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200416153632152


"추모가 지겹다고요?" 세월호 참사 6주기, 여전한 막말

한승곤 입력 2020.04.16. 15:36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일대 '세월호 6주기' 추모 발길 이어져

시민들 "세월호 유가족 향해 돌 던지는 행위 그만하라"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추모관'을 찾은 한 시민이 가방에 세월호 추모를 상징하는 노란리본을 달았다.사진=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추모관'을 찾은 한 시민이 가방에 세월호 추모를 상징하는 노란리본을 달았다.사진=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연주 인턴기자] # 대학생 권 모(23·여)씨는 6년 전 오늘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권 씨는 선생님으로부터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교실은 울음바다가 됐다. 비슷한 나이대의 학생들이 사고를 당하자 "어쩌면 내 일이었을 수도 있겠다"라는 공포심까지 느껴졌다. 권 씨는 "매년 4월이 오면 마음이 시리다. 유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거리로 나왔다"며 "일부 사람들이 유가족의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이득을 취하기 위해 세월호 사고를 이용한다고 주장하는데 분노가 치민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유가족들에게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16일 세월호 참사 6주기를 맞은 가운데 이를 두고 여전히 막말을 내뱉는 사람들이 있어 유족은 물론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시민들은 입을 모아 절대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는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공식 추모 집회는 열리지 않았고, 저마다 조용히 세월호 추모관 등을 찾아 유족과 희생된 아이들의 넋을 기렸다.


세월호 추모관 앞에서 만난 50대 수녀는 "시설 안에 붙은 희생자들의 사진을 천천히 보는데 눈물이 났다. 아직도 세월호 침몰을 둘러싼 많은 의혹이 있는데 하루 빨리 모든 게 해결됐으면 좋겠다"며 "유가족들의 억울함이 풀리기 전까진 기억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가족들에게 상처 주는 말들도 그만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세월호 사고 혐오 표현 게시물.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세월호 사고 혐오 표현 게시물.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실제로 온라인상에서는 세월호와 관련해 '혐오 표현'을 일삼는 반응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유가족들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멈춰달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세월호 유족을 비난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 작성자는 "놀러 가다가 XXX 기억하자고 XX하냐"며 "언제까지 우려먹을 거냐. 걔네 부모들 보험사 보험금이랑 나라 지원금 엄청 챙겨 먹었더만. 자식 팔아서 장사한 거지"라고 욕설을 섞어 유가족을 비난했다.


또 세월호 관련 기사 등에서 일부 누리꾼들은 "아직까지 세월호 타령하는 거 보면 속 터진다", "100년 후에도 세월호 100주기 진상규명으로 우려먹을 것 같다", "무슨 진상규명이야 그냥 해상사고지. 그만 좀 해라" 등 반응을 보였다.


16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진행된 '세월호 6주기 추모 1인 피켓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이 세월호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

16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진행된 '세월호 6주기 추모 1인 피켓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이 세월호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


이와 관련 대학생 김정우(22·남)씨는 "일부 사람들이 세월호 침몰을 두고 '지겹다'는 표현을 쉽게 쓰는데 유가족의 마음과 국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라며 "사람의 생명을 두고 어떻게 지겹다는 말을 할 수 있나 싶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 씨는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건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내 일이고 우리 주변의 일이라고 여겼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 시민 정상규(50)씨는 "우리나라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벌어진 비극적인 일"이라며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왜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구조할 수 없었는지 나라에 묻는 게 잘못된 일이냐. 유가족들을 향해 누가 삿대질을 할 수 있냐. 적어도 유가족이 세월호와 관련해 질문을 던지는 건 국가가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시민 정명미(46·여)씨는 "최근에 동창 모임을 했는데 세월호 유가족들을 두고 보상금에 혈안이 된 사람들이라고 표현하는 동창이 있었다"며 "자식을 잃은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건 둘째치고 어떻게 돈을 받아내려고 눈물을 흘린다고 비난하냐"고 분개했다.


정 씨는 "정치인마저도 세월호 사고를 두고 유족들을 조롱하는데 참 기가 막힌다"면서 "정치인부터 사실확인이 되지 않은 뉴스를 생산하고 사실인 양 언급하는데 희생자를 모독하고 유가족을 두 번 다치게 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 8일 차명진 미래통합당(경기 부천병) 후보는 OBS 후보자 초청토론회에서 "혹시 ○○○ 사건이라고 아세요? ○○○ 사건. 2018년 5월에 세월호 자원봉사자와 세월호 유가족이 텐트 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는 기사를 이미 알고 있다"라고 발언해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한편,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세월호 6주기를 추모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코로나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와 대책 속에는 세월호의 교훈이 담겨 있다"며 "'사회적 책임'을 유산으로 남겨준 아이들을 기억하며, 국민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손을 놓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약속한 '안전한 나라'를 되새긴다"며 "세월호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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