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08564.html

‘MB사돈’ 강용석 이번엔 여 아나운서 주소 공개
[하니Only] 김외현 기자   등록 : 20111205 14:37 | 수정 : 20111205 21:18
   
100명 주소 담긴 ‘성희롱 소송’ 판결문 블로그에 올려
“스토킹 두려운데…번지·동·호수까지 모두 공개”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재판을 받고있는 강용석 의원(무소속)이 아나운서들의 주소를 공개해 아나운서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강 의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블로그에 성희롱 발언 관련 민사소송의 판결문을 올렸다. 한국아나운서연합회가 강 의원을 상대로 낸 위자료 지급 청구소송과 여자 아나운서 100명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판결문으로, 앞서 24일 서울 남부지법 민사15부(부장 함상훈)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강 의원의 발언이 여성을 비하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 내용이 한국아나운서연합회와 아나운서 개개인을 특정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강 의원은 자신이 이긴 재판 내용을 공개해 자신의 정당함을 항변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강 의원이 공개한 이 판결문에 원고인 여성 아나운서 100명의 주소가 담겼다는 점이다. 한 아나운서는 4일 <한겨레> 기자에게 “여성 아나운서들은 이른바 ‘스토킹’을 당하는 경우가 많아 신상 공개가 매우 조심스럽다”며 “강 의원이 번지·동·호수까지 주소를 공개해 공포감을 느낀 동료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 아나운서는 “변호사인 강 의원이 이런 문제를 몰랐을 리 없다. 고의성이 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강 의원의 블로그에 판결문이 올라온 뒤 오래지 않아 주소 공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댓글이 달렸고, 10여분 뒤 주소가 적힌 부분은 삭제됐다. 그러나 이미 많은 누리꾼들이 이 자료를 퍼나른 뒤였다. 한국아나운서연합회 쪽은 지난 며칠동안 인터넷의 각종 게시판 및 블로그에 퍼나른 주소 정보를 삭제하느라 진땀을 뺀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출력물이나 파일 상태로 갖고 있는 이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돼 모두 수습했다고 할 수 없어 안타깝다”며 “주소 공개 사태에 대해선 강 의원을 상대로 추가적인 법적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 의원은 아나운서를 모욕했다는 등의 혐의로 고발돼 형사 소송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으며, 현재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강용석 무리수’ 도대체 왜?…“인지도 끌어올리기”
‘박원순 패러디’ 하려 최근 수염 기르기도
박원순·안철수 때리기…<개콘> 상대 고소

강용석 의원(무소속)은 지난해 7월 “아나운서 하려면 다 줄 생각을 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 한동안 언론에 나타나지 않다가, 지난 8월31일 국회에서 제명안이 부결되면서부터 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했다.

강 의원은 10·26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학력 의혹 등을 집중 제기했고, 선거가 끝난 뒤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물고늘어지고 있다. 최근엔 지난달 30일 안 원장 부부의 서울대 정교수 채용 과정에 특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에서 “국회의원이 되는 건 아주 쉬워요. 집권 여당의 수뇌부와 친해져서 집권 여당의 공천을 받아 여당의 텃밭에서 출마하면 돼요”라고 한 개그맨 최효종(25)을 국회의원 집단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가 취하하면서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강 의원 스스로는 아나운서를 ‘집단 모욕’했다는 자신의 혐의가 부당하다는 항변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일한 고소인인 강 의원이 국회의원을 대표할 수 있느냐는 관점에서 ‘집단 모욕죄’ 고소는 애초부터 성립할 수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나운서들의 고소 과정에선 강 의원이 ‘전체 의견이 맞느냐’며 아나운서 개개인의 서명·인감 제출 요구해 아나운서들이 이에 응한 바 있다.

강 의원은 최씨에 대한 고소 취하 과정에서 나흘가량 수염을 길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최씨와 함께 ‘고소 취하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박원순 시장의 수염을 흉내내려 했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지난 9월 안철수 원장과 후보를 단일화하면서 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나타나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러나 최씨가 공동기자회견에 응하지 않으면서 강 의원의 ‘패러디’ 시도는 결국 무산됐다.

이명박 대통령과 사돈지간인 강 의원은 자신의 행보에 대해 “내년 총선에서 국회의원이 되지 않아도 좋다. 이왕 죽는 것 잘 죽어야 한다”며 “인지도를 최대한 끌어올리려고 한다”고 말한다고 한다. 그러나 ‘성희롱 의원’으로 낙인찍힌 강 의원의 정치적 앞날은 낙관하기 힘들다는 관측이 많다. 민사소송은 기각됐지만 형사소송 1심, 2심에선 유죄 판결을 받아, 의원직 상실 및 피선거권 박탈을 염려해야 하는 것도 그가 마음놓을 수 없는 현실이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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