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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가 살아온다 <33> 제6부 깨어나는 가야 ③ 가야문화 컨텐츠
국제신문  입력: 2003.06.12 20:29  박창희기자 chpark@kookje.co.kr  
 

1천6백여년만에 되살아난 금관가야인들. 왼쪽은 남방계 형질, 중간은 북방계 형질의 무사다 . 이들은 김해 예안리 고분의 인골을 토대로 복원됐다. 여자는 김해 대성동 목곽묘의 주인을 복안했다.
 
가야 문화콘텐츠

우륵(于勒)이란 사내가 있다. 생몰이 분명치 않은 이 사내는 ‘나라가 어지러워지자(國亂)’ 가야금을 들고 신라에 투항한다(‘삼국사기’ 기록). 투항이 아니라 망명이라는 지적도 있다. 조국을 등지고 지켜낸 것이 가야금이고 보면 망명설은 제법 설득력이 있다. 신라군에 의해 납치됐다는 말도 있다.

우륵이란 이름 속에는 조국과 음악혼, 한(恨)과 정(情)이 함께 녹아들어 있다. 가야금 소리가 오열조(嗚咽調)인 것은 이 때문일까. 사무치는듯, 울부짖는듯, 간장을 녹일듯 오묘한 음률. 그것이 1천5백여년간 줄곧 민족의 심금을 울리고 있는 ‘가야(伽倻)’의 ‘금(琴)’이다.

경북 고령군이 우륵을 생각하는 마음은 아주 각별하다. 공원을 만들고 기념탑을 세우고 매년 추모제를 열고 가야금 경연을 펼치면서도 뭔가 부족해한다. 고령군은 현재 25억원을 들여 우륵기념박물관을 짓고 있다.

김문구 고령군 문화체육과장은 “우륵은 가야문화를 대표하고 민족음악을 상징하는 악성이다. 우륵과 가야금은 고령의 빼놓을 수 없는 관광자원이다”고 말했다.

거듭나는 가야 고도

가야권 지자체들은 지금 새로운 가야를 꿈꾸고 있다. 잃어버린 역사를 되찾아 지역의 정체성을 세우고 시대에 맞는 역사문화콘텐츠로 적극 활용한다는 꿈이다.

김해시의 가야문화 복원사업은 여러모로 화제다. 전체 3단계 사업 중 1단계(1999~2003) 사업비만 1천2백97억원. 연간 투자액으로 따지면 김해시 전체 예산의 10%선이다. 사업비 중 국비지원은 50%다.

주요 사업내용을 보면 △대성동 전시관 및 고분 정비(1백11억원) △봉황동 유적정비(18억원) △가야유적 연결로 조성(44억원) △구지봉 정비(15억원) 등이 있다.

김해시는 이어 △가야인 생활체험촌(1백25억원) △테마공원 A, B(1백15억원) △분성로 정비사업(30억원) 등을 설계중이고, △가야의 숲(근린공원 40억원) △패총단면전시관(47억원) △왕릉길 조성공사(17억원)를 곧 발주할 계획이다.

사업의 가짓수나 외형은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김해시에 산재한 문화유적이 약 200곳인데, 이번에 손을 댄 곳은 고작 5~6곳에 불과하다. 또 전체 사업비 중 절반은 토지매입비라고 한다. 그러니 겉만 요란했지 전체에서 보면 지엽적인 정비라는 것이다.

이홍식 김해시 문화정비과장은 “김해의 가야문화 정비는 이제 갓 시작단계”라며 “신라고도인 경주처럼 김해를 가야고도로 만들려면 특단의 정부지원이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군의 ‘대가야 복원작업’도 주목된다. 고령군은 우륵박물관 외에 △대가야 역사관 건립(예산 86억원) △대가야 테마공원(3백6억원) △지산동 고분 및 주산성 정비(1백30억원) △국도 26호선 지맥잇기(25억원) 등을 추진중이다. 또 조만간 학예관(5급) 1명, 학예사(6~7급) 2명을 채용, 대가야 연구·홍보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가야 ‘소국’들도 부활 몸짓

김해시와 달리, 경남의 다른 가야권 지자체들은 ‘소국(小國)’의 설움을 겪고 있다. 분립을 특징으로 하는 가야는 소국 하나하나가 중요한데도 정부와 시민들의 관심은 김해와 고령에 쏠려 있다.

경남도의 제 2차 가야문화권 정비계획(1999~2003년)을 보면, 5개권 7개사업에 총 1천7백59억원이 투입됐으나, 김해를 빼고 나면 4백20억원(함안 2백79억, 합천 80억, 고성 46억, 창원 15억원)에 불과하다.

경남도의 3차 가야문화권 정비사업(2003~2007년)도 전체 예산이 2백2억원이다. 주요 사업은 합천 옥전유물전시관(32억), 함안박물관(79억), 고성유물전시관(39억), 창녕 교동고분 정비(52억원) 등으로 지자체별 전시관 건립이 고작이다.

신용민 경남도 문화재 연구위원은 “경남의 뿌리이자 정체성인 가야를 새로운 역사문화콘텐츠로 활용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부산시도 최근들어 가야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부산시사편찬위원회는 지난해 ‘항도부산’ 18집을 통해 ‘삼한·가야시대의 부산’을 다뤘고, 지난 96년 개관한 복천박물관은 가야사 전문박물관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부산시는 기장에 추진되는 ‘역사문화촌’에도 ‘가야·신라코너’를 마련할 계획이다.

홍완식 부산시 문화관광국장은 “부산이 일찍 신라화했다는 지적이 있지만 뿌리는 역시 가야”라면서 “학계 시민이 함께 나서 가야문화 르네상스를 앞당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역대학이 ‘가야사’를 커리큘럼에 부분적으로 흡수시키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변화다. 동아대는 전공선택으로 ‘가야사’를, 부산대는 ‘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교양과목으로 각각 개설하고 있다. 부산대 강좌에는 학기마다 250여명의 학생이 수강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또 동의대는 학부와 대학원에 전공선택으로 ‘가야사’를, 부경대는 교양과목으로 ‘부산의 역사’를 각각 가르치고 있다.

경남에서는 창원대가 가야사 강좌를 개설중이다. 창원대박물관은 지난 1999~2001년 시민상대 가야사 심화 과정을 열어 관심을 모았다.

가야 문화 클러스터 주목을

가야사의 특징은 분산·분립이다. 각 소국이 따로따로 성장·발전하며 전·후기 연맹체를 이뤘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연구성과다. 가야의 분산·분립적 특성을 살리면서 가야사 복원을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부산시 시사편찬실 홍연진 상임위원은 ‘가야문화클러스터(집적단지)’를 제안한다. 그는 “가야사가 부산과 김해 따로, 함안, 창녕, 고령이 따로 따로 되어서는 안된다. 일관된 관점에서 가야사를 연구, 정리, 홍보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칭 ‘가야역사문화원’ ‘가야문화자료센터’ 등을 만들 수 있다. 가야권 지자체가 합심, 정부지원을 받아 ‘가야문화클러스터’로 풀면 효과적일 것이다.”

홍익대 김태식(역사교육) 교수도 이에 공감, “각 지자체에 분산돼 있는 가야의 힘을 모으고, 가야사 연구 및 교육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가야문화자료센터’ 설립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박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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