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날개 꺾은 한나라·민주당, 초선을 대표로 키워낸 민노당
2011-12-15 오후 2:50:12 게재

'기대주 신인' 김성식 정태근 장세환 이정희 4년만에 엇갈린 운명

한나라당 김성식 정태근, 민주당 장세환 그리고 진보통합당 이정희 의원. 이들은 모두 2008년 총선에서 배지를 단 초선이다. 그리고 새 정치를 주장하는 주목받는 신인이었다. 

김성식 의원은 당선 직후 관악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났을 때, 주민이 만들어준 종이연과 건의문을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었다. 서민의 목소리를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지역을 돌며 서울대 학생들을 만나 그에 대한 평을 들어보니, 의외로 기대가 컸다. 꼬장꼬장하면서 전문성 갖춘 초선이 한나라당에 있어야, 여권도 긴장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정태근 의원은 성북 지역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에너지 문제와 양극화 해결을 강조했다. 치열한 토론과 전문성으로 여야가 경쟁하는 국회를 꿈꿨다. 그는 선물로 들어온 난 화분을 '쇼핑백'에 담아놓고, 사무실을 방문한 주민들이 마음껏 가져가도록했다. 최근 국회 지경위에서 실시한 '3대 수수료 인하 청문회'에서, 그는 금융자본이 아닌 서민의 편에서 주장을 펼쳤다. 

장세환 의원은 별명 '장비'에 딱 어울리는 초선이었다. 경찰청 국감을 진행하면서, 미군 범죄 수사에 대한 부실함을 지적할 때 눈이 더 커졌다. 당내 쇄신을 외칠 때는, 지도부에게조차 쓴소리를 퍼부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언급할 때면 큰 눈에 눈물이 고였다. 어리고 직위가 낮은 사람들을 대할 때 어린아이 같았다. 인터뷰 중에도 '의원님'이란 호칭을 부끄러워하고 '선배' '후배'로 부르기를 좋아했다. 

이정희 의원은 단단하고 야무졌다. 정부를 비판할 때 매서웠다. '압박 정희'로 불릴 정도였다. 

실력파 초선으로 급부상할 당시 진행한 첫 번째 인터뷰에서, 자신을 자랑하는 발언을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신 당(당시 민주노동당)을 자랑했고, 강기갑 대표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고, 같은 세대인 이상규 위원장을 홍보했다. 당 대표가 된 후 가진 두 번째 인터뷰에서는, 햇볕이 잘 드는 자취방이 소원인 대학생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이들이 재선을 준비해야 할 2011년 연말, 거대정당 소속 세 초선의 운명과 작은 야당에서 일한 한 초선의 정치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한나라당의 두 의원은 쇄신을 외치고 외치다 탈당을 선택했다. 민주당 장 의원은, '당내 분열 중지, 야권통합'을 주장하며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택했다. 기성정치를 바꿔보려 몸부림치다, 결국 진정성을 지키기 위해 당과 국회를 각각 떠나려 결심한 것이다. 

이에 비해 같은 초선인데도 작은 야당 소속의 이정희 의원은, 지도자로 길러졌다. 민주노동당 대표로 당선됐고, 최근 국민참여당과 통합을 성공시켜 '통합진보당'의 대표로 활동중이다. 전통은 있으나 기성정치를 바꾸는데 느린 거대정당은, 패기 넘치는 초선들 날개를 꺾었다. 반면 작아도 변화에 빠른 야당은, 여성 비례대표 초선을 대표로 키워낸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정희 의원이 지도자로 성장할 도약대인 대표 출마를 결심하는데 있어 전직 대표인 강기갑 의원 역할이 컸다는 점이다. 강기갑 전 대표는 2010년 6·2 지방선거 야4당 연대를 성공시켜, 민노당의 약진을 이뤄낸 성공한 지도자였다. 

하지만 그는 대표 임기가 끝날 무렵 주변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도부를 떠났다. 평의원으로 돌아갔다. 

당시 기자와 만남에서 "민노당이 젊어지고 대중적으로 나아가려면, 젊은 지도부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자신보다 어린 대표를 사석에라도 낮춰 부르지 않고 '이정희 대표'라고 칭했다. 

한나라당 민주당의 세 초선 의원이 쇄신을 주장하는 동안, 일부 선배의원들로부터 '초선이 뭘 모르고 설친다'며 비아냥을 들었던 것과는 매우 다른 대목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거대 정당과 의회가 낡은 틀을 깨지 못하면, 앞으로도 새 정치를 꿈꾸는 인재들의 날개가 꺾일 것"이라고 14일 말했다.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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