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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자원외교 ‘내부고발’ 초읽기 막후
설움받던 정두언 ‘회고록 폭탄’ 예고
[제1177호] 2014년12월02일 10시32분

[일요신문]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이명박(MB) 정권이 추진했던 해외자원개발(자원외교) 사업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MB 정부 해외자원개발 국부유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국회 안에서는 국정조사 요구를, 바깥에서는 관련 제보를 받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하지만 MB 자원외교의 속살을 드러낼 칼자루는 여권이 쥐고 있다. 국정조사에 거부감을 보이는 집권여당은 야당의 끈질긴 요구에 최근 파열음을 내는 중이다. 국정조사 및 감사청구 여부를 놓고 찬성파와 반대파로 분열 조짐까지 일고 있어 이를 계기로 온전한 형태의 김무성계가 태동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제기된다. 
 
새정치민주연합 MB정부 해외자원개발 국부유출 진상조사위원회 주최 MB정부 해외자원개발사업 업무보고가 11월 14일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정두언 의원. 연합뉴스

“야당이 제기하는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 비리) 가운데 방산 비리는 박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부분이니 안에서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다. 4대강은 MB와 그 주변부를 직접 겨냥하는 모양새로 흐를 가능성이 있어 여당이 받을 수 있는 안이 아니다. 자원외교는 좀 미묘한 흐름이다. 최근 친박과 친이가 서로 약점을 틀어쥐고 겁박하는 것도, 자원외교에 대한 찬반이 갈리기 때문인 것 같다. 자원외교야 범위가 워낙 광범위하고 공기업 정상화 문제와도 맞물리는 부분이 있어 어떤 형태로든 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야당이 거듭 제기하는 사자방 국정조사 요구에 대한 여권 분위기를 이같이 정리했다. 지난 11월 21일 정부는 사상 최대 규모의 합동수사단을 꾸려 방산 비리 발본색원 의지를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타협은 불가”라고 외친 만큼 어느 정도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반면 22조 원이 투입된 4대강 사업은 수많은 논란 속에서도 지난 정권에서 대부분 마무리됐기에 현 정권 차원의 후속 조치는 여의치 않다.

자원외교에 관해서는 아직 뚜렷한 당론이 도출된 바가 없다. 자원외교의 경우 범위가 넓고 현재 진행 중인 사업도 많아 자칫 역풍이 불 수 있는 까닭에서다. 국정조사 방식 자체에 의문을 품는 이들도 있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은 “야당 의원들이 호통 치는 모습을 언론에 노출시키고 싶은 마음은 잘 알지만, 지금 수준의 자료로는 국정조사를 해도 새롭게 밝혀질 부분이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야당의 자원외교 관련 키포인트는 ‘국부유출 100조’, ‘자원 3사(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공사·한국광물자원공사)’, ‘몸통 5인방(이명박·이상득·박영준·윤상직·최경환)’ 등에 맞춰져 있다. MB 정부 국부유출 진상조사위 소속 홍영표 새정치연합 의원이 지난 11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MB 정부 자원외교 총 투자비는 이미 투입된 비용 43조 원에서 5년 후에는 72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별도로 자원 3사가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 역시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어 이를 합하면 100조 원까지도 육박한다는 논리다. 



MB 정부 자원외교의 총체적 부실은 캐나다 하베스트에너지 인수 과정에서 잘 드러난다. 인수액으로만 4조 5000억 원을 쓴 석유공사는 현재 1조 원이 넘는 확정 손실을 냈다. 뿐만 아니라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인수 과정에서 부실덩어리인 정유시설을 떠안기도 했다. 본래 석유공사는 정유시설을 운용해 본 적이 없을뿐더러 정유시설을 인수하는 것이 당시 현행법상 위법이라는 지적마저 제기됐다. 공기업인 석유공사 자체의 판단보다 높은 선의 컨트롤타워가 있었음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최근에는 일부 친이계 진영에서도 자원외교 국정조사 동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저축은행 금품수수 무죄 판결을 받은 정두언 의원, 그리고 최근 복당한 정태근 전 의원이다. MB 정권 ‘개국공신’이기도 한 정두언 의원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자원외교라는 게 사실은 어이없는 이야기”라며 “잘못이 없다면 야당의 국정조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 의원은 지난 정권의 비화를 담은 회고록 출간을 예고하고 있다. 

정태근 전 의원은 국정조사보다 감사청구에 무게를 싣는다. 정 전 의원은 지난 27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자원외교는 CNK와 같은 범죄적 사실 문제, 경제적 과실을 오판한 문제, 정책적 판단 오류 등으로 분리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 현재 야당이 제기하는 수준으로 국정조사를 한다고 해서 무엇이 더 나올지 회의적”이라며 “일단 예결위에서 감사 청구를 하고 3개월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국정조사를 할지 논의하는 것이 맞다”라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MB 정부 자원외교와 연관된 ‘CNK 주가조작 사건’을 공론화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지난 27일 검찰은 ‘카메룬 다이아몬드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오덕균 CNK 인터내셔널 대표에 징역 10년을, 김은석 전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에 5년을 각각 구형했다. 해당 건은 박영준 전 차관도 연관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추가로 밝혀진 것은 없었다. 박 전 차관은 지난 11일 만기 출소한 상태다. 

당 지도부 역시 야당 국조 요구와 당내 쇄신 그룹 의견을 진지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당내 쇄신파를 앞세운 또 다른 진영 구축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김 대표와 가까운 한 재선 의원은 최근 “김 대표가 올해까지는 현 정권 기조에 최대한 맞추면서 협조를 논의했다면, 내년부터는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볼 때 친박 대 비박 구도에서 진성 친박과 진성 친이를 도려낸 중간 지점에서 자신의 지분을 만들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 쇄신모임인 ‘아침소리’ 소속 한 의원은 “아직 당 지도부가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쇄신파가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도 “드러내 놓고 이야기를 못할 뿐이지, 지도부가 중도 노선을 놓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없는 것이 아니다. 김 대표가 다음 선거를 생각하지 않고 내지르는 면이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라고 전했다.

친박계에서는 정치권 관심을 박근혜 정부에서 전 정권으로 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지도부와 전략적인 공조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 친박계 재선 의원은 “정권이 교체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 정권의 과오를 현 정권에서 일정 부분 알릴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라며 “국회가 바빠지면 아무래도 대통령이 다른 일에 좀 집중할 수 있지 않겠느냐. 내년 정도에는 이 문제(사자방 국정조사)를 살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친이계 대다수는 여전히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국정조사의 내용을 보면 기능이나 성격 면에서 국감과 별로 다를 내용이 없다”며,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 역시 “국책사업으로 해놓은 것을 계속해서 국정조사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MB 역시 최근 측근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경제가 어려운데, 자원외교를 정쟁으로 삼아 안타깝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친이계 인사들은 오는 18일께 대규모 회동을 마련해 향후 대응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진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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