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사태 주역들, 여전히 승승장구
기사입력시간 [221호] 2011.12.15  09:02:21 이종태 기자 | peeker@sisain.co.kr  

자고로 ‘거래’란, 파는 자는 비싼 값을 부르고 사는 자는 가격을 깎아내리는 절차인 법. 그런데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던 당시 한국에서는, 파는 자가 되레 자기 ‘물건’의 없는 흠집까지 꾸며대며 싸게 팔려고 노력한 적이 있다. 2002년 말, 이강원 당시 외환은행장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인수 의향을 전달받고 이를 변양호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에게 보고한다. 그러나 법률적으로 론스타는 외환은행과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이었다. 사모펀드에 시중은행을 넘기는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옛말대로 이 은행장, 변 국장, 론스타, 론스타의 법정 대리인 김앤장 등은 과감히 ‘불가능’에 도전해 ‘묘안’을 짜낸다. 부실 금융기관인 경우에는 사모펀드도 인수할 수 있다고 해석될 만한 ‘예외 조항’이 은행법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외환은행의 BIS 비율(은행 건전성을 재는 국제 기준으로 8% 이상이면 합격점으로 간주)을 낮추면 된다. 

2006년 6월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출두하고 있다. 변 국장은 공직을 그만둔 뒤 한국 최초의 사모펀드를 설립했다. ⓒ연합뉴스

다만 당시 외환은행의 BIS 비율은 불행히도(?) 꽤 높았다. 2000년대 들어 줄곧 8~9%. 그런데 2003년 중반에 접어들면 외환은행 스스로가 자기 은행의 연말 BIS 비율을 낮게 추정한다. 그해 7월15일, ‘관계기관 회의’에서 이강원 행장은 BIS가 5.42%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재경부의 변양호 국장은 론스타에게 수출입은행의 외환은행 지분을 넘기는 문제와 관련해 “수출입은행은 우리가 설득할 것”이라고 한다. 금감위 김석동 국장은 ‘예외 조항’ 등 법률 문제는 금감위에서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한다. 

7월21일 금감원은 결국 외환은행을 잠재적 부실은행으로 규정한다. 이로써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06년 말, 이 은행장, 변 국장 등은 ‘외환은행 헐값 매각’ 혐의 등으로 기소된다. 그러나 지난해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한다. ‘부적절한 행위’는 있었지만, “금융기관의 부실을 해결하기 위한 직무상 신념에 따른 정책 선택과 판단의 문제여서 배임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라는 취지다.

관계자들은 계속 승승장구했다. 변양호 국장은 공직을 그만둔 뒤 2005년 한국 최초의 사모펀드라고 할 수 있는 보고펀드를 설립했다. 보고펀드는 론스타 소유 외환은행으로부터 400억원을 출자받았다. 이강원 행장은 외환은행 경영고문을 지내며 15억원의 고문료를 챙기고 한국투자공사 사장으로 옮긴다. 김석동 금감위 국장은 금융위원장으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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