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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탄핵) 윤석열, 홍장원 밟으려 김용현·여인형까지 밟다 - 오마이뉴스

civ2 2025. 2. 23. 00:59
 
윤석열, 홍장원 밟으려 김용현·여인형까지 밟다
[대통령의 배신 ⑤] 의미 없는 디테일 공격...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25.02.22 20:09 l 최종 업데이트 25.02.22 20:09 l 박소희(sost)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출석해 윤갑근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출석해 윤갑근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탄핵심판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윤석열 대통령 쪽은 다급해지고 있다. 법률대리인단은 '체포 지시' 증언의 신빙성을 무너뜨리고자 2월 20일 다시 부른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집중 공격했다. 하지만 그들이 꺼낸 '디테일'들은 판을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홍 전 차장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12월 3일 오후 10시 53분경 윤석열 대통령과 비화폰으로 통화하며 '방첩사를 지원해서 싹 다 잡아들여'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후 그는 10시 58분과 11시 6분 두 차례에 걸쳐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통화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 체포 대상자의 명단을 전달받았다.
 
그런데 조태용 국정원장은 지난 13일 헌재에 나와 'CCTV 등을 확인한 결과 11시 6분 국정원장 공관 앞 공터에서 명단을 받아적었다던 시간에 홍 전 차장은 본인 집무실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20일 윤 대통령 쪽은 이를 발판으로 홍 전 차장을 공격했다. 윤갑근 변호사는 "12월 3일은 겨울이다. 바깥에서 메모한다는 건 이례적이고 추운 상황이었다"며 "장소를 혼동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라고 했다.
 
반칙
 
그는 홍 전 차장이 당시 첫 메모를 보좌관에게 옮겨 적으라고 했고, 이튿날 다시 한 번 더 쓰라고 한 메모에 '딴지일보'가 들어가고, 권순일 전 대법관이 두 번 등장하며,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추가된 점에도 의문을 표했다.
 
또 홍 전 차장의 검찰 진술을 들이밀며 그의 행보에 정치적 의도가 있음을 부각시키려고 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반칙'에 가까운 무리수였다. 윤 변호사는 홍 전 차장이 검찰 조사 당시 검사가 메모의 원본 제출을 요청했지만 거부했다면서 "(당시 거부하며) '당분간 제가 사용해야 해서' 라고 했는데, 어디에 사용하는 건가"라고 추궁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 실물화상기로 제시된 검사의 질문은 '메모 원본'이 아니라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해줄 수 있는가'였다. 즉 홍 전 차장의 답변은 '메모를 사용해야 해서 임의 제출이 어렵다'는 뜻이 아니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 헌법재판소 제공
 
의미 없는 디테일 공격
 
홍 전 차장은 기억의 한계를 인정하기도 했다. 그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내용이 조금 혼동된 부분이 있어서 (저의 지난 증언을) 정정할 필요가 있다. 22시 58분과 23시 06분에 중요한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쪽은 질문만 쏟아내며 사실상 그의 해명을 차단하는 등 공격을 이어갔다.
 
홍 전 차장은 국회 쪽 신문 과정에서야 당시 상황을 설명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조서를 보니까 여인형 사령관도 제가 일반폰으로 전화했고 보안폰으로 바꾸자고 했다던데, 처음에 전화해서 (여 사령관이) 국회 본회의 얘기, 위치 추적, 체포명단을 불러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받아 적으려다가 가만 생각해보니까 일반폰으로 통화하고 있더라. 그래서 '이거 좀 예민한 거니까 보안폰으로 바꾸자'고 했다. 그런데 바꾸고 보니까 제 비화폰에는 (통화 가능 대상자에) 방첩사령관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건 개인이 입력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담당 부서에서 입력할 수 있는 부분이라 보안폰으로 전화할 수가 없었다. 최종적으로 다시 일반전화로 전화한 거고, '보안폰으로 연결이 안 되니까 사람을 보내라'고 했고, '바쁘니까 사람을 보낼 수 없다'고 해서 그냥 불러주는 명단을 받아 적은 거다."
 
홍 전 차장은 또 12월 4일 보좌관에게 '기억나는 대로 메모를 재작성하라'고 지시한 이유도 밝혔다.
 
"12월 4일 오후에 그 명단을 쭉 보고 있으니까 계속 두 명이 생각 안 난 부분이 머리를 맴돌았고, 한두 명 정도 더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는데 다시 여인형 사령관한테 물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야 너 머리 좋으니까 다시 써봐' 했고. 첫 번째 메모(전날 보좌관이 옮겨적은 것)를 두 장에 나눠 썼는데, 빽빽하게 써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메모라서 '이름만 시원시원하게 써봐' 이런 식으로 얘기한 것 같다. 그래서 한 10명 정도를 기억해서 썼던 것 같다. (12월 3일 메모의 명단과 12월 4일 메모의) 명단은 다 동일하다."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을 '호수에 비친 달 그림자 쫓기'에 빗댄 적이 있다. 하지만 정확한 비유는 '강물에 돌멩이 던지기'이다. 강물에 던진 돌멩이는 파문을 일으킬지언정 물의 흐름을 바꾸진 못한다. 이들은 홍 전 차장의 행적 하나하나를 분초 단위로 따졌지만, 정작 홍 전 차장이 계엄 당일 윤 대통령과 통화한 다음 여인형 사령관과 전화하며 체포 명단을 메모한 사실 자체를 뒤흔들지는 못했다.
 
메모 작성 경위를 두고 '다른 목적'을 운운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증거도 제시 못했다. 윤갑근 변호사는 "(메모를 정서시켰다는) 보좌관이 현대고 졸업한 한동훈 대표 친구 아닌가"라고 물었지만 "보좌관 친구들이 어떤 사람인지까지는 제가 기억하고 있지 못하다"는 홍 전 차장의 답변이 돌아왔을 뿐이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20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비상계엄 당시 통화한 내용을 정리해서 기록한 메모를 공개했다. 사진은 이날 홍 전 차장이 공개한 메모. 2025.2.20 [헌법재판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20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비상계엄 당시 통화한 내용을 정리해서 기록한 메모를 공개했다. 사진은 이날 홍 전 차장이 공개한 메모. 2025.2.20 [헌법재판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연합뉴스
 
쪼잔함과 발뺌 사이, 길 잃은 윤석열
 
윤 대통령도 약 9분간 발언을 쏟아내며 직접 나섰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도리어 그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무지를 탓했다. 체포 시도는 두 사람이 벌인 일이며 "정말 불필요한 일이고,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나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12월 4일인 것으로 기억되는데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조지호 경찰청장한테 위치 확인, 체포 이런 것을 부탁했다는 기사를 보고 저도 김용현 국방장관이 그때는 구속이 안 돼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두 사람(김용현, 여인형) 다 수사나 이런 것에 대해서, 특히 여인형 사령관은 순 작전통이고 해서 도대체 수사에 대한 개념 체계가 없다 보니 위치 확인을, 좀 동향 파악을 하기 위해서 했는데 '경찰에서 그건 현재 사용하는 휴대폰을 알지 않는 한 어렵다'고 딱 잘랐다고 이렇게 얘기를 해서, 저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불필요한 일이고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중략) 여인형은 경찰에 물어보니 경찰은 어렵다고 하니, 국정원은 미행이라도 하고 뭘 하니 그거 위치 확인하는 데 좀 도움이 될까 해서 한 얘기를 이렇게 엮어서 대통령의 체포지시로 이걸 만들어냈다는 게 핵심이다."
 
윤 대통령은 거듭 "뭘 잘 모르는 사람(여인형)의 부탁을 받아서 '미친 놈 말도 안 되는 소리하네'라고 했다면서 그걸 또 한 번, 또 한 번 계속해서 메모를 만들어 갖고 있다가, 자기가 12월 5일 사표 내고 6일날 해임되니까 대통령의 체포지시라고 이걸 엮어낸 것이 바로 이 메모의 핵심"이라며 '홍장원은 거짓말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용현 국방부장관과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지난해 10월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용현 국방부장관과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 권우성
 
그런데 이 말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윤 대통령은 재차 여인형 전 사령관의 '명단'은 인정하고 있다. 자신의 책임만 모면하려고 할 뿐이다.
 
하지만 김용현과 여인형 두 사람이 '명단'을 만들 이유가 있었을까? 백 번 양보해 자발적으로 작성했더라도, 명단의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여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14명을 특정해 체포를 해야 한다는 것은 비상계엄 직후 (김용현) 장관님으로부터 처음 들었던 것이 맞다"면서도 "대통령께서 평소에 인물들에 대한 품평회를 많이 하셨다고 말씀드렸는데 '비상대권, 비상조치권을 사용하면 이 사람들에 대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4일 헌재 증인신문에서도 이 진술 자체를 부정하진 않았다.
 
 검찰 12.3비상계엄특별수사본부가 2024년 12월 27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기소 당시 공개한 비상계엄 당일 방첩사의 '체포조' 관련 단체대화 내용
▲검찰 12.3비상계엄특별수사본부가 2024년 12월 27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기소 당시 공개한 비상계엄 당일 방첩사의 '체포조' 관련 단체대화 내용 ⓒ 검찰 제공
 
여인형-홍장원-조지호-김대우... 다 겹치는 명단을 어쩔 것인가
 
국회 쪽은 20일 여 전 사령관의 휴대전화에서 나온 2024년 11월 9일자 메모도 공개했다. 이 명단은 홍장원 전 차장의 메모,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이 각각 수사기관 등에서 진술한 내용과 대부분 같다. 특히 홍 전 차장의 경우 12월 11일 검찰 조사를 받으며 '조해주·양정철'을 추가했다고 밝혔는데, 이 두 사람을 추가하면 그의 메모는 여 전 사령관 휴대전화 메모와 더욱 일치한다. (아래 명단에서 짙은 색 표시는 여인형 메모와 홍장원 메모 중 공통된 명단이다.)
 
- 여인형의 11월 9일 휴대전화 메모 : 이재명, 조국, 한동훈, 정청래, 김민석, 우원식, 이학영, 박찬대, 김민웅, 양경수, 최재영, 김어준, 양정철, 조해주
- 홍장원의 12월 4일 메모 :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김민석, 딴지일보(김어준), 조국, 박찬대, 정청래, 김명수, 김민웅, 민노총위원장, 권순일, 조해주, 양정철
- 조지호의 12월 24일 검찰 피의자신문 : 이재명, 우원식, 박찬대, 정청래, 김명수, 권순일, 김동현 등 총 15명
- 김대우의 12월 10일 국회 증언 : 우원식, 이재명, 한동훈, 조국, 정청래, 양정철, 박찬대, 조해주, 이학영, 양경수, 김어준, 김민웅, 김민석, 김명수(김 전 단장은 '14명'만 확실히 기억한다고 했지만, 명단을 불러준 안규백 의원에게 '대략 맞다'고 답변 – 기자 주).
 
국회 쪽 김선휴 변호사는 지난 18일 9차 변론에서 "김용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여인형 사령관에게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줬다. 이재명, 조국 등 총 14명"이라며 "여인형은 (검찰 조사에서) 명단 대다수는 평소에 피청구인이 부정적으로 말하던 사람들이라고 했고, 워낙 자주 부정적 평가를 들었던 사람이라 명단을 외우기 어렵지 않다는 말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배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