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7837

박근혜 인사참사 ‘모르쇠’…전직 청와대 인사 “인사과정 편협”
전직 춘추관장, 변명·책임전가하다 침묵 “박영선이 알려줬는데 제대로 이해못해…정권 말기적 현상”
입력 : 2014-07-17  14:21:02   노출 : 2014.07.17  14:45:20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내각 정비를 위해 단행한 인사 가운데 두 달 동안 모두 4명이 자진사퇴하거나 지명철회 당하는 인사실패를 낳았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사과는커녕 유감표명조차 하지 않아 불통이다 못해 무례하기까지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비서관조차 박 대통령의 인사문제를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 인사참사의 시작은 지난 5월로 거슬러올라간다. 세월호 참사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던 정홍원 총리 후임으로 그 달 22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안대희 후보자는 막대한 수임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과 일주일을 못버티고 28일 자진사퇴했다.

나흘 뒤인 지난달 2일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총리 임명 후 개각을 통해서 국정 운영을 일신하고, 새롭게 출발하려던 일정이 다소 늦춰지게 됐지만 국가개혁의 적임자로 국민들께서 요구하고 있는 분을 찾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후 지난달 10일 지명된 문창극 후보자는 바로 다음날부터 식민지 미화 발언 등 온갖 의혹과 비난으로 전방위적인 자진사퇴를 요구받다가 2주일 만인 24일 사퇴했다. 안대희 후보자와 문창극 후보자 모두 2주일을 넘기지 못했을 뿐 아니라 청문회는커녕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제출조차 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문 후보자 사퇴선언 직후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는 이유는 검증을 해서 국민들의 판단을 받기 위해서인데 인사청문회까지 가지 못해서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부디 청문회에서 잘못 알려진 사안들에 대해서는 소명의 기회를 주어 개인과 가족이 불명예와 고통 속에서 평생을 살아가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문 후보자를 두둔했을 뿐 아니라 총리 인사를 연거푸 실패한 데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셈이다.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했던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이틀 뒤인 지난달 26일 박 대통령은 “추진해야 할 국정과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노출된 여러 문제들로 인해 국정공백과 국론 분열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사표 수리까지 발표했던 정홍원 총리를 재기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심지어 나흘 뒤(3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사과와 미안함은커녕 모든 책임을 언론, 국회, 국민에게 돌리는 책임전가의 정점을 보여줬다. 

이밖에도 청문회를 마친 장관후보자들 가운데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를 15일 지명철회한 데 이어 16일엔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했다. 그나마 정 후보자의 경우 전날까지만 해도 강행할 의사를 내비치다 돌연 정 후보자 스스로 사퇴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 때도 인사 참사에 대한 사과 언급은 전혀 하지 않은채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를 두고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낸 이상휘 세명대 교수는 1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가진 권한 가운데 가장 큰 것이 인사권으로, 이를 행사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둬야 할 것이 대통령의 결심”이라며 “세월호 참사가 터졌을 때 사태를 마무리하려면 하나는 대책이고, 또 하나는 문책으로 특히 문책을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당시 바로 내각의 일괄사표를 받아야 했으나 그 때 대통령의 결심이 흔들려 여론의 눈치만 살피다 여기까지 왔다”며 “이번 인사 실패 때도 (지명한 인사가 도저히 안되겠다고 판단이 되면) 결심을 했어야 하지만 (결심을) 못한채 더 큰 참사를 낳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성근 후보자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이미 야당 원내대표가 마음을 열고 만나 실명까지 거론했으면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했어야 했다”며 “박영선 원내대표가 뭔가 확실한 게 없고서야 그렇게 얘기했을리 없다고 알아차리지 못한채 여론만 살피다 본인 스스로 사퇴하는 사태를 낳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 원내대표가 도와주려 했던 것이었는데도 이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이상휘 전 청와대 춘추관장 및 홍보기획비서관. 사진=KBS 뉴스영상캡처
  
박 대통령이 인사실패에 대한 최소한의 유감표명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 교수는 “자신이 강행할 수 있었는데 야권과 소통차원에서 야당의 요구를 수용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 때도 인사에서 실패했을 때 유감표명 정도는 했었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 인사참사를 겪은 경험에 비춰볼 때 이 교수는 “MB정부 땐 일을 열심히 하다가 박살났는데, 지금은 일을 안하고 있어도 박살나고 있다”며 “이번 인사의 경우 추천과정도 편협할 뿐 아니라 선별하는 과정 역시 편협하고 편중돼 있다”고 비판했다.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에 최경환과, 사회부총리(교육부장관 후보자)에 황우여 등 새누리당 실세를 기용한 것을 두고 이 교수는 “이는 전형적인 정권말기적 현상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기용해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장관 인사제청권을 갖고 있는 정홍원 국무총리는 16일 총리 재보임 이후 첫 국회 예결위원회에 출석해 “총리 인선의 잇따른 실패로 장기간 국정공백 우려로 다시 총리직을 수행하게 돼 안타깝게 생각하고 민망스런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정 총리가 세월호 사고 수습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것 뿐 아니라 국무위원 임명을 제청하는 국무총리로서 인사실패에 대해 일언반구 사과가 없었다”며 “민망하다는 말 한마디로 어물쩍 넘기겠다고 생각할 만큼 국회와 국민이 가벼운 존재라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