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greenpost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503

[강은 생명이다]'엔츠강' 도심 하천조차 사람보다 생태계에 무게 둬
환경TV 4대강 정상화 대안 모색 기획 - ②엔츠강 편
신준섭 기자  |  sman321@eco-tv.co.kr  승인 2014.07.28  11:57:54

강 중간에 조성해 놓은 인공섬이 인상적인 독일 엔츠강

22조원이란 천문학적인 돈을 들인 4대강 정비 사업이 완료된 지도 벌써 3년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사업 시행 이후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강에 독성 녹조가 만연하기 시작했고, 생태계 또한 과거 4대강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미래 세대에게 물려 줄 자산인 4대강에 대해 사람들의 불만과 의혹이 커지는 이유다. 이에 환경TV는 독일에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주요 강들의 재자연화 사례를 통해 향후 4대강이 나가야 할 길을 조망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①'엘베강' 홍수 방지위해 댐대신 자연화 선택
②'엔츠강' 도심 하천조차 사람보다 생태계에 무게 둬
③'라인강' 경제와 생태계, 하모니의 구현

[환경TV뉴스 - 포르츠하임] 신준섭 기자 = 엘베강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독일 동쪽 도시 마그데부르크에서 서남쪽으로 600㎞가까이 이동하면 인구 12만명의 소도시 포르츠하임에 도착한다. 과거 보석 세공으로 유명했던 이 도시는 현재 아우디나 폴크스바겐과 같은 세계 유수의 자동차 브랜드 디자이너 양성소로 더욱 널리 알려져 있다.

취재팀이 이 곳을 찾았던 이유는 2001년부터 28일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도시 내 3개 하천의 재자연화 현황을 살펴 보기 위해서였다. 도심 속에 엔츠(Entz)·나골드(Nagold)·범(Wurm)강 등이 골고루 흐르는 포르츠하임의 시 정부는 매년 일부 강 구간을 책정해 하천 재자연화 사업을 벌여왔고, 지금은 도시 하천 복원의 좋은 사례로 일컬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독일 취재 셋째 날 시 정부 담당 공무원과 함께 찾은 나골드 강과 엔츠 강은 잘 정비된 강이라기보다는 그냥 자연스러운, 천연적으로 만들어진 시냇가를 연상케 했다. 정비되지 않은 울퉁불퉁한 모습의 강변에는 식물들이 특별한 규칙성 없이 자라나 있었다. 곳곳에서 한가로이 노니는 오리와 백조들의 모습도 손쉽게 발견됐다.

▲ 엔츠강 복원 전 직강화된 모습(좌)과 복원 후의 모습 = 출처 포르츠하임 시
 
현재 모습만 본다면 과거 홍수 방지 목적으로 강변을 인위적으로 직강화해 정비했던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 화학물질 오염으로 '죽음의 강'이라고 불렸던 곳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한 수질을 보였다. 곳곳에서 산책하고 앉아서 쉬고 있는 시민들과 함께 동식물들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상태였다. 비밀은 바로 재자연화 사업이었다.

포르츠하임 시 환경계획부 담당자이자 생물학 전공자인 페트라 챠드볼머는 "강의 재자연화 사업 이후 시민들이 강으로 돌아왔다"며 "과거에는 사람은커녕 개들도 가까이 하지 않던 곳이었다"고 회고했다.

◇1989년의 엔츠강 재자연화 실험, '대박'을 치다
 
전체 3개강 중 가장 수원이 풍부한 엔츠강은 네카(Neckar)강의 지류로 112㎞ 정도를 흐른다. 독일 서남부 산악 지대인 '검은 숲(Black Forest)'을 상류로 하며, 포르츠하임시를 관통하는 구간은 1900년부터 홍수방지 목적으로 약 8년간 강변 등이 정비됐다.

이후 도시의 주요 산업인 보석 세공업을 통해 배출되는 다양한 화학물질이 여과없이 흘러들면서 화학물질로 오염이 됐고, 기존에 이 강에 살던 수생물들은 멸종했다. 오염의 경우 1970년대 독일 정부의 규제 강화로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수생물 부재 현상은 독일 통일 이전까지 이어졌다.

엔츠강이 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것은 독일 통일의 해인 1989년부터다. 포르츠하임시가 속한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Württemberg) 주정부는 200만유로(약 27억5000만원)의 주 예산을 들여 엔츠강 1.8㎞ 구간의 복원을 결정했다.

주 정부가 이 결정을 내린 이유는 도시 내 시민들의 휴식처인 엔차운 공원(Enzauenpark) 때문이었다. 챠드볼머 씨는 "시민들이 공원을 찾는데, 바로 옆을 따라 흐르는 강은 아무도 찾지 않고 생태계가 여전히 악화돼 있었던 상황"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주 정부가 재자연화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재자연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는 몰랐다는 게 챠드볼머 씨의 설명이다. 막상 재자연화라고는 했지만 특정 결과를 예측하기는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1992년까지 해당 구간에 대한 재자연화 사업이 완료된 이후 10년가량이 지나면서 사라졌던 수생물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2014년 현재 이 곳으로 돌아온 어종은 1급수에서만 살 수 있는 어류를 포함해 메기, 민물장어 등 모두 26종이다. 이외에도 절지동물인 가재 등 30여종에 달하는 생물들이 엔츠강으로 돌아왔다. 가마우지와 같은 새들도 자연스럽게 먹이터를 찾아 쫓아왔다는 설명이다.

▲ 재자연화 이후 엔츠강으로 돌아온 생물들. 미국가재(왼쪽 위)와 장어(왼쪽 아래), 가마우지류(우측) = 출처 포르츠하임 시
 
더 큰 효과는 시민들이 강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엔츠강을 찾았을 때 수변에 앉아 쉬고 있는 시민들을 그리 어렵지 않게 살펴볼 수 있었는데, 이는 20여년 전만 해도 흔한 광경이 아니었다고 포르츠하임에 오래 거주한 이들은 입을 모은다.

강변에서 쉬고 있던 현지 대학생 아냐씨(22·여)는 "신문도 읽고 점심도 먹으로 나왔다"면서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이런 공간이 있어 좋다"고 말했다.

호응이 좋자 시 정부는 자체적으로 나머지 강변에 대한 재자연화 사업을 순차적으로 시행하기 시작했다. 2001년부터 아직 복원되지 않은 엔츠강 구간과 나골드강 구간의 재자연화에 나섰다. 올해까지 모두 11차례에 걸쳐 각 구간을 정하고 재자연화 사업을 연차별로 시행해 왔다.

챠드볼머 씨는 "재자연화가 어떤 효과를 보는 지를 알게 됐더니 은행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받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며 "현재 대부분의 구간이 재자연화됐으며, 앞으로 남은 일부 구간만 더 재자연화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포르츠하임 시는 1989년부터 2014년 현재까지 모두 12개 구간에서 도심 하천 재자연화 사업을 진행해 왔다
 
◇사람의 인위적 설계, 자연 동·식물의 서식 환경에 초점 맞춰
 
엔츠강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곳곳에 숨어 있는 여러가지 배려 때문이다. 놀라웠던 점은 취재 과정에서 처음으로 재자연화 된 엔츠강 구간을 따라 걸어가며 본 다양한 자연들의 모습이 모두 인위적으로 만들어냈다는 점이었다.

우선 강 중간의 턱을 모두 없앴다. 고기들이 산란 장소로 회기할 수 있도록 벽을 허문 것이다. 또 돌을 쌓고 모래톱을 만들어 물살이 빠르지 않은 지역을 일부러 만들었다. 물고기들의 산란 장소를 위한 배려다.

강 중간 중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커다란 붉은 돌들의 경우 상류원인 블랙 포리스트에서 가져 왔다. 최대한 근본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서다. 재미있는 점은 이 돌들 중 반듯한 돌의 경우 산책로 곳곳에도 놔둬 벤치 역할을 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아울러 강 중간에 있는 조그마한 섬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인위적으로 만든 인공섬이다. 이처럼 만든 이유는 사람들과 함께 산책하던 개들이 새들을 공격하지 못하게 동떨어뜨려 놓기 위해서다. 인공섬은 새들의 휴식처 및 둥지로 사용된다.

강가 곳곳에 파편처럼 흐트러져 있는 돌들도 기존에 직강화하면서 정비해 둔 돌들을 일일히 깨 놓은 것이다.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강변에도 사구가 있는 곳과 식물만 있는 곳 등을 들쭉날쭉하게 해놔 최대한 자연 그대로처럼 보이도록 노력했다.

이를 위해 강가에 버드나무들을 심기 시작했다. 물 속에서도 잘 버틸 수 있는 버드나무를 심어 놓은 것은 우기에 이 지역이 물에 잠기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버드나무 뿌리가 서로 연결돼 강변의 모래나 흙이 물살에 쓸려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 강가에 심어 놓은 버드나무들의 뿌리가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나무 묶음을 운반하는 모습 = 출처 포르츠하임 시
 
주목할 점은 이처럼 수많은 방식이 적용됐지만, 그에 비해 사람에 대한 배려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다. 우선 산책로는 한 쪽 방향에만 만들어 놨다. 반대편의 경우 숲이 있는 곳은 자연의 몫이다. 또 타일 등 인위적 재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풀밭, 그리고 흙길을 걷도록 해놨다. 인간 중심의 우리나라 도심 하천 정비 사례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전 구간의 재자연화를 해놓지는 않았다. 첫 번째 구간의 끝자락에 다다르면 강 양 쪽 제방 위쪽에 설치된 오두막과 양 오두막을을 잇는 와이어를 볼 수 있다. 이 구간은 일부러 재자연화를 실시하지 않은 지역으로, 재자연화 이후와 이전의 수생태계 변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측정 구간이다.

챠드볼머 씨는 "3개월에 한 번씩 와이어를 통해 측정 장비를 강으로 보내 재자연화 하지 않은 지역을 측정한다"며 "이 곳과 재자연화한 곳의 측정치를 비교해가며 과거와의 차이를 살펴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많은 노력들이 들어가도 우기가 되고 물이 지나치게 많이 불어 나면 조성물들이 사라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실제 취재진이 걸었던 구간 중 사진에서 봤던 인공섬이 사라진 구간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를 다시 복원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 역시 자연의 일이기 때문이다.

챠드볼머 씨는 "강은 스스로, 원하는대로 물건을 이동시키며 흘러가야한다"며 "우리는 재자연화를 해놨을 뿐, 이후에는 강에 자유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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