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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오세훈의 유산…1천억짜리 ‘유령 공원’ 어쩌나
등록 : 2014.07.01 22:14수정 : 2014.07.02 09:13 

지난달 27일 오후에 찾은 ‘세운 초록띠공원’에는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 공원이 만들어지기까지 1000억원 가까운 돈이 들어갔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오세훈 전 시장 녹지축 연결한다며 상가 허물고 지은 ‘세운 초록띠’
쉼터 기능 상실한 채 5년째 방치
서울시 “활용 방안 내년까지 논의” 무너진 상권 복원될지는 미지수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내 현대상가 건물 철거 부지에 있는 3748㎡(1136평) 크기의 ‘세운초록띠공원’. 입구에는 아예 들어가지 말라는 통제선이 세워져 있다. 공원이란 말이 무색하게, 마땅히 앉을 곳도, 뜨거운 햇살을 피할 곳을 찾기 어렵다. 구색 맞춰 심어놓은 벼와 작물뿐이다.

같은 도시농장인 미국 뉴욕 맨해튼의 배터리파크가 도시농업 확산과 학생 교육에 긍정적인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초록띠공원과 비슷한 규모(4000㎡)다. 2010년 말 배터리파크에서 열린 ‘수확 축제’에는 18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초록띠공원은 이명박·오세훈 시장 때 추진된 세운상가 개발 계획의 유산이다. 당시 서울시는 종묘로부터 이어지는 녹지축을 만들기 위해 세운상가를 없애고, 상가 양쪽 작은 건물들을 통째로 밀어내 고층빌딩을 짓겠다고 했다. 첫 단추가 현대상가 철거였다. 철거비와 상인 이주비 등으로 시 예산 968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경제성 문제 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해졌고, 텅 빈 철거 부지에는 초록띠공원이 들어섰다.

문제는 ‘1000억원짜리 공원’이라는 비아냥을 받은 초록띠공원이 사람을 모으기는커녕 쉼터로서의 기능조차 전혀 하지 못하는 ‘모조 공원’으로 방치돼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2009년 5월 조성된 상태 그대로다. 서울시 이명재 도심활성화팀장은 “공연장이나 야외 전시장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주변 상인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세운상가에서 20년 이상 일했다는 박영림씨는 “조명기구나 마이크·스피커 등 각종 전자기기를 팔고 있는데, 공원에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와도 이 쪽 상권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상인은 “젊은이들이 몰리면 전자산업의 메카로 되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주인 고산씨가 세운상가에 들어와 3차원 프린터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등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서울시가 공원 활용 방안을 ‘검토’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서울시는 주변 지역 개발과 연동해 공원 활성화 계획을 짜겠다고 밝혔지만, 주변 개발 자체가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건물주는 “오히려 공원에 사람을 모이게 만든다면 주변 지역의 수익성을 높여 개발을 활성화하는 촉매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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