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41361

20개월 전 박근혜의 한 마디, '소오름'!
[공약점검⑤ : 하우스·렌트푸어] 렌트푸어 살리겠다더니...
14.10.10 10:26 l 최종 업데이트 14.10.10 10:26 l 박동수(pds6507)

반값등록금, 기초노령연금, 무상보육, 증세 없는 복지 증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쏟아낸 공약들 중 일부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지 1년 6개월여가 지난 현재 각 분야의 공약들이 어느 정도 이행됐으며 체감 지수는 어느 정도인지 세대별, 관심별로 나누어 알아봤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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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2년 9월 23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여의도 당사에서 '집 걱정 덜기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모습. ⓒ 남소연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듭니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내놓은 대선 공약집 타이틀이다. 당시 새누리당은 국민들이 느끼는 불만과 불안요소를 적절하게 잘 파악하고 있었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겠지만, 새누리당은 그동안 자신들이 보인 정체성과는 다소 동떨어진 '경제민주화'와 '복지'도 적극 수용하겠다고 밝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그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도 20개월이 지났다. 과연 우리는 그때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는가. 과거 새누리당이 했던 약속과 공약들이 제대로 지켜져 국민들의 불안은 없어지고 희망이 생겼는가. 특히 대선 당시 부동산정책의 화두였던, 하우스푸어(집 가진 가난한 사람들)와 렌트푸어(은행 대출로 전셋값을 올려준 뒤 이자 갚느라 급급한 이들)들의 고통이 줄어들었는가.

집 주인도, 세입자도 걱정 없는 세상, 과연 왔나

새누리당은 대선 당시 부동산 정책의 목표를 "집 주인도 세입자도 집 걱정, 대출상환 걱정 없는 세상이 옵니다"로 세웠다.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의 고통에 공감하며 주거불안 극복을 위한 공약을 제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하우스푸어 문제에 대한 핵심 공약으로 보유주택지분매각제도와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보유주택지분매각제도는 3개월 이상 연체한 하우스푸어의 부실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사들이면, 집 주인은 캠코에 낮은 이자를 내는 것이었으나, 지난 4월 단 한 건의 실적도 올리지 못하고 처참하게 폐기됐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후에도 하우스푸어를 위한 대책을 쏟아냈다. 그 중 하나가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다. 주택연금은 노후 소득이 없는 60세 이상 노인들이 자가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제도다. 그러나 하우스푸어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6월 대상 연령을 낮춰 한시적으로 이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주택연금과 다른 점은 연금을 일시불로 받아 부채상환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제도 또한 하우스푸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가 운영된 1년 동안 이 제도를 이용한 하우스푸어는 536가구로, 이들은 총 641억 원을 상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와 금융연구원이 2012년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같은해 3월 현재 소득의 60%를 빚 갚는데 사용하는 하우스푸어는 57만 가구이고 이들이 금융권에 갚아야 할 돈은 15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박근혜 정부가 우여곡절 속에 내놓은 또 다른 하우스푸어 정책마저 아무 힘도 발휘하지 못하고 사라진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쏟아내는 정책들, 줄줄이 폐기·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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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은 대선 당시 부동산 정책의 목표를 "집 주인도 세입자도 집 걱정, 대출상환 걱정 없는 세상이 옵니다"로 세웠다. ⓒ sxc

물론,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이 집주인을 위한 공약만 내놓은 건 아니었다. 그들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전셋값에 전전긍긍하는 '렌트푸어'들을 위해 '목돈 들지 않는 전세제도'와 '행복주택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사회 초년생, 대학생, 신혼부부,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행복주택프로젝트는 국유지인 철도부지 위에 공공임대아파트를 지어 주변 임대료의 30~40% 가격에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2017년까지 공공임대주택 2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1년여 후인 2013년 말 정부는 행복주택 공급 가구 수를 14만으로 축소해 발표했다. 더구나 정부는 현재까지 14만 가구를 어떻게 언제까지 공급할 것인지 구체적인 이행계획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계획이 거듭 수정되고 상황이 바뀌면서 14만 가구 공급도 원활하지 않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공약인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는 신용이 좋지 않은 세입자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것에 대한 대책이었다. 비교적 신용이 좋은 임대인이 세입자의 부족한 전세금을 저금리로 대출받는 대신, 그 이자를 세입자가 내는 제도다. 정부는 2013년 8월, 이 제도를 야심차게 출시했지만 안타깝게도 이용률은 극히 낮았다. 

당시 민병두 민주당(현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와 관련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실적이 없거나 극히 미미한 상황으로 공약이 실패한 것"이라며 "이 제도는 전세보증금 상승분을 금융기관이 대출해주는 것으로 전세 주거 안정에 기여하기보다는 가계 부채 상승에 일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집 문제로 시름하는 이들의 몸과 마음, 누가 달래주나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대선 전 야심차게 내놓은 하우스푸어, 렌트푸어 정책들은 집 문제로 골치를 썩는 이들의 몸과 마음을 달래주지 못했다. 사실 박근혜 후보의 핵심 공약이 이행되지 못한 이유는 실효성이 없는 제도였기 때문이다. 

하우스푸어처럼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렸을 경우, 등기부상 개인이 소유자로 나오지만 사실상 집주인은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이다. 때문에 집값이 오르지 않는 이상, 금융기관이 하우스푸어에게 더 좋은 신용등급(대출을 더 해주든, 이자율을 더 낮춰주든)을 제시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또한 현실을 전혀 모르는 제도였다. 전세값이  오르는 상황인데다, 전세대란으로 계약을 하려는 임차인이 줄을 섰는데, 어떤 집주인이 자기 집을 담보로 세입자의 전세자금을 대출해주겠나.  

행복주택 공약 또한 마찬가지다. 정부는 행복주택 공급이 더딘 이유를 철도부지 인근 주민들의 지역 이기주의 탓으로 돌리지만, 이를 해결해야 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적극적으로 추진할 의사가 있다면, 해당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든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행복주택을 대체할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해야 하는 게 맞다. 눈에 불을 켜고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해도 모자랄 마당에 정부는 지난 5월, 광명시흥 보금자리지구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하우스푸어나 렌트푸어들은 왜 새누리당 후보를 찍은 걸까. 하우스푸어들 중 상당수는 이 공약의 실효성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하우스푸어를 구제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집값이 오르는 것이기 때문에 부동산 부양과 개발, 성장을 앞세운 새누리당을 찍은 것이다. 하지만 렌트푸어들은 기만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집을 떠나 타지에서 유학중인 대학생이나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들은 행복주택에 큰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강남발 집값 인상 훈풍이 수도권 외곽까지 올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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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구 개포동 대청아파트. ⓒ 김동환

박근혜 정부는 집권 후 몇 차례나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며 공약을 이행하고자 했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고작 20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부동산 핵심 공약은 축소되거나 사라졌다. 물론 정부는 부동산 매매 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전세 세입자가 집을 사게 만들어 전세 수요가 줄어들면 전셋값 폭등을 막을 수 있을 것이고, 집이 팔리니 하우스푸어 또한 구제할 수 있을 거란 계산이었다. 덧붙여 부동산 경기 활성화로 인한 내수 진작도 노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세금을 줄이고(취득세 인하), 주택을 구입한다고 하면 사실상 0% 금리로 대출을 해주고, 1주택자의 아파트 청약자격 제한을 완화하는 것으로 주택 구입을 유도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결국 여러 대책을 쏟아 부었지만, 전셋값은 계속 올랐고, 주택매매도 급매물로 나온 것만 거래될 뿐이었다. 

계속되는 실패에 박근혜 정부는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최경환 의원을 경제부총리로 임명했다. 그는 주택 부동산정책을 경기활성화의 수단으로 활용하였다. 하우스푸어를 막는 제동장치였던 LTV(주택담보대출비율)과 DTI(부채상환비율)을 완화해 소위 '빚내서 집사라' 정책의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2014년 9월 1일, 주택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리기 위해, 재건축(재건축이 되면, 더 많은 평수를 짓게 되어 사업성이 높아짐으로써, 기존 재건축아파트 가격이 인상됨)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줄이는 정책을 발표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강남, 목동, 상계동의 아파트 가격은 상승했고 10월 5일 마감한 서초구의 '래미안 서초 에스티즈'의 신규분양에는 43가구 분양에 3080명이 청약하여 71: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하지만 한국감정원 발표에 의하면, 9·1 부동산정책 발표를 전후한 한 달 동안, 전국 아파트의 매매금액 상승률(0.37%)보다 전셋값의 상승률(0.48%)이 더 높았다. 전국의 아파트 대비 전세가율은 70%를 넘었고, 화성·동탄 등 일부 지역은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90%에 이르렀다. 전세 세입자들은 '깡통전세'마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불과 20개월 전만 해도 렌트푸어와 하우스푸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던 정부가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한 주택경기 부양 쪽으로 매몰차게 돌아선 것으로 볼 만한 상황인 것이다. 물론 집값 하락으로 이자와 원금 상환의 고통을 받는 이들에게 '강남발' 집값 인상 소식은 '희망'을 알리는 한 줄기 빛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집값 인상의 훈기가 하우스푸어들이 몰려있는 수도권 외곽 대형아파트까지 온다는 보장은 결코 없다. 

박근혜 정부 주택정책의 수혜자는 누구일까

현재 월세 세입자들은 은행 예금금리(연 2.5% 내외)의 3~4배가 넘는 월세이율(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내는 이율로, 수도권은 연 9.4%, 서울은 연 8.8% - 2014년 10월 1일 한국 감정원 발표)로 고통 받고 있다. 

은행금리보다 3~4배 높은 이율을 월세로 받는 걸 언제까지 '부동산 재테크'로 용인해야 하는가? 일종의 폭리 아닌가? 무주택 전월세 세입자들의 등골을 휘게 만들어 쌓아올린 '부동산 부'와 '집값 올리기 정책'이 과연 사회정의에 부합하고 지속 가능하다고 보는가. 

전세 세입자들은 지속되는 전셋값 인상으로 은행과 부모님, 지인에게 손을 벌리고, 깡통전세로 내몰리고 있다. 주택 가격 거품이 꺼지면 집주인, 하우스푸어만 피해를 입는 건 아니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았던 집에 거주하는 세입자도 결국 피해자가 된다. 

현재 박근혜 정부 주택정책의 수혜자는 누구일까. 하우스푸어일까? 렌트푸어일까? 아니다.  정부 주택정책의 혜택을 보는 강남권 등 특정 지역과 건설사다. 주택에서도 빈익빈부익부 현상은 더 확대되어 가고 있고, 렌트푸어와 하우스푸어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전국세입자협회 운영위원입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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