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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디도스 사건’ 은폐 의혹 전말
11월 초 보고받고 한 달간 보류
[1022호] 2011년 12월 14일 (수) 14:56:39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 연말 정국 디도스로 마비 청와대가 11월 초 경찰로부터 디도스 사건에 대한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사건 발표를 보류하게 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은 청와대 전경.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정부가 ‘디도스 후폭풍’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수습책 마련을 둘러싼 내부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임기 1년을 남긴 청와대는 국정 운영의 동력을 상실했다. 경찰이 최구식 의원 9급비서 공 아무개 씨의 단독범행으로 발표했지만 ‘호재’를 잡은 야권은 “배후를 밝히라”며 공세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요신문>은 여권 핵심부가 이번 사건을 고의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정황들을 포착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경찰과 청와대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도 드러났다. 연말 정국을 마비시킨 ‘디도스 사태’의 숨겨진 진실을 추적했다.

경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김능환)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 수사에 착수한 것은 지난 10월 26일 보궐선거 당일이다. 경찰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선거가 치러지던 11시경 선관위 등에 수사관 두 명을 급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10월 29일 기자와 만났던 경찰청 관계자는 “선관위는 오전 6시부터 두 시간가량,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는 새벽 1시와 5시 각각 두 차례 디도스 공격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한 바 있다. 최근 경찰이 발표한 수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경찰이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9급비서인 공 아무개 씨 등이 디도스 공격에 관여했다는 것을 밝혀낸 것도 이 무렵이라고 한다. 이는 경찰이 디도스 공격 전모를 이미 10월 말에 대부분 파악하고 있었음을 알려주는 대목들이다.

11월 초 경찰로부터 수사 상황을 보고 받은 청와대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집권 여당에서 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는 의원실의 관계자가 선관위 및 야권 서울시장 통합후보의 홈페이지를 공격했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거센 역풍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당시 상황에 대해 청와대 정무 관계자는 “이만희 치안비서관(현 경북경찰청장)이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수사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철저하게 보안이 이뤄졌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9급 비서인 공 씨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를 받긴 했지만 행여나 나경원 캠프를 비롯한 여권 인사들이 연루됐다면 이는 정권 퇴진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했을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비서실 주도 하에 긴급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모색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단 청와대는 디도스 사건에 대해 ‘잠정 보류’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경찰 측에도 이러한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또한 수사팀 등에 ‘입단속’도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10·26 보궐선거 패배에 따른 후유증을 간신히 수습하고 FTA 처리 등 현안 처리를 앞둔 상황에서 ‘현대판 3·15 부정선거(참여연대 표현)’로 일컬어지는 사건까지 터진다면 사실상 ‘식물 정권’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홍준표 대표 체제가 ‘책임론’에 휩싸여 흔들리면 여권 전체가 자중지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청와대 정무 관계자는 “우리도 사건의 실체를 정확히 규명하자는 데 이의가 없었다. 다만 국정 운영상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야권과 대치할 경우 예산안 등 민생 정책 추진이 어려워지는 것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 문용식 민주당 선관위사이버테러진상조사위원이 9일 국회에서 수사결과발표에 대한 10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그러나 청와대의 이러한 스탠스는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냈던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청와대가 경찰로부터 중간 수사 결과를 보고 받은 것은 이해가 되지만 발표 시기를 조절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사건이 묻힐 수도 있었던 것 아니냐. 철저하게 그 진위를 규명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야권은 청와대가 디도스 사건을 고의적으로 숨기려 했다고 보고, 그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경찰 수사결과처럼 국회의원 9급비서의 단독 범행이었다면 청와대가 이처럼 부담을 무릅쓰고 덮으려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디도스 공격을 전담하고 있는 민주당 사이버테러진상조사위원회 역시 이 부분에 대해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의 민주당 의원은 “거리낄 게 없었다면 왜 한 달 이상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가 미뤄졌겠느냐. 이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밝히는 게 수사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어떤 조직적인 세력 혹은 고위층이 배후에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여권 핵심부는 디도스 사태의 불똥이 점차 청와대로 번지고 있는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한편, 경찰을 향해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함구’하기로 약속했던 경찰이 ‘뒤통수’를 쳤다는 것이다. 이명박 캠프 출신의 한 여권 전직 고위 관료는 “국무총리실이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격앙된 경찰 측이 청와대를 압박하기 위한 일환으로 디도스 건을 꺼내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디도스 수사 결과를 공개하던 12월 2일 청와대가 그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당시 청와대는 경찰의 갑작스런 발표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현오 경찰청장과 이강덕 서울청장 등을 기용해 친정체제를 구축했다고 자평했던 청와대이었기에 그 ‘배신감(?)’은 더했을 듯하다. 이를 대변하듯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사석에서 “다른 곳은 몰라도 경찰이 이럴 줄은 몰랐다”며 한탄했다는 전언이다.  

경찰은 청와대의 이러한 기류에 대해 “원칙대로 했을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경찰청 측은 “특정 사안을 놓고 청와대와 일일이 조율하지는 않는다. 독자적으로 수사했고, (그 결과를) 발표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조차 “경찰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검찰 편을 든 이명박 정부에 한 방 먹였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이에 대해 경찰 퇴직자들 모임인 경우회 관계자는 “경찰은 정부가 내놓은 수사권 조정안을 보고 실망감을 금할 수 없었다. 경찰 수뇌부로서도 수백만 경찰 가족들의 이러한 목소리를 무시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이번 디도스 수사는 이 연장선상에서 봐야할 것”이라면서 “경찰이 반기를 들었다고 해석할 게 아니라 청와대는 먼저 (경찰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줬는지 자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경찰의 움직임을 청와대는 물론 여의도 전체를 향한 경고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향후 수사권 조정안 입법과정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할 수 있도록 경찰이 ‘실력 행사’를 했다는 것이다. 윤호석 정치컨설턴트는 “경찰이 언제든 비리 파일을 꺼내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청와대도 겁내지 않는다는 얘기 아니냐. 향후 수사권 조정안을 논의하는 의원들로선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도스 사건을 경찰의 ‘검찰 흠집 내기’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사정기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구식 의원이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 사촌 형이라는 점, 또 공 아무개 씨가 사이버 공격을 하기 전날 가졌던 술자리 모임에 검찰 출신 인사가 참석했다는 점 등 때문에 그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경찰로서는 대규모 수사진을 꾸린 검찰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박 행정관’ 술자리 참석 경찰 뒤늦은 공개 내막
눈치 보기? 아니면 히든카드?

디도스 공격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진 10월 25일 술자리에 청와대 3급 행정관 박 아무개 씨가 참석했던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청와대가 헌법기관을 유린한 초유의 사건으로 한국판 워터게이트로 불러야 한다. 청와대 행정관의 윗선을 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부분의 정치권 인사들도 “의전비서관실 3급 행정관 정도면 청와대에서 그 동선을 모를 리 없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엘리트 수사관들로 특별수사팀을 꾸린 검찰은 박 씨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런데 경찰은 처음 수사결과를 발표할 당시 박 씨의 존재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다. 국회의장 비서 김 아무개 씨, 정두언 의원 비서 김 아무개 씨, 공성진 전 의원 비서 출신 박 아무개 씨 등 3명만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후 일행 중 또 다른 인사가 있었다는 소문이 퍼지자 뒤늦게 “박 씨도 그 자리에 있었다”고 입장을 바꿨다. 두 차례 박 씨를 소환조사한 것으로 알려진 경찰은 “필요 이상의 인권침해 소지가 있어 알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역시 “박 씨는 공 씨와 전혀 모르는 사이이고 2차 술자리를 함께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야권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백원우 민주당 의원은 “1차 식사자리에 있었던 다른 의원실 관계자들 신분은 발표하면서 청와대 행정관은 발표하지 않은 것은 좀 석연치가 않다”고 주장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청와대 행정관이 직접 조사까지 받았는데 경찰은 언론이 보도할 때까지 쉬쉬했다. 경찰이 수사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청와대 눈치를 봤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술자리 참석자들이 대부분 의전 관계자였다는 점에서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소속인 박 씨와 예전부터 알고 지냈을 것으로 보고 관련성 입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고위층으로부터 디도스 공격 지시를 받은 박 씨가 평소 친분이 있던 김 씨와 공 씨 등에게 또 다시 이를 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서는 박 씨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자 적잖이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몇몇 언론에서 취재에 들어가자 마지못해 밝히긴 했지만 최대한 박 씨의 정체에 대해 ‘보안’을 유지하려 애를 썼다고 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박 씨가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청와대는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우리로서도 상당한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전면전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청와대와 마찰을 빚으면서까지 디도스 수사결과를 발표하긴 했지만 박 씨는 최후의 카드였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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