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이충재 칼럼] '대선 후보' 자기가 정한다는 윤석열 - 오마이뉴스

civ2 2025. 2. 28. 11:45
 
[이충재 칼럼] '대선 후보' 자기가 정한다는 윤석열
측근 인사들에게 대선 후보 점지했다는 소문 파다...윤석열에 포박된 국민의힘 '속앓이'
정치 이충재(h871682) 25.02.28 06:39ㅣ최종 업데이트 25.02.28 06:52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이 국민의힘 차기 대선 주자를 낙점했다는 이야기가 여의도에 파다하다. 구치소를 방문한 측근 인사들에게 자신이 밀 후보의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거명했다고 한다. 윤석열은 헌재 최후 진술에서 복귀 시 임기 단축을 시사하는 개헌을 언급했다. 탄핵 기각을 철석같이 믿고 있으니 그 때를 염두에 둔 발언이겠지만, 설혹 파면되더라도 자신이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윤석열이 낙점하겠다는 인물이 누구일지는 뻔하다. 자신이 가장 믿을 수 있고, 탄핵 반대에 가장 앞장섰던 사람일 것이다. 머지않아 닥칠 '명태균 게이트'를 비롯한 여러 국정농단 수사에서 자신과 아내 김건희를 보호해주고, 내란 재판에서 중형이 선고돼도 사면을 해줄 수 있는 이를 선택하겠다는 속내다.
 
멀쩡한 정권에서도 대통령의 후임자 낙점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전두환 군사독재 시대에나 가능했지, 민주화 이후에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 소문이 퍼지면 오히려 역효과가 났던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그런데 정권을 말아먹다시피한 윤석열이 차기 대선 주자를 고르겠다니 가당키나 한가.
 
옥중 메시지 통해 '상왕정치' 속셈
 
그럼에도 망상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상황이 단순하지 않다. 윤석열을 지키겠다고 나선 극렬 지지층의 위세가 망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말마다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강성 보수세력은 언제든 윤석열의 하명을 받들 태세가 돼있다. 이런 기세는 윤석열이 탄핵돼도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이 내란 사태 내내 공수처를 때리고, 법원을 공격하고, 헌재를 능멸했던 것은 바로 이런 노림수였다. 결집된 지지층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마리오네트'로 만들려 한 것이다. 처음에는 왜곡된 여론을 동원해 헌재 탄핵 심판에 압력을 넣으려는 속셈이었겠지만, 그게 어려워진 지금은 파면 이후까지 계산에 넣고 있다. 지속적으로 옥중 메시지를 발신해 '상왕정치'를 하겠다는 심산이다.
 
윤석열이 중심이 돼 치러지는 선거가 어떤 모습이 될지는 눈에 선하다. '종북 반국가세력' 척결을 기치로 내걸고, '부정선거' '중국개입' 등 음모론으로 선거판을 뒤덮으려 할 것이다. 내란 사태로 초래된 경제와 안보 위기 극복에 지혜를 모아야 할 조기 대선은 난장판이 되고, 경선 과정에선 극렬 당원들이 탄핵 찬성 후보들을 배신자로 낙인찍는 살풍경이 벌어질 것이다.
 
궁지에 몰린 건 국민의힘이다. 윤석열이 차기 대선 주자까지 낙점하겠다고 나서자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윤석열이 밀겠다는 인물이 대선 본선에서 중도확장력을 갖췄을 리 없다. 똘똘 뭉친 강성 지지층의 힘으로 경선을 통과하겠지만 대선 패배는 불을 보듯 명확하다. 그렇다고 윤석열의 뜻을 대놓고 무시하기에는 지지층의 압박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국민의힘이 오도가도 못한 처지가 된 것은 자업자득 측면이 크다. 당 전체가 윤석열 옹호에 앞장섰고, 의원들은 앞다퉈 극우 집회에 달려갔다. 윤석열이 늘어놓는 궤변을 앵무새처럼 따라하기 바빴다. 사과도 없고 승복도 없었던 마지막 진술을 보고도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하는 마당이다. 윤석열이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할 판이다.
 
윤석열은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모두가 자신이 쌓은 권력의 발 아래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고 여긴다. 그러니 여당인 국민의힘은 말할 것도 없다. 마음에 들지 않다고 갈아치운 당 대표가 도대체 몇 명인가. 한동훈 저서에는 비대위원장을 시켜놓고 취임도 하기 전에 사소한 오해로 그만두라고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윤석열에게 여당이든, 관료든, 검찰이든 모든 기구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심지어 자신의 지지층까지도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대상에 불과하다. 그에게 국민의 안정된 삶과 국가의 앞날은 관심밖이다. 여태껏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다. 윤석열은 결코 고쳐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