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64491.html?_fr=mt3

[단독] “사업성 모르지만 감이 좋아”…견제 없었던 ‘MB 자원개발’
등록 : 2014.11.14 00:40수정 : 2014.11.14 07:41

자원개발 관련 이사회 회의록 들여다보니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개발이 혈세 낭비 논란에 오른 가운데, 해당 공기업들도 충분한 검토 없이 졸속으로 사업을 추진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009~2012년 사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공기업 사장들이 불도저식으로 사업을 밀어붙인 탓에 이를 견제할 공기업 이사회는 무력했던 것이 이사회 회의록에서 확인되고 있다. 또 애초 자원외교 투자 당시부터 사업성이 불투명했다는 사실도 속속 드러났다.

<한겨레>가 13일 새정치민주연합 ‘엠비(MB) 정부 국부유출 자원외교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인 이원욱 의원을 통해 입수한 2010년 6월29일 한국가스공사의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주강수 당시 사장은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가스전 사업 투자 증액을 요구하며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아직도 많은 것이 불투명하다”면서도 이명박 대통령을 언급하며 “감이 좋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사업타당성에 우려를 표시한 이사들에게 그는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국빈방문 하실 때 어떻게 하겠냐고 하셔서 ‘최종투자의사결정(FID) 할 때까지 보고 그때 가서 판단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사업성은 어떠냐’ 그래서 ‘사업성은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사업성은 지금 잘 모르는데 감은 좋고요’(라고 말씀드렸다)”라며 “지금 우리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지만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상당히 우리에게 혜택을 줬다”고 이사들을 설득했다. 이원욱 의원은 “공기업 사장으로서 책임성 있는 발언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업 불투명하다”면서도 MB 들먹, 가스공, 우즈베크 투자 밀어붙여 
“부채 많지만 상환하면 재원 충분” 유공, 낙관주의로 하베스트 자회사 인수 
“이미 하기로 한 거 어떻게 막나” 광물공, 불도저식 밀어붙이기

주 전 사장은 대표적인 ‘엠비맨’으로 꼽혔던 인사다. 수르길 가스전 사업은 40억달러(약 4조4000억원) 규모의 사업으로 당시 이사회는 참여지분 확대와 자금 조달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전 대통령은 이듬해인 2011년 8월23일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가스전 개발, 가스화학플랜트 건설 계약을 체결했고, 현재 사업이 진행중이다. 이에 대해 주 전 사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금 제가 언급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2조원이 들어갔지만 인수 가격의 1%인 200억원에 헐값 매각될 캐나다 유전개발 업체 하베스트의 자회사 ‘날’ 인수 결정도 당시 이사회에서 여러 우려가 나왔지만 통과됐다. 부좌현 새정치연합 의원이 한국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2009년 10월29일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한 비상임 이사는 “여태까지 과정으로 보면 그렇게 (큰 성과로) 안 보인다. 리스크에 대한 대책이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당시 석유공사 신규사업처장은 “부실회사를 인수한 게 아니냐(고 하시는데), 사실 지금 현재로 봤을 때는 좀 안 좋다. 부채가 이렇게 많다. 지금 현재 자본보다 부채가 더 많지 않습니까?”라면서도 “회사를 인수해서 부채를 상환해버리면 충분한 재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며 낙관적 설명으로 일관했다.

현재 2조원의 손실 위기에 처한 멕시코 볼레오 동광산 사업 역시 이사들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투자가 진행됐다. 홍영표 새정치연합 의원이 광물자원공사에서 제출받은 2012년 7월27일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한 비상임 이사는 “8월3일까지 돈 내야 되는데 이제 와서 오늘 보고한다. 이거 문제가 있는 거예요”라며 “그러나 이미 하기로 다 한 거 아닙니까? 한 걸 어떻게 막느냐 이거지요”라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8월2일 한 비상임이사가 “이 사업 자체가 완전히 부실이에요”라고 지적했지만 증액 안건은 결국 통과됐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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