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건설사들 수자원공사에 포문 열었다
시사저널 | 엄민우 기자 | 입력 2013.11.28 17:45

지난 10월1일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전거를 타고 4대강 강변을 달리는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 이 전 대통령은 안전모와 고글을 착용한 채 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러나 4대강 공사에 참여한 당사자들 중 현재 웃고 있는 이가 이 전 대통령 외에 또 누가 있을까. 당시 시공사로 공사에 참여했던 건설사들은 "재미 좀 봤을 것"이라는 외부 시각과 달리 지금 울상이다. 116%에 달하는 공사 시행률로 오히려 적자가 예상되는 데다 과징금 폭탄을 맞고 덤으로 욕까지 듣고 있는 실정이다.

발주처인 한국수자원공사(수공)는 골병이 들었다. 4대강 공사로 정부에 통장을 내주다시피 한 수공은 8조원의 빚을 떠안고 '부채 공기업의 대표 격'으로 떠올랐다. 이런 와중에 수공 앞에는 또 하나의 '4대강 리스크'가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공사 과정에서 불합리하게 공사비를 떠안았다고 주장하는 대형 건설사들이 일제히 반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줄소송'이 그것이다. 4대강 공사로 빚더미에 앉은 수공이 또 한 번 큰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18일 낙동강 창녕함안보에서 수자원공사 직원들이 보 모니터링 작업을 하고 있다. 창녕함안보 시공사인 GS건설은 최근 수자원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 연합뉴스

MB 정권의 욕심이 화근이었다. 정부가 공사를 무리하게 진행하면서 부당하게 공사비를 떠맡았다며 건설사들이 차례로 소송에 나섰다. GS건설·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이미 소송을 제기한 상태고, 그 외에 시공사로 참여했던 다른 대형 건설사 두 곳도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규모도 엄청나다. 지금까지 진행된 건만 놓고 봐도 GS건설 외 9개 건설사가 제기한 소송 청구액이 226억원, 현대건설 외 2개 건설사 청구액이 224억원으로 모두 450억원이다. < 시사저널 > 은 4대강 시공사와 수공 간에 작성한 도급계약서 일부와 당시 공사 관련 주요 내용이 담긴 문건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177건의 4대강 사업 관련 소송 현황 자료를 입수했다. 수공은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내용과 상황으로 볼 때 녹록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 상당한 논란과 파장이 예상된다.

< 시사저널 > , 4대강 관련 도급계약서 입수

GS건설의 소송은 낙동강 18공구인 창녕함안보 공사에 대한 것이다. 해당 공사는 2009년 10월 시작해 2012년 6월 끝났다. GS건설의 소송 내용은 크게 7개 항목으로 돌관 공사비 146억원, 퇴적토 준설 28억원 등 모두 226억원에 달한다. GS건설 외에 삼부토건·KCC건설·LIG건설 등 9개 건설사도 함께 원고로 참여했다.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돌관 공사비'다. 돌관 공사란, 단기간에 인력과 물자를 집중 투입해 공사를 마무리하는 공법으로 보통 공사 기간을 줄이기 위해 쓰인다. 당연히 인력과 비용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GS건설 측은 돌관 공사를 하며 추가로 들어간 비용 등이, 특히 수공 때문에 진행했던 가물막이 절단 과정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가물막이는 강가 등 물이 인접한 곳에서 공사를 할 때 현장에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하는 일종의 가설 구조물이다. 공사 현장으로 물이 들어오게 되면 포클레인 등 현장에 있던 장비 등을 모두 옮기는 등 추가 작업이 발생하기 때문에 공사 기간이 자연스레 늘어나게 된다. GS건설은 이를 우려해 홍수 시에도 공사가 가능하도록 11.5m로 높게 가물막이를 설치했다. 해당 공사는 당초부터 공사 기간이 짧게 주어져 홍수 시에도 일을 해야 공사 기간을 정상적으로 맞출 수 있었다. 따지고 보면 GS건설이 높은 가물막이를 설치한 것은 MB 정권이 임기 내 4대강을 끝내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 기간을 앞당겨 잡은 탓이었다.

GS건설은 이후 가물막이의 높이를 11.5m에서 5m로 낮췄다. 발주처인 수공 측에서 가물막이가 높으면 상류에서 침수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자를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GS건설은 이에 인력과 시간을 투입해 가물막이를 잘라냈다. 그러나 결국 그것이 화를 불렀다. 우려했던 대로 2010년과 2011년 여름에 물이 넘쳐 공사가 중단되는 바람에 6개월이라는 시간을 낭비했다.

애초 11.5m의 가물막이를 설치했던 GS건설은 억울했지만 결국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돌관 공사에 들어갔다. GS건설 관계자는 "수공의 지시가 없었다면 우리가 굳이 돈 들여서 만든 가물막이를 자를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당시 과다한 비용이 투입된 만큼 설계비 변경을 해줄 것을 수공에 요청했으나 묵살당해서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공 측은 공사 도중 지시 여부에 대해 "지시 여부 부분들은 법정에서 살펴볼 것이고 지금 언급할 바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D사와 S사도 소송 위해 변호인 접촉

소송 내용 중 두 번째로 규모가 큰 항목은 퇴적토 준설 작업으로, 그 액수가 28억원이다. 이는 공사 과정에서 나오는 모래를 인근 농지로 보내는 작업이다. 퇴적토 준설 작업은 홍수가 발생하면 상류 모래가 하류로 와 퇴적이 되기 때문에 홍수기가 지나고 갈수기에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GS건설은 홍수기를 피해 공사를 하겠다고 의견을 냈다. 그러나 수공은 목표 공정을 달성해야 한다며 무리한 준설을 요구했다. 이때도 역시 공사를 빨리 끝내고 싶어 하는 당시 정부의 욕심이 작용했다. GS건설은 당시 "홍수가 나면 다시 준설해야 되니까 시공사인 우리가 다 부담할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으나 역시 거절당했다고 한다. GS건설 관계자는 "지금 진행 중인 태국 물 사업도 수공과 함께 들어간다. 앞으로도 우리는 수공과 함께 일해야 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입장인데도 결국 이런 (소송) 결정을 하게 됐다. 소송까지 오기 전 수공에 양해를 구했음에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현대건설도 최근 수공을 피고로 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22공구인 대구 달성보 공사에 관한 건으로 쌍용건설·현대엠코와 공동으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 내용이나 액수는 GS건설과 비슷하다. 발주처인 수공으로부터 설계 변경으로 인정받지 못한 공사비가 모두 367억4400만원이다. 그러나 10여 곳에 달하는 시공사 중 세 곳만 소송을 진행하게 돼 각 사 지분율에 상당하는 금액인 약 224억원(현대건설 176억원, 쌍용건설 29억원, 현대엠코 18억원) 등을 청구했다.

현대건설의 최초 공사 도급 금액은 총 3383억원이었으나, 공사가 진행되며 3372억원으로 오히려 깎였다. 공사 기간이 1년이나 연장되고 수공의 요청으로 설계 변경을 거쳤음에도 오히려 공사비가 11억원 감액된 것이다. 현대건설 측은 "오죽하면 이렇게 (소송을) 했겠느냐. 고육지책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현대건설 소송의 주요 항목은 바닥 보호공 공사 부분이다. 수공이 공사 중간에 설계에도 없던 바닥 보호공 추가 시공을 요구했고, 이로 인해 돈이 더 들어갔다는 것이다. 수공의 요구로 공사비가 증액됐다는 점에서 GS건설과 비슷하다.

2009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살리기 사업관을 둘러보고 있다. ⓒ 청와대 제공

수공 "턴키 계약이기 때문에 한 푼도 못 준다"

건설사들의 주장에 대한 수공의 입장은 간단했다. "'턴키 계약'이었기 때문에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턴키 계약이란,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든 과정을 시공사가 도맡아 책임을 지고 발주처는 전체 액수 및 입찰 과정만 관여하는 계약 방식이다. 항만·도로 건설 등 대규모 공사는 대부분 턴키 방식으로 계약을 진행한다. 즉 수공의 논리는 "턴키 방식으로 계약한 만큼 공사비 증액 또한 시공사가 알아서 할 문제"라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시공사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공의 주장대로 턴키 방식 공사라면, 발주처가 공사 중간에 가물막이를 자르라고 요구하는 것도 앞뒤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도급계약과 관련한 조항이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시사저널 > 이 입수한 이번 4대강 시공사와 수공 간 도급계약서 내용에 따르면, '정부의 책임 있는 사유나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 사유'에 대해서는 공사 계약금을 증액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또 구체적으로 그러한 사유에 대해 '발주기관의 필요에 의한 경우이거나 계약 당사자 누구의 책임에도 속하지 않는 경우'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계약 내용대로라면 시공사의 가물막이 공사나 바닥 보호공 공사가 수공의 요구로 이뤄졌을 경우 턴키 계약이라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면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공사들은 하나같이 "당시 수공이 현장에서 지시를 내렸다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민주당은 MB정부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대운하 건설 사업은 애초에 100조원 규모의 사업이었다. 그러나 국민저항에 부딪혀 22조원으로 예산을 줄여 4대강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여전히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공사를 하다 보니 공사비가 부족하게 됐고 이 때문에 공사비가 더 들어가게 됐다는 것이다. 국토위 소속의 민주당 임내현 의원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하다가 자연스레 커진 공사비를 수공이 건설사에 떠넘기면서 발생한 문제다. 이런 공사비 후려치기 관행을 막기 위해 실적공사비 제도 등 입법 보완을 추진 중이다. 4대강을 둘러싼 온갖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들과 내용을 공유하며 풀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대로 간다면 수공은 전액은 아니더라도 일부 공사비는 물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게다가 수공은 이미 수많은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4대강 사업 관련 소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수공에 제기된 크고 작은 소송이 177건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이미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대형 건설사 D사와 S사 역시 현재 진행 중인 소송 결과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변호인 선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불경기로 궁지에 몰린 건설사들이 과거에 당했던 '공사비 후려치기'에 대해 반격에 나선다면 2개 공구에서 진행되는 소송이 어디까지 번질지 알 수 없다. MB 정권의 무리한 공사 진행으로 생긴 부작용이 당시 참여한 건설사들을 거쳐 부메랑이 돼 수공으로 돌아오고 있다.

엄민우 기자 / mw@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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