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외교’와 ‘한국형 홍보’에 묻힌 ODA의 본래 취지, 빈곤퇴치
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  입력 : 2012-10-23 18:09:47ㅣ수정 : 2012-10-23 18:09:47

이명박 정부의 대외 개발원조 정책이 ‘자원외교’와 ‘한국형 홍보’에 묻혀 ‘빈곤퇴치’라는 본래 취지가 묻혀버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의 개발원조 정책을 감시하고 제언해온 시민단체 ‘ODA왓치’와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실이 23일 공동으로 발간한 ‘이명박 정부 ODA 정책평가와 차기정부에 대한 제언’ 보고서를 보면 현 정부에서 공적개발원조(ODA)는 자원외교의 첨병으로, ‘한국형 모델’의 강조를 통한 홍보 수단으로 활용된 정황들이 드러난다.

우선 정부가 ‘지역별 자원개발전략’에서 ‘ODA 지원’을 진출 전략으로 표명한 것에서 ODA 정책과 자원외교의 결합은 정책적 차원의 접근이었음이 확인됐다. 가령 아프리카의 자원개발전략을 설명하며 진출전략으로 ‘ODA 지원’과 ‘패키지형 자원개발’을 꼽고 있다. 또 동남아·대양주에 대해서는 ‘ODA 지원’과 ‘자원협력위원회 지속 개최’가 진출전략으로 한데 묶여 있다.

실제로 가나와 앙골라에 자원협력사절단을 파견할 때 협조 공문에서 정부는 앙골라의 LNG 도입, 가나의 가스개발 등을 언급하며 양국 공통 협의 의제로 ‘개발경험공유사업(KSP) 설명회 개최’, ‘유·무상 원조’를 포함시켰다. 

정부의 ‘6대 광물 개발지원전략’에서 미래 대비 전략투자국 중 상당수가 한국의 26개 중점협력대상국과 일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프리카 지역에 ‘에너지 협력 조사 대표단’ 파견 시기와 대상국가가 중점협력국 지정된 시기 및 결과와 상당부분 일치한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아프리카 지역의 13개국에 에너지협력 외교 대표단을 파견했고 이 가운데 6개국이 중점협력대상국에 선정됐다.

가령 정부는 CNK 주가 조작 논란이 있었던 카메룬 광산개발권 획득 과정에서 카메룬의 ODA 중점협력국 지정 및 무상 ODA 지원 확대를 조건으로 활용했다(경향신문 2012년 1월30일자 보도). 또 수출입은행은 2010년 8월 볼리비아에 유상 원조 41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소식을 전하면서 “볼리비아의 자원개발 교통인프라 구축사업 지원을 통해 볼리비아 및 남미 지역에 대한 자원개발 관련 우리 기업의 진출을 돕고, 우리나라의 자원외교를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도 2009년 10월22일 ‘박대원 이사장, 남미 방문’ 보도자료에서 “볼리비아는 남미의 자원부국이라는 점에서 무상원조의 확대가 필요한 국가로 꼽힌다”고 밝혔다.

ODA왓치와 김기식 의원실은 “국제개발협력은 개발도상국의 빈곤 감소 및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현재 한국 ODA는 자원외교 추진계획 단계에서부터 자원외교 추진 전략의 하나로 인식되고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개발협력기본법 3조1항에는 개발협력의 기본정신을 “개발도상국의 빈곤감소, 여성과 아동의 인권 향상 및 성평등 실현, 지속가능한 발전 및 인도주의를 실현하고 협력대상국과의 경제협력관계를 증진하며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ODA의 다른 목적보다 ‘대상국과의 경제협력관계’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ODA가 ‘한국형 모델’ 홍보 수단으로 활용된 정황은 이른바 ‘새마을 ODA’와 ‘개발경험공유사업(KSP)’, 그리고 ‘녹색 ODA’ 등에서 나타났다. 

새마을 ODA는 분절적 집행으로 수원국 현지에서 혼선 초래하고 있으며, KSP는 한국 정부의 시각에서 선정하는 경험을 모듈화함으로써 수원국의 주인의식 약화가 우려된다고 ODA왓치와 김기식 의원실은 밝혔다. 무엇보다 KSP의 모듈화 대상 경험이 ‘민주주의 발전’이 배제되고 ‘경제발전’에 한정돼 있어 한국의 개발경험이 균형적으로 전달되지 못한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녹색 ODA는 ‘녹색성장’을 협력국에 전수해야 할 대상으로 하면서 ‘4대강 사업’을 성공적 수자원관리 모델로 국제적으로 홍보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영향 평가 등 책무성 강화보다는 정부의 녹색성장 프로그램 자체를 전수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ODA왓치와 김기식 의원실은 “한국형 원조라는 이름으로 개발국가 모델을 수출하는 것이 되어서도 안되고, 환경과 인권, 문화를 고려하지 않는 물질 만능의 개발주의를 전파하는 것이 되어서도 안 된다”면서 “외교적 수사나 무의미한 대책들만 늘어놓는 것이 아닌 과감한 ODA 개혁을 통한 한국 ODA의 내외부적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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