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0199

4대강 보도, 그놈의 경제효과 지겹지도 않나요?
[기자수첩] 4대강 장밋빛 전망 늘어놓았던 언론… 비리 드러나도 경제효과 운운하다
입력 : 2014-11-24  14:53:36   노출 : 2014.11.24  17:20:17 조윤호 기자 | ssain@mediatoday.co.kr    

“사자방은 백조방.”

지난 22일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이 저녁 브리핑에서 한 말입니다. 사자방, 즉 4대강사업, 자원외교, 방산비리에 쓰인 국민세금이 100조 원에 달한다는 뜻입니다. 야당은 이 100조 중 70조 이상을 회수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정조사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자방 중 특히 4대강사업의 문제가 심각해 보입니다. 뇌물, 담합, 횡령, 부실 유용, 이중장부, 비자금 유용 등등. 비리의혹이 고구마 줄기처럼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비리 의혹이 전부가 아닙니다. 큰빛이끼벌레, 녹조라떼 등 환경오염의 증상들도 끊이지 않습니다.. 

4대강 사업에 문제점이 많다는 주장은 더 이상 야당만의 주장이 아닙니다. 지난 2013년 감사원 감사를 통해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 가운데 15개 보에서 바닥 보호공이 유실·침하되고, 12개 보는 수문 운영에 차질이 예상되며 수질은 오히려 악화될 우려가 높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죠.  

이렇게 많은 부작용과 비리를 낳은 4대강 사업의 책임은 누가 져야할까요? 1차적인 책임은 4대강을 추진한 MB 정부 인사들과 수자원공사 등 관계기관, 담합을 주도한 건설사에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4대강 찬성론자들의 입이 되어 준 언론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똑같이 ‘직무유기’를 저질렀기 때문이죠.  

▲ 2008년 4월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 갈무리
 
조중동 등 보수언론과 몇몇 경제지들은 기사는 물론 사설과 칼럼까지 동원해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근거는 경제효과와 국익이었죠. 반면 4대강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반대를 위한 반대’ 혹은 정치적인 목적이 담긴 일방적 주장으로 취급했습니다. 그 때의 주장들을 다시 한 번 감상해 볼까요? 

“강 정비는 일반 건설사업보다 경기부양효과가 커 경제위기 타개에 가장 좋은 공공투자사업”(2008년 12월 12일자 문화일보)
 
“MB는 기본적으로 물의 남자다. MB는 죽어있는 청계천을 되살려 대통령이 되었고, 대운하가 죽는가 싶더니 경제위기를 맞아 4대강이 살아나려 하고 있다”(2009년 2월 2일 중앙일보)
 
“2012년까지 14조원을 투입하더라도 매년 홍수 피해 2조7000억 원, 복구비용 4조2000억 원을 절약하고, 삶의 질 향상 등을 감안하면 분명 경제적 이익은 작지 않다. 정부는 여기에 19만개 일자리 창출과 23조원 생산유발 효과도 기대한다. 4대강 사업은 녹색성장과 미래성장동력 확보, 내수진작의 디딤돌인 것이다.”(2009년 4월 28일자 해럴드경제)
 
“효율을 중시하는 경제가 전혀 생산성 없는 정치에 휘둘리다 보니 경세제민은 본래의 뜻마저 죽어버린 사어死語로 전락했다”(2009년 12월 10일 한국경제)
 
“야당이 청계천처럼 4대강 성공을 두려워 반대한다”(2010년 7월 1일자 동아일보)
 
“낮에는 4대강 결사반대를 외치는 정치인들이 밤이면 자기 지역의 4대강 예산을 더 끌어가기 위해 로비하느라 정신들이 없다. 오로지 이명박 정부가 하는 일이니 이를 침몰시키자는 위선의 목적으로 온갖 구호를 달아 추종자를 결집하는 것은 2000년 전 처녀 공양과 다를 바 없다”(2010년 7월 5일자 한국경제)
 
“4대강 사업은 치수(治水)를 통해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주민의 생활환경 개선을 지향하는 국책사업”(2010년 10월 27일 문화일보)
 
“4대강 반대운동을 해온 사람들도 고향 오가는 길에 한 번쯤 (4대강 사업지역에) 들러 조금은 따뜻한 눈으로 변모한 강을 바라봐 주었으면 싶다. 반대를 위한 반대’의 악습은 이제 끊어낼 때도 됐다”(2011년 9월 7일 동아일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성과가 입증됐다. ‘홍수기에 두고보자’며 4대강 꼬투리 잡기에 몰두해온 사이비 자연정령 숭배자들은 지금도 반성은커녕 사소한 문제들을 침소봉대하며 거짓을 전파하기에 여념이 없다”(2011년 7월 19일 한국경제)
 
“4대강 반대가 약해졌다. 좌파의 치고 빠지기로, 국가 백년대계를 좌우할 4대강 논쟁도 결국 이념 싸움으로 흐른다”(2011년 9월 14일자 조선일보)

▲ 2011년 9월 15일자 조선일보 35면
 
이들 언론은 지금 드러난 4대강 사업의 부작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정권이 바뀌고 난 뒤 있었던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이후 4대강에 찬동했던 몇몇 언론이 4대강 사업을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일보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조선일보는 지난 2013년 1월18일자 사설에서 “4대강 졸속·과잉·부실 공사의 근본책임은 임기 내에 기념비(紀念碑)로 삼을 토건 프로젝트를 무리하게 완성하려 했던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도높게 비판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또한 2013년 1월 19일 <감사원, 4대강 감사 "수질목표 크게 미달">, <4년간 22조 들인 4대강…"문제 많다" 지난달 MB에 보고> <16개 보 중 9개서 하단 침식…정부 "안전 문제없다"> <"정부가 수질 예측 잘못"…감사팀, 관계자 다그쳐> 등 네 개의 기사를 통해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1월 14일자 기사 <수질개선비 4조 쓴 4대강, 다른 하천보다 개선 안 돼>에서는 4대강 사업에 수질개선 효과가 없었다는 점을 짚기도 했네요. 

사자방 비리가 부각되는 최근에도 4대강 찬성에 앞장선 언론들이 4대강 사업을 비판하며 정부를 조준하기 시작했습니다. 중앙일보가 대표적입니다. 중앙일보는 지난 21일자 <담합 부르는 턴키·최저가 낙찰…“정부가 판 깔았다”>라는 기사에서 “4대강 사업이나 철도 공사 같은 대형 공공공사 발주엔 공통점이 있다. 모두 ‘턴키’와 최저가 낙찰제, 분할 발주 형식으로 이뤄진다”며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업체는 한정돼 있는데 여러 공구를 동시에 발주하면서 최저가 낙찰을 제시하니 건설사 입장에선 자연스럽게 담합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담합비리를 유도한 측면이 있다는 겁니다. 

몇몇 언론이 뒤늦게나마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시작한 것은 다행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변신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이들도 '4대강 사업' 실패에 책임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지난 21일자 중앙일보 1면 톱기사를 한번 살펴볼까요? 

▲ 지난 11월 21일 중앙일보 1면
 
이 기사 제목은 <4대강 담합에 발목 잡힌 건설 수출>입니다. 국내 건설업체들이 4대강 담합으로 과징금과 입찰 제한을 당했고, 해외 건설 수주를 할 때도 이에 대한 소명을 요구받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해외 건설사업에도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해외 경쟁사가 4대 강 사업과 관련해 국내 건설업체가 담합으로 처벌받은 걸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입찰에서 배제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는 건설업체 입장을 친절하게 전해줍니다. 중앙일보는 건설업체의 이러한 고충을 ‘4대강 사업 트라우마’라고 표현합니다.

중앙일보는 “20일 현재 해외건설 수주액은 557억2700만 달러로 올해 목표(700억 달러)의 79% 수준에 그쳤다”며 “해외건설이 흔들리면 한국 경제도 영향을 받을 게 뻔하다”고 우려합니다. 이어 “담합 문제가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지면 내년부턴 국내 업체의 입찰 참여 제한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김태엽 해외건설업체 기획정보실장의 말을 덧붙입니다.

기사의 마지막이 가장 압권입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업체들도 과당 경쟁을 지양하고 공정경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정부도 지나치게 몰아가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같은 날 TV조선도 비슷한 보도를 했네요. TV조선은 21일 7시 뉴스 <4대강 담합에 건설 수출 발목 잡혀>에서 “업계에서는 올해 수주 목표액인 700억 달러 달성이 어렵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뿐만 아니라 내년 해외건설 50주년을 맞아 누적 수주액 70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계획마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며 “4대강 답합에 발목 잡힌 우리 건설업체들. 안으로는 과징금 등 제재, 밖으로는 해외건설사업 차질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전합니다.

 
▲ 11월 21일자 TV조선 갈무리
 
몇몇 언론이 4대강 사업을 해야 한다며 근거로 내세운 것이 경제효과를 비롯한 장밋빛 전망이었습니다. 일자리 창출과 생산유발 효과. 그 경제효과 다 어디로 갔나요? 아니 누구에게로 갔나요? 우리 앞에 펼쳐진 것은 끝도 없이 드러나는 비리들입니다. 이 비리들을 바로잡아야 한다니까 너무 세게 제재하면 국내경제가 타격을 받을 거랍니다. 그놈의 경제효과 지겹지도 않습니까?

비단 4대강 뿐입니까? 이명박 정부가 자원외교를 추진할 때 대다수 언론이 경제효과들을 늘어놓기 바빴습니다. 정부가 국제행사를 개최한다고 하면, 올림픽을 한다고 하면 언론이 나서서 당장 수 십, 수백 조가 생길 것처럼 호들갑을 떱니다. 그 많은 돈 다 어디로 갔나요? 

언론이 손에 잡히지도 않은 경제효과에 관심 기울이며 정부의 장밋빛 전망을 받아쓰는 이상 4대강 사업의 비극은 반복될 겁니다. 4대강의 비극을 보면서도 담합 비리 세게 제재하면 국내경제가 위험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이상, 4대강의 비극은 반복됩니다. 몇몇 언론의 4대강 사업 비판을 삐딱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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