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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엔 배낭 NO… 채증엔 “카메라 치워라”가 최선?
진화하는 시민대처법, 시민불복종에 재치까지 “경찰에 ‘불법’ 각인 시킬 노력 필요”
입력 : 2014-10-07  21:31:02   노출 : 2014.10.10  11:50:14 김유리 기자 | yu100@mediatoday.co.kr    


“배낭을 메면 안 된다.”

정장 차림인 이택준 씨가 지난 여름 청와대 앞을 무사통과한 비결이다. 목적지는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 농성장이었으나 막는 이들은 없었다. 하지만 이씨의 지인들은 청와대 앞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씨는 “그 친구들과 차이점이라면 배낭에 정당 배지 등을 한 옷차림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이씨는 “흔한 경험이지만 종종 정장 차림으로 집회 현장에 나가면 경찰의 제지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의 불법적인 채증과 불심검문 등에 맞서 시민들이 자구책 찾기에 나섰다. 정부의 부당한 행위에 불법을 감수하고서라도 저항한다는 전통적인 시민불복종에 ‘재치’를 더해 시민들이 좀더 ‘진화된’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는 셈이다.

이씨와 같은 경험담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종종 목격된다. “어디 가냐”고 묻는 경찰에게 “약속 있다, 시위하는 사람이나 잡지 왜 이러냐”고 되레 따져 물은 한 여성도 ‘경찰벽’을 막힘없이 통과했다. 이 여성도 청와대 앞 세월호 가족대책위에 ‘무사히’ 도착했다.

▲ 경찰이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을 채증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씨는 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경찰이 불법심문을 할 때 특별한 기준은 없다”며 “다만 경험칙으로 ‘집회 복장’과 배낭을 맨 사람은 무조건 불심검문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집회 시위 현장에서 무분별하게 벌어지고 있는 경찰의 불법 채증에 ‘집단지성’이 나섰다. SNS에는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존엄과안전위원회의 ‘떳다 시민채증단’(트위터)과 ‘불법채증 불량포도리’(페이스북) 페이지가 만들어져 운영 중에 있다.

해당 페이지에는 “사복으로 위장하고 시민을 불법 채증하던 경찰이 소속을 밝히라고 하니 도망치기 시작함”, “명찰 없는 경찰 사복 입은 채증조까지 설친다” 등의 글과 경찰 얼굴 사진이 게시돼 있다. 시민들이 사복을 입고 채증하는 경찰을 고발하고 채증에 대비하자는 취지에서 직접 올린 것이다.

노동계도 불법 채증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A씨는 “회사보다 경찰의 불법 채증이 더 골칫거리”라며 “윗선의 명령을 받은 의무경찰의 채증은 막무가내다. 시위 참가자들의 대응은 고작 ‘카메라 치워라’가 전부”라고 말했다.

시민들의 자구책에는 한계가 있다. 다른 노동자 B씨는 “행여 채증 카메라를 빼앗겠다고 몸싸움이라도 했다가는 곧바로 폭력 사범으로 체포될 수 있다”고 말했다.

‘떳다 시민채증단’ 담당 장여경 활동가는 “시민들이 경찰의 채증 등에 대해 공권력을 고발할 수 있다는 역감시 측면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법적 대응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며 “현재까지 제보된 사례를 모아 이달 내에 국가인권위 진정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국가인권위의 채증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후 일부 개선됐지만, 청와대 부근에서는 시민 접근을 막거나 지휘관의 자의적 기준에 따라 불법 행위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불법행위라는 점을 경찰에 각인시키는 시민들의 꾸준한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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