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joongboo.com/news/articleView.html?idxno=394930  (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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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산세, 당 장수들 떨게하던 연개소문 영웅혼 서린듯

역사의 숨결어린 요동- 고구려 유적 답사기행<46>

중부일보 2011.01.03  남도일보 2012.11.21 18:02


<평양으로 가는 관문 오골성 3>

천하를 호령했던 연개소문 영웅담 곳곳에 서려

중국 설화 “푸른 얼굴에 청동대도 비껴든 10척 장신”

“이세민 휘하 장수 수십명도 한꺼번에 물리쳤다”묘사

설인귀도 수백합 겨루다 결국 부상…전설적인 인물로   


멀리 고속도로에서 바라본 봉황산과 그 주변의 산봉우리


오골성은 고구려에서 중요한 지리 위치와 그 중요성으로 말미암아 수나라와 당나라에서도 다른 지역보다 중요시했다. 이에 따라 여기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과 생겨난 역사이야기도 다른 산성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다. 와중에 연개소문이 이곳에서 당태종과 그 휘하 장수들과 싸운 설화가 매우 흥미롭다. 먼저 《설례가 봉황산에서 크게 싸우다(薛禮大戰鳳凰山)》라는 중국의 전설을 보자.


당 태종 이세민이 봉황산에 이르러보니 산세가 험하고 수림이 울창했다. 이세민은 이곳에 진을 치고 주둔했다. 이날 이세민이 산에 올라 지형을 살펴보는데 산허리에 동굴이 보였다. 그 동굴 안에서는 금빛이 찬란하게 비쳐졌고 안개가 자욱하였다. 이상하게 여긴 태종이 사람을 시켜 동굴 안을 살펴보게 하였다. 이때 푸드득 소리와 함께 동굴 속에서 봉황 한 마리가 날아 나왔다. 그 봉황은 태종의 머리 위를 두어 바퀴 날아돌더니 바위에 내려앉아 날갯짓을 하며 춤을 추었다. 후에 사람들은 백조의 왕이 이곳에 와 조상을 배알했다고 해서 그 바위를 배조석(拜祖石)이라 불렀고, 봉황이 이곳에서 춤을 추었다고 해서 봉무대(鳳舞臺)라고 이름 지었다.


봉황이 날아간 후 정교금(程咬金; 즉 程明振)이 태종에게 아뢰었다. “예부터 새는 짝을 지어 날아다닌다고 했사오니 동굴 안에 봉황새가 또 있을 것입니다.” 말을 마치자 고목에서 나무껍질을 벗겨 동굴 안에 대고 휘둘러댔다. 그러자 이번에는 봉황이 아닌 곡상조(哭喪鳥) 한 마리가 애처롭게 울부짖으며 날아 나왔다. 


기분을 잡친 태종이 활을 꺼내어 쏘자 날개에 화살이 꽂인 곡상조는 비틀거리며 암석에 내려앉더니 신음을 하며 몸부림쳤는데 바위에 발톱자국이 나며 그 큰 바위가 삐거덕 소리를 내었다. 그러더니 기우뚱거리며 멀리 날아가 버렸다. 훗날 사람들은 이 전설을 기리어 그 바위에 ‘홍조류흔(鴻爪留痕)’이라는 네 글자를 새겨놓았다 한다.

들쭉날쭉한 벼랑으로 이루어진 천연방어벽 서벽


한편 이날 연개소문은 부인 매월영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염탐꾼이 새 한 마리를 들고 왔다. 그 새의 몸에는 이세민의 화살이 꽂혀있었다. 연개소문은 새가 쓰러진 지점과 핏자국에 근거해 이세민이 봉황산에 들어왔음을 알고 당나라군이 발을 붙이기 전에 불의의 습격을 하기로 하고 군사를 정비하여 봉황산을 에워쌌다.


당 태종이 지형을 살피고 군영에 돌아와 자리에 앉기도 전에 갑자기 산 아래서 “이세민을 사로잡아라.” 하고 외치는 함성소리와 함께 말의 울부짖음 소리가 들려왔다. 이세민이 군영에서 나가 보니 고구려군이 밀물처럼 들이닥쳐 봉황산을 물샐틈없이 에워싸고 있었다. 태종은 사태의 엄중성을 파악하고 급히 군사들에게 전투준비를 하라고 명하였다. 연개소문은 힘이 장사이고 무예와 영용하기 이를 데 없는데다 몸에 비도까지 품고 있었다. 태종이 장수를 수십 명이나 내보냈으나 모두 개소문에게 패하였다.…


중국의 역사 연의 소설 《설인귀가 요동을 정벌하다(薛仁貴征東)》에서는 그 당시 연개소문이 봉황산 아래에서 당태종이 보낸 수십 명의 장수들과 싸우는 장면을 실감나게 묘사해 놓았다.


(연개소문은) 머리에는 보석이 박힌 청동투구를 썼는데 꼭뒤가 번듯 위로 치솟았고, 몸에는 용 두 마리가 물장구치는 푸른 옷에, 겉에는 기러기 깃을 단 갑옷을 입고 있었다. 가슴과 등에는 호심경(護心鏡)을 대었고 활을 엇메었는데 오른쪽에는 낭아전(狼牙箭)이 가득 꽂혀 있었다. 혼해마(混海馬)를 탄 그는 손에 청동대도를 비껴들고 있었다.


태종이 산 위에서 내려다보니 개소문은 머리가 함지박만 하고 눈은 퉁방울 같았으며 푸른 얼굴이 험상궂었고 키가 10척이나 되어 과연 위풍당당했다. 태종이 화가 나 검을 빼들고 산을 내려가려 하자 정국공(定國公) 단지현(段志賢)이 말리며 자기가 먼저 내려가 보겠다고 나섰다.


단지현은 산을 내려오자 욕설을 퍼부으며 창으로 개소문을 찔렀다. 개소문은 여유 있게 청동대도를 휘둘러 내려치는데 단칼에 단지현의 목이 떨어져나갔다. 개소문은 허허 웃으며 “뭐가 개국공신이야, 내 한칼에 죽는 것이.” 산 위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개국공(開國公) 은개산(殷開山)과 열국공(列國公) 유홍기(劉洪基)는 통곡했다. 은개산이 말에 올라 한 쌍의 큰 도끼를 휘두르며 산에서 내려왔다 “개소문, 네가 감히 우리 노장의 생명을 해치다니, 내가 복수하고야 말겠다.” 뒤에서 유홍기도 채양도(蔡陽刀)를 휘두르며 쫓아와 부르짖었다. “네놈을 한칼에 두 동강 내지 못하면 사람이 아니다.” 은개산이 말을 달려 쌍도끼로 개소문을 찍었다. 개소문은 청동대도를 들어 이를 막았다. 유홍기도 채양도를 휘둘러 개소문을 내리 찍었지만 청동대도로 막아냈다. 개소문은 말머리를 돌려 유홍기를 보면서 청동대도를 날렸다. 유홍기가 채양도를 들어 이를 막으려 하자 쟁그랑 소리를 내며 말이 수십보 밀려나고 두 팔이 저려왔다. 개소문이 다시 청동대도를 들어 이번에는 은개산의 머리를 향하여 내리찍었다. 은개산의 쌍도끼가 개소문의 힘과 칼을 감당해내지 못하여 머리에서 엉덩이까지 몸이 두 동강이 나 오장이 온통 흘러내렸다. 은개산이 죽는 것을 본 유홍기는 눈물을 흘리면서 싸우느라 손맥을 놓아버렸다. 그의 칼이 떨어지자 개소문의 칼이 유홍기의 허리를 두 동강 내어버렸다. 총병관 제국원(齊國遠)이 복수를 하기 위해 다른 장수들이 말리는 것을 뿌리치고 산을 내려왔다. 그러나 그 역시 개소문의 칼에 몸이 네 동강이 나고 만다.


산위에는 왕당인(王當仁), 위지남(尉遲南), 이여규(李如珪), 우준달(尤俊達), 노명(魯明), 악백훈(岳伯勳), 노세후(盧世候), 상산지(尙山智), 하산지(夏山智), 장공근(張公瑾), 사대내(史大奈), 한세종(韓世宗), 김갑(金甲), 동환(童環), 이공일(李公逸), 당만인(唐萬仁), 복광염(卜光焰), 복광정(卜光靜), 가윤보(賈閏甫), 유주신(柳周臣), 번건위(樊建威) 등 26명의 총병관이 있었는데 제국원이 참혹하게 죽자 모두들 통곡하며 원수를 갚겠다고 말에 올라 제각기 병장기를 들고 눈물을 머금은 채 함께 산 아래로 내려갔다. “개소문, 우리들이 네 놈을 칼탕 쳐서 제국원의 한을 풀어주어야겠다.”


26명의 총병관은 개소문을 물샐틈없이 둘러싸고 여러 가지 무기를 휘두르며 그를 향해 일제히 공격을 가했다. 개소문은 청동대도로 자금차(紫金叉)를 밀어내고 일자당(一字螳)을 쳐 젖히며, 은화극(銀畵戟)을 걸어내고 오영창(烏纓槍을 막아내며, 월아산(月牙산)을 밀어 던지고 안령도(雁翎刀)를 쳐버리며, 혼철곤(混鐵棍)을 빗나가게 하고 점광묘(點光錨)를 비켜버렸다. 또 용천검(龍泉劍)을 들어 넘기고, 호미편(虎尾鞭)을 걷어내며, 개산부(開山斧)를 막아버리고, 대은추(大銀錘)를 가리며, 낭아봉(狼牙棒)을 걸어 던지고 조양삭(棗樣朔과 배륜간(倍輪磵)을 피해버리며 자금창(紫金槍)을 압박했다.


산성 바깥에서 본 오골성의 자연성벽 고려산의 모습


시간이 좀 지나자 개소문은 총병관 26명의 공격을 좀처럼 막아낼 재간이 없었다. 칼 쓰는 법도 흐트러지기 시작했고 숨이 차 헐떡거렸다. 그는 이러다가 중과부적으로 실수라도 할까봐 한 손으로 칼을 휘두르며 다른 한 손으로 등 뒤의 호로병 뚜껑을 열고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호로병에서 길이가 세 치 되는 버들잎과 같은 비도가 푸른빛을 번뜩이며 연달아 날아 나왔다. 총병관들이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채지도 못하고 있는데 산위의 서무공(徐茂功)이 큰 소리로 외쳤다. “주의하시오. 버들잎 비도가 당신들의 생명을 해칠 것인즉, 어서 산위로 도망치시오.” 서무공의 말을 듣자 26명의 총병관들은 혼비백산하여 달아나려 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비도에 맞아 죽는 사람, 칼에 찔려 육탕이 된 사람, 번쩍이는 푸른빛에 몸이 뚫린 사람, 죽어라고 도망치다가 말에서 떨어져 죽는 사람… 총병관들은 모두 목숨을 잃고 말았다.


수십명의 총병관이 죽자 당나라군은 후퇴하여 봉황산 꼭대기까지 밀리어갔다. 다행히 산꼭대기에는 험한 바윗돌들이 많아 당나라군은 산 아래로 그 돌들을 마구 굴려 내렸으므로 개소문은 더 올라 갈 수 없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개소문은 여러 갈래의 군사를 풀어 봉황산을 겹겹이 에워싸고 당나라군의 보급로를 차단하게 하였다. 당나라군을 산속에서 굶어죽게 하려는 심산이었다. 이렇게 반달 동안이나 갇혀 있다 보니 당나라군의 군량미가 다 떨어지고 바깥쪽의 보급로마저 끊겨 태종은 초조해졌다. 이리하여 태종은 서무공의 뜻대로 부마(附馬) 설만철(薛萬徹)을 내보내어 포위망을 뚫고 한마관(汗馬關)에 주둔하고 있는 당나라 장수 장사귀를 찾아가 설인귀를 보내도록 했다… 이리하여 후에 설인귀와 개소문이 봉황산에서 대판 싸움을 하게 된다.


전설이야기 책에서는 설인귀가 봉황산에서 개소문과 싸운 장면을 아래와 같이 서술하였다.

한편 연개소문은 당나라 지원군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싸우러 나가려 하자 매월영이 나섰다.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쓰실 필요가 있습니까? 제가 나가겠습니다.” 부인의 무예를 잘 아는 개소문은 그러라고 했다.


매월영이 설인귀를 맞아 싸우는데 몇 합을 겨루지 않아 힘에 부치므로 말머리를 돌려 달아났다. 설인귀가 그 뒤를 바싹 뒤쫓았다. 달아나던 매월영이 품속에서 푸른 영기(翎旗)를 꺼내 공중에 던지자 영기는 갑자기 커다란 금머리 왕지네로 변해 설인귀를 덮쳤다. 그러자 설인귀도 품속에서 붉은 영기를 꺼내 공중에 뿌렸다. 붉은 영기는 커다란 금닭으로 변하여 왕지네를 한입에 삼켜버렸다. 매월영이 흠칫하더니 다시 설인귀에게 달려들었으나 얼마 안 싸워 설인귀의 방천화극이 번뜻하더니 매월영이 찔려 말에서 떨어졌다.


부인이 설인귀에게 죽임을 당한 것을 보자 개소문은 눈에 쌍심지를 켜고 설인귀를 향해 말을 달렸다. 두 사람은 맞붙어 수백 합을 싸웠지만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다. 산 아래서 나는 함성소리에 당 태종도 내려다보며 넋을 잃은 듯이 두 사람이 싸우는 장면을 구경한다. 이때 개소문은 주문을 외우더니 품속에서 비도를 꺼내어 설인귀에게 뿌렸다. 설인귀는 빗발치듯 날아오는 비도를 막아낼 길이 없었다. 외마디 비명과 함께 설인귀의 왼팔이 잘려나갔다. 개소문이 설인귀를 사로잡으려는 순간 당나라 군사들이 설인귀를 구원하여 퇴각했다. 산 위에서 당나라군이 돌을 굴려서 개소문은 할 수 없이 추격을 멈추었다.


중국의 전설이야기에 의하면 설인귀가 달아난 후 천궁의 두모(斗母)라는 여신이 나타나 설인귀의 잘려나간 팔을 붙여서 치료해 주었으며 그에게 활 하나와 천운전(穿雲箭)이라는 화살 세 개를 주었다 한다. 설인귀가 그 활시위를 당겨 봉황산 꼭대기를 향해 쏘았는데 벽력같은 굉음과 함께 산꼭대기에 구멍이 났다. 그 구멍이 바로 현재 봉황산 전안봉(箭眼峰)에 있는 전안(箭眼)이라는 동굴이란다. 그 후 어느 날, 설인귀와 개소문이 또 싸우게 되었는데 쫓겨 달아나던 개소문이 호로병을 꺼내 주문을 외우자 호로병 속에서 번쩍이는 비도가 쏟아져 나와 설인귀를 향해 날아갔다. 설인귀가 천운전으로 그 비도들을 막아냈으며 달아나는 개소문을 압록강 변까지 쫓아가 마지막에 천운전으로 사살하였다고 한다. 그 후 천궁의 두모를 기리기 위해 사람들은 봉황산에 두모궁을 지어놓았다고 한다.


이러한 설화는 전설에 불과하다. 봉황새와 두모, 그리고 연개소문과 매월영, 설인귀가 썼다는 요술 등은 사실이 아니다. 원래 당 태종이 요동성을 탈취한 후 오골성을 치고 곧바로 평양으로 쳐들어 갈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봉황산에 와 본 적은 없다. 연개소문의 그런 죽음도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이 설화에서 우리는 고구려의 연개소문이 확실히 대단한 영웅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까지도 요동지역에 연개소문을 우러러보고 있는 한족들도 적지 않다.


장광섭/중국문화전문기자  윤재윤/요령조선문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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