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10047.html

‘사찰 피해’ 김종익씨 횡령혐의 대부분 공소기각
범죄 근거자료도 없이 기소 ‘검찰의 굴욕’
[한겨레] 황춘화 기자  등록 : 20111213 20:52
   
법원 “방어권 침해 우려”
2000만원 사용만 벌금형
‘무리한 기소’ 비판 불가피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57·사진) 전 ㈜케이비(KB)한마음 대표의 횡령 혐의에 대해, 법원이 “범죄사실의 기재가 없다”는 이유로 대부분 ‘공소기각’ 판결했다. 검찰이 정치적 보복 차원에서 김씨를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는 지난해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의 수사의뢰로 시작됐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김씨 등 민간인을 불법사찰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돼가던 지난해 7월 조 의원은 “김씨가 조성한 비자금이 참여정부 실세들에게 흘러갔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10개월 동안 케이비한마음의 회계자료를 샅샅이 조사한 뒤, 2005년 3월부터 3년6개월 동안 8750만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김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조 의원의 애초 주장과 달리 참여정부 실세에게 흘러간 돈은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김씨가 비자금 수천만원을 회식비 등에 썼다고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인 증거 자료를 내놓지 못했다. 8000여만원 횡령 사건에 이례적으로 공판검사가 아닌 주임검사가 직접 재판에 참여했지만, 김씨가 얼마나 되는 돈을 어디에 썼는지 등이 적힌 ‘범죄일람표’조차 제출하지 못했다. 재판 내내 변호인은 “검찰이 범죄를 특정하지 않으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이 사건은 공소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3일 법원은 검찰의 기소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6750만원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했다. 공소기각이란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건에 대해 재판부가 더 이상 심리를 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범행기간이 매우 장기간으로 적혀 있고, 관련 근거자료가 없는 이 사건에서는 김씨가 그 사용처를 모두 기억해 진술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비자금을 관리·보관한 다른 사람들이 비자금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김씨의 방어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8750만원 가운데, 김씨가 은사의 병원 치료비 등에 사용한 2000만원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수사 초기에 검사가 ‘비자금의 70%만 사용처가 맞아도 범죄의도가 없었다고 판단할 수 있으니 금액을 맞춰달라’고 해서 개인비용으로 사용한 은사 병원비 2000만원을 검찰에서 진술했는데, 그 부분이 회삿돈을 횡령한 것으로 법원에서 인정됐다”며 “5년 전 몇십만원 쓴 돈을 지금 어떻게 기억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씨 쪽 최강욱 변호사는 “판례와 상식에 맞지 않는 검찰의 기소가 결국 김씨를 흠집내기 위한 것이었음이 법원의 공소기각으로 증명됐다”며 “유죄 부분에 대해선 판결문을 받아본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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