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09625.html

‘한미FTA는 삶의 문제’…골목시위대 떴다
[한겨레] 황춘화 기자 등록 : 20111211 20:35
   
용인시 동천동 150여명 
동아리 중심 반대운동, 2008년 쇠고기수입 반대
“주민 힘으로 협정폐기”

≫ 지난 10월 경기도 용인시 동천동 주민들이 동네 상가 앞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동천동에서는 “쫄면 안 돼! 쫄면 안 돼!”라는 노랫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동천동 주민 150여명이 크리스마스 캐럴 ‘산타 할아버지 우리 마을에 오시네’를 개사한 노래를 부르며 ‘골목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손에 손에 촛불을 들고 동네 골목을 행진하며 복덕방과 슈퍼마켓 등에 유인물을 나눠주었다. 몇몇 상인들은 같은 동네 주민이 건넨 유인물을 반갑게 받으며 다음 시위에는 참여하겠다는 말을 보탰다. 차를 타고 골목을 지나던 주민들은 창문을 열어 ‘골목시위대’에 손을 흔들기도 했다.

행진을 마친 주민들은 동천동 주민센터 앞에 모여 ‘한-미 에프티에이 폐기를 위한 동천동 주민협의회’ 대표로 이세영 한신대 교수(국사학과)를 박수로 선출했다. 이곳 주민인 이 교수는 “3·1운동이 아우내 장터에서 불붙었듯 우리가 불씨가 되어 한-미 에프티에이를 폐기하기 위한 골목시위를 전국으로 퍼뜨리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골목시위’는 동천동 축구 동아리 ‘이우에프시(FC)’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이우에프시에는 이 동네에 사는 이우학교(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대안학교) 학부모 60여명이 회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회원들은 지난 3일 축구경기를 마친 뒤 술자리에서 한-미 에프티에이 폐기를 촉구하는 골목시위를 열기로 뜻을 모았다. 이우에프시 회원인 윤덕호(49)씨는 “동천동에는 이우학교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동아리가 있고, 동아리 모임에서 서로 만나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나눈다”며 “20여개 동아리에 직접 전화를 걸어 골목시위의 취지를 설명하니 대부분 공감해 흔쾌히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동천동은 주민들 모임이 활발해 2008년에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골목시위를 한 적이 있다. 윤씨는 “이번 골목시위 덕에 항상 공만 차고 술만 마신다는 핀잔을 듣던 이우에프시가 밥값 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웃음을 지었다.

고3 아들을 둔 이원재(44)씨는 동네 산악회 ‘백두대간’ 회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아이들에게 물려줄 세상을 어른들이 망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골목시위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동천동 노래동아리 ‘노래를 나누는 세상’ 회원 최아무개(57)씨는 “골목시위를 하니 한-미 에프티에이가 정치적 이슈가 아니라 생활 속 문제로 생생하게 다가온다”며 “반가운 얼굴들과 함께 뜻을 모을 수 있어서 즐겁다”고 말했다.

이날 골목시위에는 학생들도 많이 참여했다. 같은 반 친구 4명과 함께 나온 동천초등학교 6학년 김예진(12)양은 “농민들을 못살게 하는 한-미 에프티에이가 싫다”며 “앞으로 더 많은 친구들과 같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등학생 윤혜선(16)양은 “한나라당이 한-미 에프티에이 비준동의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데 화가 나 골목시위에 참여했다”고 했다.

동천동 주민들은 이달에 두 차례 더 집회를 연 다음 연말 평가를 통해 내년 골목시위를 준비할 계획이다. 또 오는 21일에는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부)를 초청해 한-미 에프티에이의 문제점에 대한 강연도 들을 예정이다.

글·사진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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