래한국당과 미래통합당의 통합시기, 방식, 절차 등을 소통하면서 협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합당 논의가 미뤄지는 데 대해 표면적으로는 통합당 지도부가 공백 상태인 점을 들고 있으나, 좀더 시간을 끌면서 추이를 지켜보자는 태도가 읽힙니다.


실제로 최근 한국당 지도부는 4·15 총선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된 뒤 무소속으로 당선된 일부 의원에게 한국당 이적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의원 19석을 확보한 한국당은 1명만 옮겨오면 교섭단체가 됩니다. 한국당 관계자는 <한겨레>에 “당 지도부가 물밑에서 이적 제안을 하는 등 교섭단체 구성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교섭단체가 되면 국고보조금 지급액이 늘고, 원 구성 때 상임위원장을 배분받을 수 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추천위원 추천권 등의 권한을 누릴 수 있습니다.


특히 통합당에서 한국당으로 이적한 의원들이 독자세력화에 적극적입니다. 한국당 소속인 한 현역 의원은 <한겨레>와 만나 “통합당은 선거에서 크게 졌지만, 한국당은 19석으로 1등을 했다”며 “통합당은 한동안 지도부 문제 등을 놓고 다툼이 이어질 텐데 더 잘되는 당이 굳이 합쳐야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당이 통합당과 합당하지 않으면, 원유철 대표를 비롯한 20대 국회의원들은 비록 원외나마 21대 국회에서도 당 지도부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더욱이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도 합당 절차에 돌입한 만큼, 당분간 ‘간보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통합당의 한 당선자는 “굳이 빨리 결정해야 할 필요가 있나 싶다. 어차피 통합당 지도부도 없는 상황에서 어떤 방안이 더 나을지 충분히 고민해서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비례대표 당선자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워크숍에서 당선자들은 합당 여부와 시기 등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당선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합당을 약속했었는데 이제 와서 안 한다고 하려면 국민부터 설득해야 한다“며 “형제정당이 선거에서 심판을 받은 상황에서, 또다시 꼼수로 비칠 텐데 당장의 이득만 따지지 말고 멀리 내다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다른 당선자는 “혼란스러운 통합당에서 존재감 없는 비례 초선으로 휩쓸려 다니는 것보다 미래한국당에서 개혁적 보수, 참신한 초선의 목소리를 내는 게 오히려 전체 보수 진영의 재건에도 도움되지 않을까 싶다”며 “통합당이 당을 수습하는 동안 당선자들의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당과 통합한다면 중도층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고 제안하는 당선자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저울질을 계속하며 합당 여부 결정을 미루더라도 여야 원내대표 선거 이후 원구성 협상이 본격화되면 결론을 내려야 합니다. 한국당의 미래는 새달 8일 뽑히는 통합당의 신임 원내지도부에 달렸다는 게 중론입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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