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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근혜 풍자’ 그림에 통화내역 확인에 지문검사까지
옥기원 기자 ok@vop.co.kr 발행시간 2014-06-03 22:20:37 최종수정 2014-06-03 22:36:51

세월호 풍자 그림
세월호 풍자 그림
1일 오전 강원 춘천시 명동 지하상가 내 화장실에서 세월호 사건을 풍자하는 내용의 그림이 그려졌다.ⓒ뉴시스

세월호 풍자 그림을 공공화장실에 그려 경찰 조사를 받았던 손모(29)씨가 “경찰이 수사도중 통화내역을 확인하고, 차량 내부의 지문검사를 하는 등 과잉 수사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손씨는 1일 오전 춘천 지하상가 남녀화장실 벽면 등에 ‘DECIMATOR OF THE SEWOL(세월호 대량 학살자)’이라는 글과 박 대통령과 세월호가 포함된 그림을 그렸다. 세월호 풍자그림 옆에는 이화작가가 제작한 박근혜 대통령 풍자스티커 또한 부착됐다. 손씨는 그림을 그리던 도중 상가 경비원에게 적발됐고 경찰에 넘겨졌다. 강원 춘천경찰서는 이날 세월호 사고를 비판하는 내용의 그림을 벽면에 그린 손씨를 재물손괴 및 공용건조물 침입 등의 혐의로 입건해 조사를 벌였다.

세월호 풍자 그림을 그린 손씨는 “경찰은 체포 이후 손씨 핸드폰의 통화내역을 확인하고, 차량 내부의 지문검사를 하는 등 과잉 수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손씨에 따르면 이화작가가 샘플로 보내준 스티커 중에 북한 정권을 풍자하는 스티커가 포함돼 있었다. 이화작가의 북한 풍자 그림은 유명블로그 등을 통해 소개가 됐던 작품이다. 손씨는 “수사를 진행하던 경찰 사이에서 ‘배후가 있는 거 아니야?’, ‘다른 목적이 있는 거 아니야?’등의 대화가 오가는 것을 들었다”며 “북한 풍자 스티커가 발견된 이후 마치 북한에서 내려온 듯 조사를 벌여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 수사 상황을 설명했다.

또 경찰은 수사도중 손씨 휴대폰의 통화내역을 확인하고, 차량 내비게이션 검사와 차량내부의 지문검사까지 했다는 것이 손씨의 주장이다. 손씨는 “죄목은 재물손괴인데 마치 중대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처럼 수사가 이뤄졌다”며 “지난 달 방문하지 않았던 행선지의 방문 이유까지 묻는 등 공안수사나 다름이 없었다”고 말했다.

손씨는 “경찰이 그림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추가 죄를 물으려 하고 있다”며 “개인의 창작행위에 정치적 의미를 덧입혀 왜곡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춘천경찰서 형사과장은 손모씨 과잉 수사를 묻는 질문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사가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그는 “‘배후가 누구냐‘ 등의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차량 내비게이션 조사와 휴대폰 통화내역 조사, 차량 지문 검사 등은 시행한 게 맞지만 이동경로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였다”고 해명하며 “수사가 종결된 이후 브리핑을 통해 공식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풍자그림 그린 손모씨 인터뷰

세월호 비판 그림을 그린 이유는?

세월호 사고의 빠른 수습을 바라는 마음으로 ‘행동’했던 것이다. 세월호 사고에서 보고 느꼈던 비판적인 감정 또한 섞여있다. 어떤 사람은 집회에 참석하고, 봉사활동을 하듯이 나 역시 미술을 공부했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그림으로 행동했다. 
 
대통령을 비판하려는 목적은 없었다. 공간의 제약 때문에 가장 상징적인 대상인 대통령을 그려 넣었던 것뿐이다. 경찰 출동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도망쳤지만 당당했기 때문에 돌아왔고, 경찰 수사를 받았다.

경찰 수사는 어떻게 진행됐나?

수사도중 경찰이 핸드폰 통화내역을 확인했다. 차량 내비게이션도 떼어갔고, 심지어 차량 내부 지문 검사까지 했더라. 경찰들 사이에서 ‘다른 목적이 있는게 아니야’는 대화들이 이어질 때 마치 내가 중대범죄로 조사를 받는 것 같았다. ‘5월 달에는 내 차량이 골프장 근처에서 목격됐는데 왜 골프장에 방문했느냐’는 질문도 받았다. 죄명은 죄물손괴인데 마치 공안몰이 하듯 수사가 진행돼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았다.

이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공공시설에 그림을 그렸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을 받겠다. 하지만 공안몰이식 수사를 통해 추가 죄를 뒤집어 씌우려하는 것은 절대 받아드릴 수 없다. 합법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장소를 찾아 지속적으로 그림을 그릴 계획이다.

더 하고 싶은 말은?

개인 취미생활까지 경찰이 사사건건 개입하며 수사력을 낭비하고 있다. 그리고 그림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추가 죄를 물으려 하고 있다. 경찰은 그림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평론가가 아니다. 개인의 창작행위를 정치적 이미지를 덧입혀 왜곡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번 사건으로 혹시라도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있다면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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