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가는 시민들, "이번엔 4.11 혁명이다"
<뷰스칼럼> "투표 당일 괴한들이 선관위 건물 습격한 꼴"
2011-12-05 15:02:58           

"오프라인에 비유해본다면 선거관리위원회 건물이 투표 당일날 괴한들에게 습격을 받아서 난장판이 벌어진 것과 똑같은 상황이다. 곧 대의민주주의 자체를 못 하게 하겠다라고 하는 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그런 결과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가 MBC <시사매거진 2580>과의 인터뷰에서 한 비유다. 

1987년 4월, 전두환 정권의 지시로 안기부가 백주대낮에 정치깡패들을 동원해 각목으로 통일민주당의 지구당 창당을 방해하던 '용팔이 사건'이 연상되는 비유다. 그러나 민 교수가 정확히 지적했듯, 상황은 더 심각하다. '용팔이'가 강력한 야당의 출범을 막기 위해 폭력을 행사했다면, 이번 중앙선관위 사이버테러는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인 투표 자체를 방해한 중차대한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SNS 상에서는 이번 사태를 이승만 정권 말기의 '3.15 부정선거'에 비유하는 시각이 더 많다. 자유당 정권처럼 정권이 붕괴될 수도 있는 심각한 사태 발발이란 지적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대응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홍준표 대표는 "개인 돌출행위"로 규정했다가 비난여론이 일자 4일 뒤늦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나 본인이 하지 않고 대변인을 통해서 마지못해 했다. 최구식 의원은 기껏 당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아직 대국민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최 의원실은 <조선일보>를 통해 '북한 소행 의혹' 등을 제기해 불타는 여론에 기름을 붓기까지 했다. 

더욱이 한나라당 수뇌부는 민주당이 요구하는 '국정조사' 및 '특검'은 강력 반대하고 있다. 정부당국의 수사가 진행중이니 지켜보자는 거다. 지독한 '정치 불감증'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을 감싸온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위원조차 5일 칼럼에서 "한나라당도 당에선 누구도 연루되지 않았다며 선을 긋는다. 하지만 이런 불끄기가 안 통한다는 건 본인들이 더 잘 알 것"이라며 "어떤 수사결과가 발표된들 국민이 다 믿어줄지 의문"이라고 개탄할 정도이나, 한나라당 수뇌부는 '개인 돌출행동'이란 수사 결과만 학수고대하는 분위기다. 

반면에 일선 의원들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남경필 최고위원은 트위터에 "이러다 혁명 당한다", 홍정욱 의원은 "이제 디도스까지...몰상식의 정점"이라고 극한 위기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다가 선거도 치르기 전에 공중분해되는 게 아니냐"는 비명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친박 권영세 의원은 5일 트위터에 "이번 디도스 건은 야당의 주장이 다소 무리한 것이라도 다 수용해야 한다. 말 그대로 국기를 흔드는 사건으로 국조든 특검이든 뭐든 해서 한 점 의혹없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절규했고, 심지어는 친이 전여옥 의원조차 "한나라당은 야당의 국조요구등 조사에 관한 것이라면 다 받아들여야 한다"고 가세했다. 적당히 덮고 넘어가려는 식으로 대응했다가는 내년 총선때 한나라당이 참패하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 궤멸할 것이란 동물적 위기감이 작동한 모양새다. 

어쩌면 정부여당 수뇌부는 이미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특검이나 국정조사에 반대하는지도 모른다. 한 재선 의원은 <연합>에 "수상한 점이 많다. 당이 아니라도 국정원 같은 기관에서 개입한 게 드러나면 나라가 뒤집힌다"면서 "당이건 여권이건 연루된 점이 드러나면 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기까지 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현재 상황을 '탄핵 역풍' 때에 비유한다. 하지만 그때보다 상황은 더 나쁘다. 그때는 박근혜 대표가 나서 "한번만 기회를 더 달라"고 호소, 보수세력의 견제심리를 자극함으로써 121석이나마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다수 국민이 집권세력에 느끼는 불신은 '묵은지'와 같다. MB 4년동안 쌓이고 쌓인 분노가 폭발직전이다. 이런 와중에 중앙선관위 사이버테러라는 자유당 정권이래 초유의 투표 방해 공작이 터져나온 것이다.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는 4.19 혁명을 자초했고 그렇게 자유당 정권은 붕괴했다. 지금 트위터 상에서는 "이번엔 4.11 혁명"이라는 소리가 폭죽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4.11 총선때 투표혁명으로 응징하겠다는 거다. 4.11 총선까지는 이제 불과 128일 남아있다.

거대공룡 한나라당은 지금 "어,어"하는 신음소리만 내면서 둔탁하게 쓰러지는 모양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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