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200519172325527


[팩트체크K] 노무현은 '살인마' 전두환에게 명패를 던졌다고?

박경호 입력 2020.05.19. 17:23 



5.18 광주 민주화운동 40주년입니다. 강산이 4번이나 변해도, 역사적 단죄와 참회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거셉니다. 특히 전두환씨에 대한 국민적인 분노를 대변하듯,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화는 여전히 회자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국회 청문회장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전 씨를 향해 "'살인마'라 부르며 명패를 집어 던졌다"는 겁니다. 이는 전씨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대변한 장면으로, '청문회 스타' 노무현을 연상시킵니다. 반면 일부에서는 '정치인 노무현'에 대한 인신공격과 청문회 무용론의 근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일화는 사실일까요?


증인 전두환 "언짢은 문제..."


1989년 12월 31일 5공 비리와 5·18 청문회장. 증인으로 나온 전두환 씨는 안하무인이었습니다. 오전 10시 15분 출석한 전두환 씨는 자신을 향한 국민적인 의문과 역사적 책임문제를 '언짢은 문제들'이라고 말합니다. 이후 그는 준비된 담화를 발표하듯 일방적인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일해재단과 평화의 댐 등 5공 시절 각종 비리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뒤, 그는 80년 광주를 이야기합니다. 전씨는 "당시 계엄 하에서 광주사태 이전에 서울 등지에서도 각종의 시위가 있었으나 평온을 되찾은 반면 유독 광주에서만 그러한 비극이 발생했던 이유는 정확한 분석이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이어 "초동진압단계에서 계엄군의 강경 진압과 유언비어에 자극받은 시민들이 과격시위가 그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가"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군 지휘계통상 간섭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자신의 책임을 발뺌합니다.


이철용, 전씨 향해 '살인마'


전씨는 또 "5월 22일 자위권 발동도 가능하다는 계엄사령부의 작전지침이 지휘계통으로 하달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위권의 발동은 최악의 상황에서만 현지 지휘관의 사태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문동환 특위 위원장이 여러 차례 중단시키려 했지만 헛수고였습니다.

전씨의 준비된 말이 끝나자 여야 의원들의 고함과 소란이 이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평화민주당 국회의원 이철용은 전씨를 향해 '살인마'라 소리쳤습니다. 오후 7시 55분 결국 회의는 중단됐습니다.


당시 국회회의록을 보면, 초선 국회의원 노무현은 이 상황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노무현 이름 석 자가 적힌 명패를 집어 던졌습니다. 1980년대가 1시간쯤 남은 밤 10시 59분. 회의는 다시 시작됐지만, 전두환씨는 증인대에 서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의원의 행위를 핑계 삼았습니다.


노무현, 빈 연단을 향해 명패를 던져


결국 노무현 의원은 본인의 행동을 사과하며 신상발언에 나섰습니다. 노무현 의원은 "명패를 본 연단을 향해서 던진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합니다. 그러나 노무현 의원이 명패를 던진 건 문동환 위원장이 정회를 선언하고 난 뒤였습니다. 전씨는 곧바로 퇴장했고 증인석은 비어있었습니다.


노무현 의원은 "위원장이 증인(전두환)에게 경고를 하거나 또는 역사성이 있는 어떤 발언을 하실 때마다 큰 목소리로 항의를 해오셨던 민정당 위원들의 행위가 어쩐지 마땅치 않다는 생각을 갖고… 무척 분노했다"고 말합니다. "이런 회의라면 집어치우는 것이 좋겠다","오늘 청문회가 중단되고 이것은 역사의 숙제로 남겨"두자는 생각도 했다고 덧붙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행위로 인해 청문회의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노무현 의원의 사과가 끝나도 전씨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미완의 청문회...


소란 끝에 청문회는 1980년대를 끝내고 새해를 맞았습니다. 1990년 1월 1일 결국 '증인 전두환'없는 5공 비리와 5.18 광주 청문회는 막을 내렸습니다. 문동환 특위 위원장은 "80년대 초에 이렇게 무참한 비극을 창출한 주역이 와서 회피하고 위증하고 거절을 하고 돌아갔"다며 "섭섭하고 분노를 금치 못하는 심정으로" 산회를 선포했습니다.


요약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의원시절, 증인 전두환을 향해 명패를 던졌다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전씨를 향해 '살인마'라 외친 건 이철용 의원입니다. 이는 당시 방송영상으로 확인됩니다. 회의록에서는 '장내소란'으로 표현됐습니다.


박경호 기자 (4righ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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