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641797.html?_fr=mt2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 한나라당 ‘차떼기 대선 자금’ 배달책 전력
등록 : 2014.06.10 21:25 수정 : 2014.06.11 11:09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3일 청와대에서 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병기 주일본대사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병기 후보자는 누구?
2004년 총선 때 공천 탈락 사유돼, ‘비서’와 ‘참모’ 오래한 외교관 출신
‘외교·안보 분야의 비둘기파’ 평가 2007년 경선부터 박 대통령 최측근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병기(67) 주일대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안보 인맥에서 사실상 ‘좌장’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외교관 경력에 기초해 정부와 청와대 및 국정원, 그리고 ‘여의도 정치’까지 두루 거친 풍부한 경력이 장점으로 부각된다. 반면 옛 한나라당 불법대선자금 사건 당시 거액을 전달한 이력들은 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면 노신영 전 총리(1982~85년 안기부장) 이후 30년 만의 ‘외교관 출신 정보기관장’이 된다. 국정원이 군 출신인 남재준 전임 원장 때와 어떻게 달라질지 주목된다.

그를 잘 아는 한 정치권 인사는 “이 후보자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비둘기파’에 가깝다. 외교관 출신답게 이런저런 고려를 많이 하고, 극단적인 주장을 절대 펴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대북관계에 있어서도 군 출신이었던 전임 남 원장보다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갖췄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하지만 최근 강경 일변도로 치달은 남북관계 속에서 그의 성향이 제대로 드러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안보분야의 컨트롤타워에 여전히 군 출신 대북 강경파인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버티고 있어 운신의 폭도 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 후보자는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박근혜 캠프’에 전격 투신해 외교·안보 라인을 직접 꾸리는 등 핵심으로 활약한 만큼, 오히려 대북 강경론을 유지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거나 직언을 하기보다는 ‘주군’의 뜻을 충실히 따르는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외교관 출신이면서도 ‘비서’와 ‘참모’를 오랫동안 해온 그의 특이한 경력도 이런 전망을 더 짙게 한다. 이 후보자는 1970년대 말 주제네바 대사관에서 함께 일했던 노신영 전 총리의 추천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이 내무부 장관과 여당 대표 등을 거쳐 청와대에 입성할 때까지 10년가량 줄곧 비서직을 맡아 수행했다.

김영삼 정부에선 국정원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에서 제2차장 등으로 근무했으며, 1997년 황장엽 전 북한 조선노동당 비서의 망명 사건 때 막후 작전의 총괄을 맡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대중 정부 초기 잠시 외국을 전전한 그는, 2001년 말 이회창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총재의 비서 격인 정치특보로 정치권에 들어왔다.

이후 이 후보자는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의 특보로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이인제 의원 쪽 김윤수 공보특보에게 “한나라당에 유리한 역할을 해달라”며 5억원을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이 후보자를 단순 전달자로 판단해 기소를 하지 않았다. 이 후보자는 2004년 총선 때 한나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공천을 신청했지만, 이런 전력 때문에 탈락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국무총리 후보자로 대선자금 수사를 지휘한 안대희 전 중수부장을 지명한 데 이어, 이번엔 ‘차떼기’로 모은 대선자금을 불법적으로 전달한 ‘배달책’을 국정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셈이다.

김외현 석진환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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