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93090

"그동안 한 번도 안 울더니...해경 해체? 문패 바꿔달기냐"
박 대통령 '눈물의 담화'에도 유족·생존자 '냉랭'... 국면 전환용 의혹
14.05.19 12:20 l 최종 업데이트 14.05.19 13:22 l 박소희(s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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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 흘리는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 발표 도중 의로운 희생자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연합뉴스

세월호 침몰사고 34일 만인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는 해양경찰해체 등 강도 높은 개혁을 약속하는 한편 몇몇 희생자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관련기사 : "구조 실패한 해경 해체하겠다 사고 대처 최종 책임은 대통령")

하지만 이날 <오마이뉴스>와 통화한 몇몇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대부분 시기가 늦었고, 내용면에서 아쉽다고 지적했다.

[단원고 유족] "그동안 한 번도 안 울더니... 국면전환용"

단원고 고 박수현군의 아버지 박종대씨는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매우 비판적이었다. 그는 박 대통령의 눈물을 "악어의 눈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동안 한 번도 안 울다가, 사람들이 그렇게 애도를 표해도 눈물 하나 안 흘리지 않았습니까. 또 34일 동안 한 게 없습니다. 이때껏 입 꾹 다물고 있다가 이번에 한 번 담화문 발표하고 질문도 안 받고 아랍에미리트에 나가는 것 자체가…(6·4 선거를 의식한) 국면전환용이죠. 진정성이 있다면 왜 지난 9일 청와대에 갔을 때 '나중에 얘기하자'며 따뜻한 물 한 잔 못 갖다 줬습니까."

해경 해체안에도 탐탁찮아 했다. 책임도 제대로 묻지 않은 상태에서 해경을 해체해봤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박씨는 어차피 해체된다고 해도 거기 있던 사람들이 (국가안전처)로 자리를 옮길 텐데, 문패가 바뀐다고 얼마나 효과가 있겠냐"고 되물었다. 여전히 해경의 책임을 묻는 일은 "전혀 진도가 안 나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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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개 떨군 세월호 유가족 대표단 세월호침몰사고 한 달째인 16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유가족 대표단이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을 마치고 나와 기자회견을 하던 중 고개를 떨구고 있다. ⓒ 이희훈

[승무원 유족] "해경 해체? 문패 바꿔달면 그게 그것"

박근혜 대통령이 이름을 언급한 승무원 희생자 중 한 명의 유족 A씨 역시 "솔직히 시민들은 해경 해체해도 잘 모른다, 문패 바꿔달면 그게 그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이런 일로 (시스템이) 갑자기 달라지지도 않을 것"이라며 "나중에 또 다른 허점이 나타나면 진짜 많이 화가 날 것 같다"고 했다. 

대통령이 제시한 대안 자체가 '탁상공론' 아니냐는 우려도 내비쳤다. 그는 "담화문 내용이야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서 연구한 결과이겠지만, 우리나라 현실을 생각해보라"고 했다. "최고 높은 자리에 있어도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고 그냥 회의에서 보고받고 결정하는 식으로 나온 것일 수 있다"는 얘기였다. 

A씨는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저도 울컥했다, 진정성은 느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좀 더 빨리 했으면 더 좋지 않았겠냐"며 "아무래도 선거에 맞춰 딱 뭔가 나오고했던 관행이 있다보니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면서 대국민 사과의 시기를 아쉬워했다.

[생존자] "생존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보이질 않아"

생존자들은 내용의 부족함을 꼬집었다. 화물기사 최은수씨는 "대국민담화 자체야 괜찮았지만, 보상문제나 생계지원부분이 구체적으로 안 나왔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화물기사들은 대부분 이번 사고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현재 입원 중인 최씨도 당장 화물트럭 할부금에 각종 공과금 문제 등으로 걱정이 태산이다. 그는 "정신이 없어서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도 솔직히 모르겠다"며 "먹고 살아야 하니 (곧 퇴원해서) 움직이면서 치료를 받든가 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단원고 장아무개 학생의 아버지 장동원씨는 "교육 관련 내용은 다 빠졌다"며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부 자료를 보니 교육안전 예산이 최근 급감했던데 이런 내용은 담화문에 없었다"며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교육안전 등) 이 나라 안전교육의 전반적인 방향을 어떻게 할지 답을 줘야하지 않냐"고 말했다. 또 "유족들도 있지만 생존 학생이나 일반인 생존자에 대한 관심이나 그들에게 어떤 지원을 할지가 안 보였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단원고 유가족대책위원회은 19일 안으로 생존자 가족, 진도에 남아있는 실종자 가족과 논의를 거친 뒤 대통령 담화에 대한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유경근 대변인은 "내일 오전쯤 관련 입장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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