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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앞에서는 “한번만 더 기회를...” 뒤에서는 세월호 국조 ‘나 몰라라’
박상희 기자 psh@vop.co.kr 발행시간 2014-06-02 20:10:50 최종수정 2014-06-02 20:10:50

부산 곳곳 ‘박근혜 눈물’ 현수막 내건 새누리당... 막판 읍소론?
부산 곳곳 ‘박근혜 눈물’ 현수막 내건 새누리당... 막판 읍소론?
6.4지방선거를 불과 이틀 남겨두고 부산시장 선거가 혼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1일 김무성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이 부산 영도에서 도와달라는 1인 피켓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서병수 부산시장 후보 캠프

6.4 지방선거를 이틀 앞두고 새누리당이 연일 '읍소 작전'을 펼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여파에 대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자 아예 납작 업드리면서 '한번만 더 기회를 주면 다 바꾸겠다'고 애원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작 세월호 국정조사는 내팽개치고 선거운동에만 몰두하고 있어 표를 얻기 위한 '악어의 눈물'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말로만 '도와주십시오'?

새누리당 지도부는 2일 오전 '접전'을 펼치고 있는 경기지사 선거 지원 차 수원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서청원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이 거듭 머리를 숙였다. 서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킬 수 있도록 기회를 다시 한번주길 간곡하게 부탁한다"며 "이번 선거는 새누리당이 경기도를 사수함으로써 박근혜 정부가 나머지 임기를 안전하게 채우느냐, 아니면 나락으로 빠지느냐를 가르는 중요한 선거"라고 호소했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총동원된 일종의 '도와주십시오' 유세는 지역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다. 김무성 위원장도 같은날 오전 영도구에서 '도와주십시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유세를 벌였다. 지난 주말엔 이완구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비롯 김무성·황우여·이인제 공동위원장도 천안 아산, 부산역, 인천 터미널 등 각 지역에서 피켓 하나만 들고 1인 유세를 진행했다.

윤상현 사무총장과 김세연 종합상황실장, 나경원 서울시 공동선대위원장 등 주요 당직자들도 서울광화문 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도와주세요. 대한민국을 믿습니다', '도와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습니다'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유세를 벌였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실제 행동은 '다 바꾸겠다'는 호소와 전혀 달랐다. 새누리당은 '다 바꾸는' 출발점이 되어야 할 세월호 국정조사의 첫날부터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 이날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는 첫 일정으로 진도 팽목항에 내려가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을 만날 계획이었으나, 새누리당 의원들이 돌연 불참하면서 야당 의원만 참석했다.

야당은 새누리당이 4일 있을 지방선거가 끝나고 난 이후에야 국정조사에 나서려하고 있다고 보고있다.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김현미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팽목항 현장 대책본부에 전화해 일정이 있어 5일에 가겠다고 얘기했다"며 "아무런 상의도 없이 못 가겠다고 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야당 국조특위 위원들은 성명을 통해 "(새누리당 심재철)특위위원장이 야당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일정상의 이유로 진도일정을 5일로 연기한다'고 통보했다"며 "새누리당이 야당과 일절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도행을 취소한 것은 국민의 시야에서 진도의 모습을 감추려는 의도적 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커지자 국조특위 심재철 위원장은 "가족들이 다시 날을 받아서 오라고 했다"면서 "현지에서 저희가 오는 것을 원치 않아서 가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오늘 새벽 12시 반쯤 현지에서 결정돼 연락이 왔는데, 밤이고 시간이 너무 늦어 위원들에게 연락하지 못했고 아침에 만나서 얘기하면 되리라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의사봉 치는 심재철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
의사봉 치는 심재철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에서 심재철 위원장이 의사봉을 치고 있다.ⓒ양지웅 기자
 
그러나 정작 가족들의 입장은 달랐다. 유경근 유가족 대책위 대변인은 "가족들이 요청한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일정이 변경이 됐다"고 심 위원장의 해명을 반박했다. 유 대변인은 "일정이 5일로 변경됐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저희는 그런 걸 요청한 적이 없다"면서 "그런 이야기가 나와서 봤더니 진도군청에 있는 정부 측 범대본(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서 저희 가족들에게 일정이 변경됐다, 가족들에게 그렇게 연락을 받았다고 얘기를 했다는데, 저희 쪽에선 아무도 그런 얘기를 한 사람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방선거에 영향 미칠까봐 뒤로 미뤄놓는 것이라고 밖에.."

새정치연합 등 야당은 새누리당이 세월호 참사의 여파를 줄이기 위해 겉과 속이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질타했다. 박범계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가 지방선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만 고민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고 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의 속내는 '잊고 싶습니다'라고 자백한 꼴"이라고 비난했다.

통합진보당 세월호 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이상규 의원도 "말로는 성역없는 진상조사를 한다고 했지만 새누리당의 진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며 "새누리당은 진상조사에는 마음이 없고 세월호 참사의 문제가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까봐 뒤로 미뤄놓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지금 전국 곳곳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도와주세요’라며 1인시위를 하고 있는데 하지만 세월호 유가족과 한 약속도 지키지 않고 세월호 유가족조차 돕지 않는 새누리당에게 누가 관심을 갖겠느냐"고 꼬집었다.

야권은 이번 선거가 세월호 참사를 빗은 정부여당을 심판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더욱 강조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잊지 않겠습니다. 국민을 지키겠습니다'라는 내용으로 투표 독려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문자 파도타기'를 비롯, 각 지역 후보자 등의 핸드폰 초기 화면을 노란색 바탕에 세월호 참사 실종자 16명을 상징하는 화면으로 바꾸기로 했다. 또 유세 마지막 날인 3일 오전에 16분 간 '침묵 유세'를 벌이기로 했다. 이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날짜인 '4월 16일'과 실종자 숫자 '16명'을 상징화한 것이다.

통합진보당도 "박근혜 정부는 가라앉은 배 안에서 국민이 살려달라 외칠 때 무엇을 도와주었나"라며 "국민 생명은 안중에도 없고 대통령 지키기에만 목을 매는 정권은 심판의 대상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희 대표는 최근 유세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후 다른 대한민국 만들겠다더니 국정기조 전혀 바꾸지 않겠다고 청와대 안보실장 인사로 국민들에게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진지한 반성도 인적 개편도 없는 이 오만한 정권 심판해 달라"고 호소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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