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35119.html?_fr=mt3
관련기사 : 청해진 직원, 청와대 신문고에 ‘청해진 위험’ 고발했었다 -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34965.html

청와대 신문고가 없다고?
등록 : 2014.04.29 21:40수정 : 2014.04.29 22:43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화면
 
현장에서
 
언론사 기자로 일하다 보면 이따금 마주치는 어떤 시민이 있다. 여기저기 도움의 손길을 요청해본 뒤, 그래도 억울함이 풀리지 않아 마지막으로 기자를 찾는 이들이다.
 
세월호 침몰사고 취재 과정에서 만난 취재원 ㄱ씨가 그런 사람이다. 세월호가 속한 연안여객선업체 청해진해운에서 10여년간 일한 그는 지난해 스스로 회사에서 나왔다. 직원 처우는 형편없었고, 나아지리라는 전망도 보이지 않았다. 회사 쪽은 청해진해운의 불법적 선박운항 행태에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한 그에게 밀린 수당과 퇴직금 일부를 주지 않았다. ㄱ씨는 회사의 행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힘센 기관’을 찾아 밀린 임금과 퇴직금이라도 받아내고 싶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고용노동부(고용부)였다. 고용부에서는 ㄱ씨의 임금체불 민원을 신속히 처리해주지 않았다. ㄱ씨는 몸이 달았다. 자신의 임금조차 떼어먹으려는 청해진해운이 얼마나 나쁜 회사인지 설명하려고 그는 A4 용지 11장에 걸쳐 이 회사의 각종 비리 의혹을 적었다. 그리고 더 ‘힘센 기관’을 찾았다. 그가 “고용노동부보다 높은 곳”이라 여긴 곳이 청와대다. 인터넷에서 ‘청와대 민원실’을 열심히 찾았다. 맨 앞줄에 ‘(국민)신문고’라는 익숙한 단어가 나타났다. ㄱ씨는 이렇게 ‘청와대 신문고’를 찾아 자신이 직접 경험한 청해진해운의 어두운 면을 고발했다.
 
청와대 신문고에 청해진해운을 고발한 뒤 석달이 지났다. 자신이 일하던 회사의 선박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ㄱ씨는 마음이 아팠다. 힘센 기관이라는 청와대, 아니면 고용부의 단 한명이라도 자신이 올린 “청해진해운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유심히 살폈더라면…. 이게 그가 <한겨레> 기자를 만나 청와대 신문고 민원 제기 사실을 털어놓은 이유의 전부다.
 
<한겨레> 보도(▷ [단독] 청해진 직원, 청와대 신문고에 ‘청해진 위험’ 고발했었다)가 나간 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별도 브리핑을 열어 이렇게 말했다. “기사에 나온 민원인은 국민권익위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청와대 신문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민 대변인을 위해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화면(사진)을 소개한다. ㄱ씨는 민 대변인 브리핑 직후 “‘국민권익위원회’라는 곳의 이름은 처음 들어본다”고 전해왔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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