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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원전주민 장롱서 쏟아진 암진단서..'충격'
JTBC | 임진택 | 입력 2014.12.10 21:43 | 수정 2014.12.10 23:25


[앵커]

지금부턴 부산에서 진행되고 있는 집단 소송의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소송의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의 근간이 달라질 수 있다고까지 얘기합니다. 바로 원자력 발전소 근처에 사는 지역 주민들이 방사능 때문에 갑상선 암이 걸렸다면서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인데요. 소송이 시작되면서 그동안 말을 하지 않고 있던 수백 명의 주민들이 암에 걸렸다며 잇따라 진단서를 공개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임진택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울산의 한적한 어촌 마을입니다.

이곳 토박이인 예부해 씨는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갖고 온 수십 통의 서류를 챙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부해/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 (뭘 많이 냈습니까. 이렇게?) 약을 이렇게 많이 복용했더라고요.]

모두 갑상선 암 진단서입니다.

[예부해/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 악성 신생물. 이런 거 다 암이거든요. 약 타 먹는 이 사람들만 늦게 받아온 거지. 나머지는 다 악성 환자들이라고. 수술.]

예씨는 암의 원인이 인근 고리 원자력 발전소라고 믿고 있습니다.

[예부해/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 정부에서도 원인이 여기 있다는 걸 분명히 밝혀야 돼요. 국민들 앞에. 그래야 앞으로 대처할 문제점이 나오지. 숨긴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예씨의 아내는 2년 전 갑상선 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예부해/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 그때부터 생각을 달리했어요. 이게 오는 원인이 어디인가 싶어서 쭉 조사를 했어요. 그 당시엔 사람들이 암이라고 하면 기피하고 숨겼다고요.]

예씨는 장롱 속 갑상선 암 진단서를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지난 10월에 나온 한 소송의 결과 때문입니다.

당시 부산지방법원은 가족의 갑상선암이 인근 고리 원전 때문이라는 주민의 주장을 인정했습니다.

[김윤영/부산지방법원 공보판사 : 비록 방사선량이 연간 유효량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방사선과 갑상선암 사이엔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판결입니다.]

사건 당사자인 이진섭 씨는 시름시름 앓던 아내가 갑상선암 진단을 받자 원전 방사능 때문이라고 믿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진섭/소송 원고 : 제가 집사람 간호하면서도 병원 가니까 기장 사람들이 너무 많았던 거죠. 그래서 '아 이거 문제 있겠다'…]

이진섭 씨의 승소는 도화선으로 타올랐습니다.

원전 인근 주민 285명이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유사한 소송에 나선 겁니다.

모두 갑상선암 환자입니다.

원전 방사능 때문에 몹쓸 병에 걸렸다는 주장입니다.

고리가 202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월성에서도 40명, 영광은 32명, 울진은 11명 등 전국 곳곳의 원전 주민들이 함께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겁니다.

[이윤근/시민방사능감시센터 소장 : 집단적인 암 발생에 대한 인정이 된다고 한다는 것은 국내에서의 방사능 오염 문제에 대한 최초의 사례…]

환경 단체들도 연대해 주민들의 소송을 돕고 있습니다.

[최수영/부산환경운동연합 차장 : 몰라서 접수 안 한 분도 있다고 보고 알고는 있지만 머뭇머뭇 결정 못 하신 분도 있다고 보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취재진은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직접 현장을 찾았습니다.

고리와 월성 원전 주변에 유독 갑상선암 환자가 많다는 마을들을 집중 취재했습니다.

고리 원전 왼쪽의 일광면 이동마을(6.5Km)과 오른쪽의 서생면 해안 일대 어촌(4.5km), 그리고 월성 원전 북쪽에 있는 경주시 대본리 해안 일대(5.9km)에 환자가 몰려 있었습니다.

원전과의 거리가 4~7km 안팎인 지역입니다.

또 바닷물 접촉이 많은 어업을 생업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번 공동 소송으로 마을 분위기는 뒤숭숭합니다.

삼삼오오 모이는 곳엔 소송 얘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김춘옥/부산시 일광면 이동마을 : 전엔 갑상선암인줄도 모르고 지냈던 모양이라. 몸이 아프고 검사받아 보니까 갑상선이라고.]

[이영애/부산시 일광면 이동마을 : 그래서 눈알이 튀어나오고. 검사하니까 이렇게 두 개가 갑상선암이 계란 마냥 있더라고.]

[정정검/부산시 일광면 이동마을 : 우리는 다 늙어서 괜찮지만 지금 커가는 애들이 문제잖아요.]

이동마을은 주민 400여 명 가운데 확인된 암 환자만 6명입니다.

우리나라 갑상선암 발병률인 1만 명당 7명의 21배에 이릅니다.

고리 원전 반대쪽에 있는 서생면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주민 3천여 명 중 48명이 이번 소송에 암 진단서를 냈습니다.

역시 국내 평균 발병률의 22배였습니다.

경주 감포읍 대본리도 상황이 심각합니다.

주민들 사이에선 한집 건너 갑상선암이라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 다 수술하신 분들인가요?) 네. 다 수술하신 분들. 수술한 사람 중 여기 세 사람 없어요. (아, 세 분 안 오시고) 네.]

이곳은 마을 주민 200여 명 중, 9명이 암 수술을 받았습니다.

국내 평균 발병률보다 무려 64배나 많습니다.

[김영화/경주시 감포읍 대본리 : 저는 대본3리에 태어나서 결혼하고 지금 67세인데. 감기도 심하게 걸린 적이 없어요. 암이라고 하니까 발걸음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수술을 한 뒤에도 평생 먹어야 하는 약이 큰 부담입니다.

[약이 엄청 많아요. (이게 몇 년 치예요?) 이게 6개월 치.]

[이거 매일 동시에 먹어야 하니까. 약 먹으려 하니까 보통 일이 아니라.]

[홍말수/경주시 감포읍 대본리 : 약을 안 먹으면 몸이 어떤 현상이 생기냐면 저리고, 비틀어지고. 몸이 자꾸 비틀어져요.]

[(손이 틀어진다고요?) 손도 그렇고 발도 그렇고 비틀어져 가.]

원전 주변 마을에서 집단적으로 발생한 갑상선암 환자들.

주민들의 공포와 고통이 커지고 있습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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