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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사상태 영산강을 살리는 나의 처방전
2014년 11월 26일(수) 00:00

노르웨이에 갔더니 강도 바다도 호수도 아닌 ‘피오르드’라는 것이 있었다.

해발 0미터인 그것은 바닷물이 협곡으로 흘러든 것인데, 산 위의 빙하 녹은 물이 흘러내려 염도가 현저하게 낮다. 비취빛인 그것은 그 나름의 독특한 생태환경으로 이루어졌는데 그것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피오르드에서 뱃놀이를 즐기면서 내 고향 남도 산하의 젖줄 영산강을 생각했다.

강 앞에 서면 작가라는 사람도, 고기잡이를 하는 어부도, 물새도, 갈대숲 우거진 강 위를 흘러갔거나 지금 흐르고 있는 역사도 하나하나의 풍경이다.

지도를 펼쳐놓고 영산강을 보면, 한 겨울철의 잎사귀 모두 잃어버린 노거수 같다. 어머니바다(母海)인 목포 앞바다에 거대한 줄기를 묻은 노거수는 무안·함평·영암·나주·광주·화순·장성·담양의 산하로 굵은 줄기들과 무수한 가는 가지(개천)들을 뻗고 있다.

그 가지들 사이사이에 내가 살피고 읽은 이런저런 역사적인 사건들과 혁혁한 인물들과 신화와 전설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어 있다.

담양 영추산과 몽성산에서 시작되어 담양호와 장성호에 담겼다가 광주·화순·나주·영암·함평·무안을 거쳐 목포 앞바다로 흘러가는 영산강은 이 땅 사람들의 자존심과 자긍심의 한 표상이다.

이 강의 유역을 탐사하면서 많은 공부를 했고, 많은 것들을 깨달았다. 지금의 영산강은 우리민족이 누대에 걸쳐 살아왔고 현재 살고 있는 영욕의 문명과 문화의 가시적인 모양새이다.

다도해 지방으로 흘러가는 이 강의 유역은 한반도 안에 있는 여느 강(한강, 낙동강, 섬진강, 금강)의 유역들과 달리 경사가 완만하고 해발 0미터로 낮기 때문에, 영산강 하구 둑이 막히기 이전에는 바닷물이 밀물을 타고 영산포와 나주와 광주시 광산구 상대동까지 들어왔다.

태풍으로 인해 폭우가 쏟아지고, 상류에서 흘러내린 홍수와 해일로 인해 육지 쪽으로 역류한 바닷물이 맞부딪치면 강물이 범람하게 되고, 나주·무안·영암·함평 일대의 마을과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떠내려가는 재해를 입곤 했다.

해마다 여름철에 반복되는 홍수 재해를 극복하기 위하여 역대의 정부들은 몇 차례에 걸쳐 영산강 종합개발 사업을 펼쳤다. 홍수통제와, 농업용수와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위한 다목적 댐(담양호, 장성호, 광주호, 나주호)을 건설하고 목포 앞바다에 거대한 영산강 하구 둑을 축조했다.

그 종합개발(홍수통제) 사업으로 인해 영산강은 병들기 시작했고, 4대강 사업의 일환인 승촌보·죽산보 건설로 인해 중병이 들었다. 흐르지 못한 강은 부영양화로 인해 시퍼런 물이끼가 끼었고, 악취를 풍긴다.

영산강 하구에서 죽산보를 관통하여 승촌보까지 황포돗배를 띄우려 하지만 향기롭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뱃길이므로 그 사업이 성공할 수 없다. 

영산강은 홍수통제를 위하여 바닷물을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으므로 병이 난 것이다. 예전에는 흑산도의 홍어배가 영산포까지 드나들었고, 자동차 길이 열리기 전에는 기관선이 목포에서 영산포 사이를 운항했었다.

강이 죽자, 강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곳에 자생하는 장어·쏘가리·가물치·메기·숭어 등의 물고기들은 전멸하고 말았다. 영산강을 속속들이 탐사한 바 있는 나는 그 강을 살리는 길을 잘 알고 있다. 

썩은 냄새 풍기는 시화호를 살리기 위해 당국은 해수관문을 열고 바닷물을 유통시켰다.

영산강을 살리는 길도 그와 같다. 영산강 하구둑에 설치한 관문을 활짝 열어, 바닷물이 밀물 썰물을 타고 영산강을 드나들게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강의 굽이굽이에 홍수통제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고, 바닷물이 농수로를 타고 들어오지 못하게 갑문을 설치한 다음, 평시에는 바닷물이 자유자재로 유통되게 하고, 홍수가 질 때에는 관문을 닫아 바닷물이 강으로 흘러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승촌보·죽산보를 철거해야 한다. 그러면 노르웨이의 피오르드 같은 아름다운 강이 될 것이고, 물고기들은 되살아날 것이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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