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8280600015

헌법 위의 ‘경찰 차벽’
박홍두·장은교 기자 phd@kyunghyang.com  입력 : 2014-08-28 06:00:01ㅣ수정 : 2014-08-28 06:00:02

헌재 ‘위헌’ 결정 불구 연일 불법 ‘세월호 유족·시민 격리’
광화문 단식기도 땐 100여대 동원… “정권 보호에만 혈안”

경찰이 헌법재판소가 2011년 위헌이라고 결정한 ‘차벽’(버스로 특정 장소나 집단을 봉쇄하는 것)을 세월호 참사 가족과 시민들을 차단하는 데 악용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정권 비판 목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포위작전’을 벌이는 것”이라고 항의한다. 법조계에서도 “위헌이자 불법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버스가 지난 25일 서울 광화문광장 양옆을 빈틈없이 에워싸 시민 통행을 막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2011년 이른바 경찰의 ‘차벽’에 대해 위헌이라고 결정했지만 경찰은 최근 세월호 참사 가족 또는 이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을 봉쇄하거나 일반 시민과의 접촉을 막기 위해 차벽을 사용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지난 22일 세월호 가족들은 청와대와 500여m 떨어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경찰은 경찰버스 10여대와 경찰 병력을 동원해 에워싸고 가족·시민들의 왕래를 막았다. 가족들은 “범죄자 취급하느냐”며 항의했지만 경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경찰은 다음날인 23일에도 광화문광장 세월호 추모 집회에 참가했다가 지지를 보내러 농성장을 찾은 시민들을 차벽으로 막았다. 물리적 충돌로 부상자가 나왔다. 경찰은 주민도 통제했다. 차벽은 26일 오후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경찰은 25일 광화문광장을 100여대의 경찰버스로 막았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등이 개최한 세월호 단식기도회에 동원한 인원은 54개 중대 4300여명이다. 경찰은 시민 통행도 막았다.

헌재는 2011년 차벽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인 2009년 6월 경찰이 서울광장을 차벽으로 둘러싸 시민 통행을 막은 것을 두고 “극단적인 조치로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것이다. 불법집회 가능성이 있다 해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경찰은 헌재 결정 이후에도 정권을 비판하는 집회·시위에 차벽을 세워왔다. 헌재 관계자는 광장 차벽을 두고 “시민도 못 지나가게 전면 차단하는 것은 명백히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다. 헌재 결정은 국가기관이 따르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미신고 집회 해산 명령도 위법 요소를 갖고 있다. 경찰은 23일 청운효자동주민센터를 찾은 시민들에게 “미신고 집회로 불법 행위다. 해산하라”고 3차례 방송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미신고 집회도) 공공 안녕질서에 직접적 위험을 명백하게 초래하지 않는 한 해산을 명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 지역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해산명령을 내릴 수 없다는 걸 알면서 계속 하는 것은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고 체포하는 것과 똑같은 (불법)행위”라고 했다.

강신명 신임 경찰청장은 서울지방경찰청장 재직 당시 세월호 추모 집회를 ‘토끼몰이식’ 체포작전으로 진압해 비판을 받았다. 그는 차벽으로 경찰청장 임기를 시작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차벽은) 경찰이 정권 보호에만 치중하는 정치경찰이란 것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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