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22230

얌체 같은 주한미군, 이 정도일줄 몰랐다
[게릴라칼럼] 미군 '복무정상화 사업'과 명나라 파병의 차이
13.01.07 17:57 l 최종 업데이트 13.01.29 14:02 l 김종성(qqqkim2000)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주한미군 주둔비용 중에서 한국이 부담하는 몫은 현재 42% 수준이다. 그런데 미국이 이 비율의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일 서명한 '2013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따르면, 미 국방장관은 2013~2015년 기간에 해마다 3월 1일까지 '해외 미군의 주둔 비용을 현지 국가가 직간접적으로 분담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미 국방장관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부담 비율을 놓고 한국 정부와 협상해야 한다. 미국이 자국 국방장관에게 이런 협상을 주문한 것은 한국의 부담 비율을 현행 42%보다 더 높게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미국은 이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간 8천억 원 정도에 달하는 한국 측 부담 액수를 더 인상하겠다는 뜻이다. 

2013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서는 미국의 얌체 같은 속내도 엿볼 수 있다. 이 점은 '주한미군 복무정상화 사업'에 대한 예산 집행을 2년째 보류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복무정상화 사업이란 주한미군 2만 8500명의 절반이 가족과 함께 3년간 한국에 주둔하는 데 필요한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2014년 12월까지 2427가구의 임대주택을 건설하기로 했고, 지난 2008년 12월에는 사업 담당자로 삼성물산을 선정해놓았다. 

복무정상화 사업에 예산 배정하지 않은 미국의 '꼼수'

그런데 미국은 국방수권법에서 여기에 필요한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주한미군이 가족과 함께 살 집이 필요하다'며 한국 정부의 협조를 요구한 상태에서 아직까지 예산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은 '한국 정부가 알아서 하라'는 메시지와 다를 바 없는 일이다. 

돈이 없으면 사업을 취소하든가 해야 한다. 그런데 "복무정상화 사업은 꼭 필요하다"고 계속 강조하면서도 정작 예산을 배정하지 않는 것은 예산 부담을 한국에 떠넘기기 위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목적은 한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 자신을 위해서다. 과거에는 소련의 영향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고자 위함이었고, 지금은 중국의 팽창 가능성을 방지하고자 한국에 주둔하고 있다. 

▲  명나라의 황궁이었던 자금성의 내부. ⓒ 김종성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외국에 대규모 군대를 파견하는 것은 모두 다 자국을 위한 일이다.이 점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군대를 파견한 명나라의 사례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명나라는 조선을 지키고자 군대를 파견한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그것은 적대 세력이 압록강을 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과 한국군이 압록강에 접근하자 중국이 참전을 단행했듯이, 일본군이 압록강 쪽으로 다가가자 명나라가 파병을 단행한 사실에서 그런 의도가 잘 나타난다. 

일본군이 부산에서 압록강까지 진격하는 것보다는 압록강에서 북경까지 진격하는 것이 훨씬 더 수월했다. 부산에서 압록강 사이는 산지가 상대적으로 많은 데 비해, 압록강에서 북경 사이는 평지가 상대적으로 많다. 그래서 압록강을 넘기만 하면 진격 속도가 훨씬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적대세력이 압록강을 넘으면 중국의 안보가 위험해진다는 것이 중국인들의 전통적이 안보관이다. 임진왜란 때의 명나라나 한국전쟁 때의 중국은 기본적으로 그런 인식으로 출병을 단행했다. 

명나라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참전했다는 점은 일본과의 휴전 협상에서도 잘 드러난다. 경기도 벽제에서 일본군에 대패한 뒤로 명나라는 조기 휴전에만 급급했다. 그래서 그들은 조선의 반대를 무시하고 일본과의 단독 협상에 들어갔다.

협상에서 일본은 조선팔도의 분할을 요구했다. 조선의 절반만 떼어주면 군대를 철수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협상안을 놓고 명나라는 무려 4년간이나 일본과 협상했다. 

명나라가 일본과 단독 협상을 진행한 이유 

명나라가 일본의 요구를 한 번에 거부하지 않고 오래도록 매달린 것은 이 방안이 명나라의 국익과 상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이 조선의 절반만 갖는다는 것은 일본군이 임진강 이북으로는 북상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다시 말해, 이것은 일본군이 임진강 이남에서 묶인다는 뜻이었다. 

일본군이 임진강 이남에서 묶인다는 것은 일본군이 압록강을 쉽게 넘을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만약 임진강에서 북진을 개시한다 해도 일본군이 압록강을 넘기 전에 명나라가 얼마든지 대비할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명나라는 일본이 자국을 위협하지만 않는다면 어떤 조건으로도 전쟁을 끝낼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조선의 격렬한 반대로 결국 무산되기는 했지만, 명나라가 한때나마 조선팔도 분할방안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그들이 조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서 참전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조선을 위해서였다면 처음부터 조선팔도 분할방안에 관심을 갖지 않았을 것이다.  

▲  명나라 신종황제(만력제)의 초상화. 북경 북쪽의 명나라 황릉인 명십삼릉에 전시된 그림 ⓒ 김종성

이렇게 자국을 위해 참전했기 때문에 명나라는 스스로 큰돈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조선도 명나라 군대를 위해 돈을 썼지만, 명나라가 부담한 비용은 당시로서는 엄청난 액수였다. 

임진왜란 당시의 명나라 황제는 신종(소위 만력제)이었다. 1573년부터 1620년까지 무려 47년간이나 통치한 군주였다. 그의 시대에 명나라는 임진왜란을 포함한 3대 출병을 치렀다. 그런데 명나라는 다른 어느 출병보다도 임진왜란에 훨씬 더 많은 돈을 투자했다. 

명나라가 임진왜란 다음으로 돈을 많이 투자한 출병은 양응룡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한 군사행동이었다. 임진왜란과 같은 시기에 벌어진 이 출병을 위해 명나라는 10년간 연인원 20만 명의 관군을 동원했다. 이때 투입한 전비는 은 200여 만 냥이었다. 이에 비해 명나라는 임진왜란에 약 11만 명의 관군을 투입한 상태에서 무려 은 780여 만 량의 군비를 사용했다. 

임진왜란 10년 전인 1582년에 명나라의 국고 잔액은 은 400만 량이었다. 400만 량의 여윳돈만 있으면 재정사정이 양호하다고 말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그런 금액의 2배 가까운 은 780여 만 량을 임진왜란에 투입했으니, 명나라가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 알 수 있다. 결국 명나라는 이 때문에 휘청거리다가 1644년에 멸망하고 말았다. 

명나라가 돈을 많이 쓴 것은 임진왜란 참전이 자국의 안보를 위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명나라는 이것이 조선을 위한 일이었다며 두고두고 공치사를 했지만, 그러면서도 돈을 많이 쓴 것은 그것이 자신들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이 돈을 쓰지 않으니 자신들이라도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명나라가 오늘날의 주한미군을 본다면 '참으로 염치없는 자들'이란 느낌을 갖을지도 모르겠다. 자국의 안보를 위해 해외에 나온 군대가 '여비'도 제대로 챙겨 오지 않고 현지인들에게 민폐만 끼치고 있으니 말이다. 명나라는 '우리도 저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는데'라며 혀를 끌끌 찰 일이다. 

미국이 해결해야 할 비용, 한국에 떠넘겨서는 곤란 

명나라는 자국의 안보를 위한 일이라는 판단 하에 국력이 휘청거릴 정도로 돈을 쓰고 갔다. 미국 역시 자신들의 국익을 위한 일이라면 그 책임을 한국에 떠넘겨서는 곤란하다.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라는 유행가 가사가 있다. "한 푼 없는 건달이 요릿집이 무어냐 기생집이 무어냐"라고 했다. 

현지인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주둔은 그 목적이 아무리 거창하다고 해도 동의받기 힘들다. 돈이 없으면 규모를 축소하든지 단계적으로 돌아가는 것이 합리적이다. 한국에 계속 머물고 싶으면, 그 비용은 미국이 부담해야 한다. 더 이상은 한국을 상대로 주한미군 분담금의 증액을 요구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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