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간부 "국정원에 밉보이면 한 방에 날아갈 수도"
[김용판 10차 공판] 국정원 직원과의 수십차례 문자·통화 집중 추궁
13.11.07 21:34 l 최종 업데이트 13.11.07 21:34 l 유성애(findhope)

7일 열린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10차 공판(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김병찬 전 서울청 수사2계장이 수십차례 국정원 직원과 통화 및 문자 연락을 한 것에 대해 집중적인 신문이 오갔다. 검찰은 서울청 담당 국정원 연락관 안 아무개씨와의 통화·문자 내역을 제시하며 "분석 내용을 알려준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지난해 12월 11~16일 사이 김 전 계장과 안씨와의 통화 횟수는 무려 45회다. 지난달 15일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이같은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11일은 김하영씨의 오피스텔 대치가 시작된 날이고, 16일은 이례적인 한밤 기습 중간수사 결과가 발표된 날이다. 김 전 계장은 권은희 전 수서서 수사과장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록 수사에 개입하려했다"고 지목한 인물이다.

김 전 계장은 검사의 추궁에 해당 직원과 여러 차례 통화 및 문자가 오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수사 내용을 알려주지는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는 "(안아무개 연락관이) 수서서의 대치 상황에 대해 물어보길래, 나도 언론을 보고 아는 수준이라 직접 수서서에 물어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답했다"며 "국정원 직원은 가능한 멀리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매우 빈번한 연락 횟수에 대해 그는 "대부분 통화 수신거절 문자였다"면서 "14일 아침에 두 통화 했던 것은 보안전문요원 출발 및 도착 과정에 대한 협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해명했다. 검찰이 "회의 때 들었던 분석 상황을 문자 메시지로 알려줬던 것 아닌가", "메모장 파일 분석내용 알려주지 않았냐"는 질문에 김 전 계장은 "나는 그렇게 비상식적인 사람이 아니다, 그래도 수사를 18년 한 사람인데 알려줄 거면 직접 불러서 하지 멍청하게 문자로 남기겠나"라고 반발했다.

그는 검찰 조사 당시에 "국정원에 밉보이면 정보보고에 이상하게 쓰여 한 방에 날아갈 수 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법정에서 검사가 '한 방에 날아갈 수 있다'는 말의 의미를 묻자, 그는 "당시 나는 이미 총경으로 승진된 상태였지만 수사과장과 수사부장은 한 달 전 승진심사에서 누락됐다, 다음 심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국정원이 혹시 부정적으로 평가를 하면 또 누락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결국 경찰 간부의 승진이 국정원에 의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다.

그는 대치 상황 초기인 12일 0시3분 안씨와의 통화에 대해 설명하면서 "당신이 전화한 것을 봤을 때 (대치중인 사람이) 국정원 직원 맞는 것 아니냐고 물으니 (안씨가) 답변을 회피했다, 그래서 느낌상으로는 국정원 직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지만, 검사가 그 사실을 윗선에 보고했느냐고 묻자 "정확하지 않아 따로 보고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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