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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사태 이후, 극우세력 추적한 기자들 - 미디어오늘

civ2 2025. 2. 24. 23:40
 
내란사태 이후, 극우세력 추적한 기자들
한국일보, 부정선거 음모론과 ‘돈줄’ 추적…경향·연합, 극우 세력 여론 확산 집중
기자명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입력 2025.02.23 19:49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12·3 내란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 등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앞세우며 비상계엄을 정당화하고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이들이 폭동까지 일으키면서 소위 ‘극우’ 세력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가 언론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이런 혼란상 속에서 음모론을 부추긴 이들의 네트워크를 추적하고, 여론이 움직이는 패턴을 분석한 기사들이 눈에 띈다.
 
윤석열과 태극기, 전광훈 그리고 애니 챈까지
 
한국일보는 이달 들어 극우 세력과 한국 정치, 종교 집단 간 네트워크를 드러낸 기획을 연달아 보도했다. ‘부정선거 음모론 한미 커넥션’ 연속 보도는 한미 양국 보수진영에서 보폭을 넓히며 세력화한 애니 챈(Annie M.H.Chan, 김명혜)이 한국보수주의연합(KCPAC) 회장 직함을 바탕으로 헌법 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요직을 꿰찬 정황 등을 밝혔다. 한국일보는 윤 대통령이 2022~2024년 최소 네 차례 챈과 조우했고, 윤 대통령의 최측근 석동현 변호사가 챈의 민주평통 초대 글로벌전략위원장 임명 과정에 역할했다고 보도했다. 챈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확산시킨 ‘우파 유튜버’들에게 막대한 후원을 했다는 정황에 더해, KCPAC 대표 박주현 변호사가 부정선거 음모론이 제기된 2020년 총선 관련 선거무효소송 25건을 대리했으나 모두 기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애니 챈의 국내 첫 인터뷰도 실렸다.
 
▲한국일보 갈무리
▲한국일보 갈무리
 
 
이어진 ‘전광훈 유니버스’ 기획은 선동가적 면모가 부각된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 전광훈씨가 소위 ‘애국시민’ 헌금을 종잣돈 삼아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실태를 해부했다. 교인들의 헌금이 전광훈씨 자녀가 운영하는 자유일보를 통해 미국 로비업체(프라임 폴리시 그룹)로 흘러 들어갔고 이렇게 쓰인 돈만 최소 한화 약 5억 원(38만5000달러)이라는 것이다. 한국일보 기자는 전 목사가 2022년 9월 우파 논리를 설파하려 3500개 읍·면·동 단위에 만든 풀뿌리 공동체 조직 ‘자유마을’ 주민으로 활동해 그 실상을 들여다봤다. 전 목사의 열렬한 지지자로 활동하며 생업을 중단하고 노숙 농성까지 나섰던 이영화(가명)씨 목소리도 전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반국가세력’을 운운한 발언 등이 자유통일당 강령과 어떻게 점차 유사해졌는지 분석했다.
 
 
▲한국일보 갈무리
▲한국일보 갈무리
 
오픈채팅-유튜브 타고 퍼지는 음모론과 혐오
 
윤 대통령 지지 세력의 특징으로 부정선거 음모론 외에 반중 혐오 정서가 꼽힌다. 경향신문은 지난달 19일부터 18일까지 약 한 달 간 극우 성향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5곳에서 접한 대화를 관찰했다. 경향신문은 한 달간 관찰한 대화방에서 ‘사실 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가짜뉴스가 난무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지난달 20일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한 이들의 서울서부지방법원 난입·폭력 사태(서부지법 폭동) 직후에는 “명찰이 없는 경찰은 중국인”이라는 내용의 허위 정보가 떠돈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71.2%로 급등했다는 근거 없는 유튜브 영상이 참가자들 호응을 받기도 했다. 급기야 음모론은 대전 지역 교사의 초등학생 살해 사건까지도 이어졌다. 지난 17일부터는 이진 전 헌법재판소 공보관이 ‘중국인’이라는 주장까지 급격히 확산했다.
 
경향신문은 주요 사건이 발생하면 곧장 허위 정보가 퍼지며 ‘대안사실’이 구축됐고, 이들의 대화가 현실 행동으로 이어질 조짐이 다분했다고 했다.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 일부 등 제도권 정치가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힘을 실으며 극우 세력의 확산에 기여한 바 크다”며 “참여자가 많은 카카오톡 채팅방의 경우 공익적 성격을 고려해 혐오 표현 규제 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갈무리
▲경향신문 갈무리
 
커뮤니티 속 ‘폭동 모의’, 어떻게 현실이 됐나
 
실제로 폭력적 언동은 온라인에만 머물지 않았다. 연합뉴스는 지난 1월 서부지법 폭동 이후 ‘극우 커뮤니티’로 꼽히는 디시인사이드의 ‘국민의힘 갤러리’(국힘갤), ‘국민의힘 비대위 갤러리’(비대위갤), ‘미국 정치 갤러리’(미정갤) 등 3곳을 분석했다. 이 3곳에 윤 대통령 체포일인 1월15일부터 서부지법 폭동이 벌어진 19일까지 27만4000건 넘는 글이 올라왔다. 윤 대통령 체포 이튿날인 1월16일 서부지법에서 구속영장 청구를 저지하자는 글과 서부지법 구조 분석 글이 올라왔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전날인 17일 공수처 차량의 차종과 번호, 18일 사진과 법원 담장 위치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게시됐다. 19일 새벽 구속영장 발부가 임박한 가운데 “폭력시위를 준비하자”는 글이 올라와 270여명 추천을 받았고, 이후 내부 진입 과정이 시시각각 게시글로 공유됐다.
 
 
▲연합뉴스 보도 제목 갈무리
▲연합뉴스 보도 제목 갈무리
 
해당 커뮤니티의 급성장 추이도 확인됐다. 일례로 미정갤 게시글 수는 지난해 11월 2547건에서 12월 2만3377건, 올해 1월 33만501건으로 급증했다. 지난 7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 사이트에 공개된 ‘국내 체류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의 특혜 근절 요청에 관한 청원’은 디시인사이드에서 빠르게 퍼졌고, 일주일 만인 14일 5만여명 동의를 받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연합뉴스는 이들 커뮤니티가 일본 극우 단체 ‘재특회’(재일조선인의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모임)와 유사점이 적지 않은 지적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