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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전 모두 가동중단했지만 블랙아웃 없었다
일, 54기 중단 ‘원전제로’ 1년, 노후원전 폐쇄로 가야…“사회적 위험 축적하는 한국”
입력 : 2014-09-23  21:26:25   노출 : 2014.09.26  09:50:13  이하늬 기자 | hanee@mediatoday.co.kr    

지난 17일 서울 한복판 고층 빌딩에서 아찔한 ‘탈원전’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산악구조협회 소속 전문 산악인이자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두 명이 20층 높이의 빌딩에 오른 것. 이들은 대형 현수막을 든 채 빌딩 외벽을 타고 내려왔다. 가로 세로 10m 크기 현수막에는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 노후원전 폐쇄하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환경운동연합이 이 같은 퍼포먼스를 벌인 이유는 현재 월성원전 1호기의 ‘계속운전심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운전심사는 설계수명 만료일로부터 10년 후까지 원전의 재가동이 가능한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월성1호기는 고리1호기에 이어 국내에서 2번째로 오래된 원전으로 설계수명 30년은 2012년에 끝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지난 12일 원안위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월성 1호기의 주기적 안전성 평가와 주요기기 수명 평가, 방사선 환경영향 평가 등 결과가 모두 적합했다고 판단했다. 이에따라 월성1호 재가동 여부는 올해 내에 결정될 예정이다. 

▲ 지난 17일 산악구조협회 소속 전문 산악인이자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두 명이 20층 높이의 빌딩에 올라 노후원전 폐쇄를 주장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시민단체 입장은 다르다. 노후원전인 월성1호기는 경제성도 안정성도 없다는 평가다. 지난 달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이 공개한 ‘월성1호기 계속운전 경제성 분석자료’에 따르면 월성1호기가 재가동됐을 경우 최고 2269억 원 최저 1462억 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이는 604억 원의 흑자가 예상된다는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의 2009년 보고서와 배치된다.

안정성 역시 마찬가지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노후원전이 위험하다는 것은 상식이 됐다. 후쿠시마 10개 원전 가운데 나이가 많은 원전부터 폭발했다.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은 지난 12일 성명서에서 “원전을 구성하는 수백만 개의 부품과 170km 배관, 1700km의 케이블 안전성을 일일이 확인해서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노후원전 폐쇄를 주장했다.

탈원전으로 나아가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은 지난 15일 54기 원전의 가동을 중단한 이른바 ‘원전제로’ 1년을 맞았다. 원전 내 원자로에 제어봉을 넣어 원전 가동을 중지한 것. 전기가 모자라 정전이 일어나는 ‘블랙아웃’은 없었다. 일본 시민들이 절약한 전기소비량은 원전 13기의 전기 생산량과 맞먹는다는 통계도 있다. 사고 직전 일본 전력 중 원전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한국과 비슷한 30%대였다. 급작스러운 가동 중지에도 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 2011년 일본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위 사진은 일본 후쿠시마 3호기 폭발장면이다. ⓒ 요미우리 온라인
 
독일과 프랑스 사례도 눈여겨볼만하다. 독일은 2011년 원전 17기 중 8기를 멈췄지만 전기 부족 사태는 없었다. 남은 9기는 2022년까지 모두 폐쇄하기로 했다. 스위스와 벨기에도 비슷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처장은 “독일은 프랑스보다 제조업 비중도 높고 인구도 1500만 명이나 많지만 전기는 더 적게 쓴다”고 지적했다. 프랑스는 58기의 원전을 가진 대표적인 원전 강국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올해 초 결정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계획했던 원전 11기 외에 추가로 원전 7기를 신설하기로 했다. 삼척과 영덕에도 추가 원전이 들어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원전 밀집도 1위 국가다. 이보아 녹색당 탈핵특별위원장은 22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한국은 더 이상 핵발전소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인데 이를 시행하면서 에너지 과소비를 유지하는 구조”라며 “사회적인 위험을 축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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