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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를 망쳐버린 인간의 욕심 … 그때 그 수달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2014년 11월 19일 (수) 09:24:24 호수:198호  9면 김명규 기자  kmk@gimhaenews.co.kr

김해 서남쪽 가로지르는 19.8㎞ 물길 
서낙동강으로 흘러들며 주촌·장유 젖줄
1968년 조만교 건설 후 조만포 사라져
지난해 완공된 생태체육공원 자연훼손 
산단 공업폐수와 생활폐수 유입도 우려

김해의 서남쪽을 길게 가로지르며 주촌면과 장유동의 젖줄이 되고 있는 강, 바로 조만강이다. 조만강은 주촌면 덕암리에서 발원해 국도 제58호선을 따라 남쪽으로 흐르다가 김해관광유통단지 부근에서 동쪽으로 옮겨 부산시 강서구 봉림동에서 서낙동강과 합류한다. 조만강의 길이는 19.8㎞이며, 대청천·율하천·지사천·호계천 등과 물길이 이어져 있다.

▲ 주촌면에서 시작해 부산시 강서구에 이르기까지 김해의 서남쪽을 흐르는 조만강. 무분별한 체육공원 조성과 수질 악화 등 환경 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5일 오전 10시 쌀쌀한 날씨 속에서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의 회원들과 인제대학교 토목도시공학과 박재현 교수가 장유 롯데프리미어아울렛 앞에 모였다. 조만강의 생태환경을 함께 살펴보고 환경개선 방안 등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조만강을 둘러보기 전에 박 교수가 조만강에 대한 소개로 말을 꺼냈다. 그는 "조만강이라는 이름은 원래 강서구 봉림동에 위치한 조만포에서 비롯됐다. 1934년 만들어진 녹산수문 이전까지만 해도 밀물 때에는 바닷물이 현재 조만강 중·하류 지점까지 거슬러 올라왔다고 전해진다. 조만포에는 장유, 녹산, 가락을 연결하던 나루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만포는 1968년 조만교가 건설되면서 사라졌다. 녹산수문 건설로 짠물이 들어오지 못하고 완만하게 조만강이 흐르게 되자, 조만강 하류 지역에는 자연스럽게 넓은 평야가 형성됐다.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양은희 사무국장은 "김해라는 지역 이름에 '바다 해(海)'가 붙는 이유는 김해가 원래 바닷가에 있던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수문으로 바닷물의 유입을 막는 바람에 바다가 있던 곳에서 강이 드러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만강의 생태를 살펴보기 위해 먼저 찾아간 곳은 칠산서부동과 장유3동 경계에 위치한 조만강생태체육공원이었다. 조만강 고수부지에 건설된 이 공원은 김해시가 2007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국비 35억 2천600만 원, 시비 36억 4천300만 원, 특별교부세 10억 원 등 총 81억 6천900만 원을 들여 조성했다. 이 공원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놓고도 빈약한 체육시설에 관리마저 부실해(<김해뉴스> 지난달 1일자 5면 보도) 언론의 지적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현재 공원의 야구장에는 물억새와 달뿌리풀 등 강가나 냇가 주변에서 보이는 식물들이 곳곳에 서식하고 있었다. 자연 속에서 자라야 할 습지식물들이 인위적으로 만든 공원 안에 드문드문 보여 마치 잡초처럼 느껴졌다. 야구장 입구에는 배수가 잘 되지 않는지 물웅덩이가 넓게 생겨 있었다. 이름 모를 벌레들도 그 속에서 살고 있었다. 알루미늄 배트에서 '깡' 하는 소리가 들리자, 작은 새들이 놀라 공원에서 멀찌감치 달아났다. 

▲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생태환경 탐방단과 부모들을 따라나선 어린이들이 초겨울이 성큼 다가온 강변에서 조만강을 바라보고 있다.

공원 곳곳을 유심히 살펴보던 박 교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는 "조만강과 공원의 높낮이 차이가 크지 않아 여름철에 비가 내리면 공원에 강물이 범람한다. 그래서 공원 바닥은 축축하게 젖어 있으며, 공원 곳곳에 물가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것이다. 소중한 습지에 흙을 부어 야구장을 조성한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그는 "화포천습지생태공원처럼 습지를 그대로 보존하고  산책로만 조성했더라면 물새들이 노니는 훌륭한 자연생태공원이 되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양 사무국장도 "둔치를 공원으로 조성할 게 아니라 자연 그대로 두었더라면 이곳에 많은 습지동식물이 서식했을 것이다. 김해시의 잘못된 판단으로 환경적 가치가 높은 습지를 파괴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 조만강생태체육공원이 건설되기 전인 2008년 12월에는 롯데프리미엄아울렛과 롯데물류센터 주변의 조만강 지천에서 천연기념물 제330호인 수달이 발견됐다는 주민 제보가 잇따르기도 했다. 김해관광유통단지 건설에 앞서 보다 정확한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민여론이 일기도 했지만 결국 '여론'에 그치고 말았다. 이후 조만강에서 수달이 발견되었다는 보고는 없다.

조만강생태체육공원에서 조만강을 따라 동남쪽으로 800m를 이동하다 물길이 두 방향으로 나눠져 있는 지점에 닿았다. 서쪽 지류는 율하천의 물길이다. 율하천이 이곳에서 조만강 본류와 만나는 것이다. 하류이지만 비교적 강폭이 넓었다. 가장 넓은 지점은 폭이 200m에 이르렀다. 

이곳에서 낚시꾼 두 명을 만났다. 재미삼아 물고기를 낚고 있지만 근래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간간히 잡히는 물고기 어종은 배스라고 했다. 외래어종인 배스는 흐름이 느리고 깊은 물에서 살아가는 물고기다. 3급수 이하의 탁한 물에서도 살 만큼 생명력이 강하다. 또 토종어류를 잡아먹고 살며 번식력이 강한 탓에 생태계를 교란시킨다고 해서 유해어종으로 분류돼 있다. 지난 7월 김해시는 어업인들과 함께 조만강에 붕어 치어 16만 3천 마리를 방류했다. 하지만 붕어가 잡히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낚시꾼들의 말이었다.

박 교수는 "화목동의 화목하수종말처리장에서 각종 오수를 걸러 조만강으로 흘려보내지만 조만강의 수질은 2~3급수 정도로  좋지 않다"며 "조만강 상류인 주촌면 덕암리의 덕암일반산업단지, 망덕리의 골든루트산업단지 등 주촌면 지역에 산업단지가 많이 형성돼 있어 공업폐수로 인한 조만강 오염이 걱정된다. 게다가 장유의 인구 증가로 생활폐수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 조만강생태체육공원(위 사진)과 불법 쓰레기 소각 흔적. 율하천 합류지점에서 빠져나오자 쓰레기를 소각한 현장이 보였다. 낚시꾼이나 인근 주민들이 한 소행으로 추정됐다. 장갑과 나무판자, 비닐류 등을 강가에서 태운 모양이었다. 양 사무국장은 "비가 오면 쓰레기를 태운 재들이 빗물에 쓸려 그대로 강으로 흘러들어간다. 강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환경보존 의식도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차를 타고 강 상류 방향으로 향했다. 2㎞ 가량 거슬러 올라가 장유 무계동과 신문동의 경계지점에 도착했다. 대청천과 조만강의 합류지점이었다. 율하천 합류지점과 비교해 폭은 4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유속도 하류에 비해 느렸다. 강가를 뒤엎고 있었던 수생식물들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수질은 하류에 비해 맑아 보였지만 강물의 양은 많지 않았다. 박 교수는 "겨울이 다가와 갈수기에 접어들면서 물의 양이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낮은 수심 때문에 바닥에 있던 각종 쓰레기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놓고 있었다. 대청천에서 흘러온 뒤 수심이 얕은 이곳에 쌓인 것으로 보였다. 조만강 탐방을 따라 나온 어린이들이 나무 막대기를 주워와 강가로 올라온 비닐을 물 밖으로 건져냈다. 양 사무국장은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주축이 돼 지역의 강과 하천을 살리기 위한 환경정화 운동을 벌일 필요가 있다. 사실 하천의 수질을 보전하는 일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부엌이나 욕실에서 배출되는 하수는 하수처리장을 거치지만, 베란다에 버려지는 오수는 그대로 하천으로 유입된다. 베란다에 세탁기를 설치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하천 수질 오염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정부에서 추진한 4대강 사업 때문에 우리나라의 이름난 강들이 크게 오염이 되어버린 현실이 안타깝다. 이대로 강들이 더 오염되는 것을 마냥 두고 볼 수는 없다"며 "김해 북쪽의 화포천과 남쪽의 조만강은 낙동강으로 이어지는 김해의 젖줄이다. 우리 지역의 강과 하천의 생태환경부터 보존하는 게 지역민들이 할 일이다. 이는 낙동강의 수질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김명규 기자 kmk@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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