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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때기' 정봉주 빈자리, 김용민이 채웠다
'나꼼수' 미국 공연에서 대박 터진 '목사 아들 돼지' 김용민의 성대모사
11.12.12 19:53 ㅣ최종 업데이트 11.12.12 21:45  최경준 (235jun)

 
▲ '나는 꼼수다'(나꼼수) PD인 시사평론가 김용민(왼쪽)씨가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공연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성대모사를 하자,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운데)와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웃고 있다. ⓒ 최경준

"한나라당 내비게이션 박근혜입니다. 우리 한나라당 내비게이션은 좌회전이 안 됩니다. 좌회전은 빨갱이입니다. 좌회전을 선택하셨습니다. 경고했습니다. 그래도 좌회전을 선택하시겠습니까. XX놈아!"
 
'깔때기' 정봉주가 빠진 '나꼼수'(나는 꼼수다)에는 '목사 아들 돼지' 김용민이 있었다.
 
지난 5일(현지시각)부터 미주 순회공연에 나선 나꼼수의 PD 김용민씨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목소리를 흉내낸 성대모사로 미주 한인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고 있다. 마침 한국에서는 홍준표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가 모두 사퇴하면서 박 전 대표의 '구원론'이 제기되고 있어 김씨의 성대모사가 더욱 주목 받았다.
 
'성대모사 하는 돼지'에 공연장은 웃음바다
 
▲ 미주 순회공연에 나선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6일 오후 8시(현지시각) 뉴욕 맨해튼 코프만 센터의 머킨 홀에서 첫 번째 공연을 열었다. 공연 도중 한국에 혼자 남아있는 정봉주 전 의원(민주당)에게 전화연결을 시도하고 있는 김용민 PD. ⓒ 최경준
김용민씨는 박근혜 전 대표 외에도 지난 4일 광주 콘서트를 앞두고 개발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성대모사를 선보여 박수를 받았다. 또한 박원순 서울시장,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근태 전 의원,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조현오 경찰청장 등의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내 연일 공연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김씨는 조 청장의 목소리로 "나는 물 '수'에 쏠 '사'인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 '한미FTA' 반대 집회 참가자들에게 경찰이 물대포를 쐈던 것을 꼬집었고, 문재인 이사장의 목소리로 조 청장을 향해 질펀한 욕을 쏟아내기도 한다. 게다가 명사들의 성대모사를 이용한 핸드폰 진동소리까지 선보여 미주 한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BBK 재판 계류 등을 이유로 여권을 발급받지 못해 미주 순회공연에서 빠진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의 빈자리를 충분히 메우고도 남는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김씨의 성대모사 퍼레이드는 한국 공연에서 이미 선보였지만, 이를 직접 관람한 미주 한인들은 이번 미주 순회공연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지난 8일 워싱턴DC 공연 직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김용민씨는 "원래 'F4'인데, 정봉주 전 의원의 공백이 크지 않느냐"는 질문에 "없다. 충분히 채우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나꼼수 콘서트 기획자인) 탁현민씨의 빈자리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라디오 유재석'으로 불리던 성대모사 하는 시사평론가
 
▲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미주 순회공연을 위해 지난 5일(현지시각) 뉴욕에 도착하자, 환영을 나온 교민들로부터 사인 공세와 꽃다발을 받았다. ⓒ 최경준

나꼼수 출연자인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김씨를 가리켜 "자다가 일어나서 성대모사를 하는 돼지"라고 표현했다. 김씨가 공연에서 성대모사를 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동안 팟캐스트 방송에선 김씨의 존재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다른 출연자들은 서로 말을 가로채고 끼어들기 바쁘지만 그는 간혹 성대모사를 할 때를 제외하곤 등장하는 법이 없다. 그래서 가끔 방송에서 들을 수 있는 에어컨 가동 소리보다 출연 분량이 적다는 말을 듣는다. 그렇다 보니 출연자들 중에서 인기도 제일 낮다. 트위터 팔로어가 18만 명이 넘지만, 상당수는 나꼼수가 언제 업로드되는지 알 수 있을까 싶어 기웃거리거나 독촉하는 팬들이다.
 
그러나 그가 없는 나꼼수는 상상하기 힘들다. 미리 자료 파일을 만드는 등 녹음 준비는 물론 녹음 진행과 편집, 인터넷과 아이튠즈에 올리는 일까지 그의 몫이기 때문이다. 티셔츠 판매와 콘서트 준비도 그의 손에서 이뤄진다. 주진우 기자보다 어린 나꼼수 막내(1974년생)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꼼수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주진우 기자는 "우리끼리 있을 때 정봉주 다음으로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김용민"이라고 말했다. 그런 김용민씨가 정작 방송에서 말을 아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씨는 이번 미주 순회공연에서 이렇게 '깔때기'를 들이댔다.
 
"우선 세 분(김어준, 정봉주, 주진우)이 워낙 달변들이고 또 현장에서 갈고 닦은 내공이 있기 때문에 제가 말을 하면 방해하는 수준 밖에 안 된다. 게다가 (방송에서) 세 사람 이상 목소리가 나오게 되면 사실 편집하기도 쉽지 않다. 듣는 사람도 혼동이 된다. 라디오 PD 출신로서의 연륜과 노하우를 가지고 편집을 우선하는 판단을 한 것이다. 라디오 방송이 사양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라디오 방송에 새로운 가능성을 불어넣은 사람이 바로 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 미주 순회공연 중인 '나는 꼼수다'(나꼼수)는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존스홉킨스대학에서 강연회를 개최했다. 김용민씨(왼쪽)는 강연회 도중에도 도너츠 등을 계속 먹고 있고, 김어준 총수(왼쪽에서 두번째)는 매우 피곤한 듯 턱을 괴고 있다. ⓒ 최경준

김씨에게 "열심히 성대모사를 연습하라"고 독려한 것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다. '목사 아들 돼지'라는 별명도 '깔때기', '그레이트 빅엿' 등 신조어 제조기인 김 총수가 붙여줬다. 김씨 스스로도 "토크에 끼고 싶어서 나름대로 캐릭터를 만들어볼 생각"에 부지런히 성대모사를 연습하고 새로운 것을 개발했다.
 
늘 후방 지원만 하던 김씨가 지난 10월 말부터 시작된 '나꼼수 콘서트'에서 조금씩 성대모사로 빛을 발하더니, '깔때기' 정봉주 전 의원이 빠진 미주 순회공연에서 제대로 대박을 터뜨렸다. '깔때기'의 빈자리를 성대모사로 채워 넣은 것이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반드시 정 전 의원처럼 말을 많이 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김씨가 증명한 셈이다. 김씨는 정치인 몇 명의 성대모사로도 충분히 관객들에게 메시지와 재미를 동시에 선사하고 있다.
 
사실 김씨는 나꼼수에서 처음 성대모사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김씨는 지난 2000년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극동방송 PD에서 잘린 뒤, 기독교TV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당시 '눈높이 시사평론'이라는 방식을 도입, 청취자를 계몽의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는 시사뉴스를 전달하려고 했다. 실제 김씨는 방송 도중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나 이명박, 유시민 대선 예비후보의 성대모사를 통해 복잡한 정치적 쟁점을 쉽게 풀어냈다.
 
이후 그는 시사평론가라는 명함을 들고 활동 폭을 넓혔고, 2000년대 중반에는 고정으로 출연하는 시사 프로그램만 10개에 달할 정도로 '잘 팔리는' 라디오스타가 됐다. 시사평론가로는 드물게 정치인 성대모사가 가능하고, 노래도 곧잘 하는 '예능끼'를 갖췄기 때문에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라디오 유재석'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잘 나가던 김씨는 이명박 정부 들어 공중파에서 모두 '퇴출'을 당한 뒤 웹방송인 <김어준의 뉴욕타임스>에서 '시사장악퀴즈'를 맡았다. 당시에도 그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성대모사를 하는 시사평론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일찌감치 '성대모사 하는 시사평론가'로 자리매김한 김씨는 최근 나꼼수에서 선보이는 성대모사에 작은 변화를 줬다. 간간히 욕설을 포함시켜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한 것이다. 형식과 내용에 규제를 받는 기존 방송에서는 절대 소화할 수 없지만, 웹이라는 열린 공간에서 그의 성대모사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셈이다.
 
"나꼼수 현상, 여성들 정치적 결의에서 비롯"
 
▲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 사무실을 방문한 가운데, 김어준 총수와 시위대 집행부의 대화를 김용민씨가 카메라에 담고 있다. ⓒ 최경준

나꼼수는 12일(현시지각) 샌프란시스코 스탠포드대학 간담회를 끝으로 6박7일간의 미주 순회공연을 마무리한다. 미 동부에서 시작해 서부로 진행된 이번 순회공연은 6개 도시에서 7차례에 걸쳐 공개방송, 강연회 등을 진행하는 살인적인 스케줄로 짜여졌다.
 
나꼼수는 지난달 말 대구, 양산에 이어 2일 청주, 3일 진주, 4일 광주까지 잇따른 공연 일정을 소화하고 지난 5일 미국 뉴욕에 도착했다. 한 도시에서 공연을 끝낸 뒤, 다음날 오전 9시에 비행기를 타고 다음 도시로 넘어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저녁 공연을 마치면 밤 10시, 뒤풀이까지 참석했다가 숙소로 돌아가면 밤 12시를 넘기기 일쑤다. 나꼼수 팀은 다시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음날 일찍 다음 도시로 옮기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다.
 
시차적응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된 강행군으로 나꼼수 팀은 지칠 대로 지쳤다. 특히 미국행 직전 심장에 문제가 있어 병원 검진을 받은 김어준 총수의 피로도가 더욱 심해 보였다. 그는 공연 직후 뒤풀이 장소로 옮기는 10여 분의 짬 시간을 이용해 차 안에서 조각잠을 자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가장 바쁜 사람은 역시 김용민씨였다. 뉴욕에 도착한 첫 날, 다른 출연진들은 잠시 뉴욕 시내를 구경하러 나간 사이에도 김씨는 호텔방을 지키고 앉아 '나꼼수 경제편'이라고 할 수 있는 '나는 꼽사리다'(나꼽살)를 편집했다.
 
나꼼수가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를 방문했을 때도 김씨는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했다. 김씨는 시위대 방문이 끝난 뒤, 시위대 집행부 중 한 명으로부터 32회 방송에 내보낼 나꼼수 영어 오프닝 멘트까지 녹음하는 등 PD로서의 역할도 잊지 않았다.
 
김용민씨는 이번 미주 순회공연이 빡빡한 일정으로 진행된 강행군이었지만 "매우 만족스럽다"며 "나꼼수가 해외에 있는 개념있는 교민들에게도 대안 미디어로 확실하게 자리를 굳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미주 한인사회에서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갈망, 갈급함이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앞으로 해외 교민들이 한국 정치 현실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고려해서 방송을 만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교민들이 한국의 정치 상황을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이 분들은 뉴스를 통해서 한국 상황을 접한다. 그래서 뉴스에 대한 디테일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웬만한 정치적 유머도 잘 통하더라. 아주 빵빵 터진다."
 
그는 또 나꼼수의 팬사인회나 공연에 30·40대 여성들의 참여 비율이 높은 점과 관련 "이명박 정권 교체에 대한 강력한 의지는 여성분들로부터 시작됐다"며 "그 뒤에 안철수 현상이나 나꼼수 현상도 여성들의 정치적인 결의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여성들이 피플 파워의 주역"이라고 강조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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