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번호 바꾸고 팽목항으로 이주
2015-04-08 05:00 CBS노컷뉴스 권민철 기자

세월호 가족들, 왜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하나?

다음주면 세월호 1주기다. 세월호 가족들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이 잘못 만들어졌다며 지난주부터 다시 거리로 나와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만 좀 하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우리는 세월호 가족들의 처지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CBS노컷뉴스는 3월 2일부터 지난주까지 안산에 체류하며 20명의 세월호 유족을 어렵게 심층 인터뷰했다. 또 세월호 참사 이후 처음으로 세월호 실종자 가족과 유족 152명을 대상으로 건강 및 생활실태를 조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세월호 가족들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2주간에 걸쳐 독자들에게 충실히 전달해 드릴 예정이다. 세월호 유족들이 아직까지 저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더 헤아리기 위해서다. [편집자 주] 

세월호 참사 1년, 유가족들도 침몰 중
▶ 핸드폰 번호 바꾸고 팽목항으로 이주 

세월호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팽목항의 조립식 주택 (사진=안산시청 제공)

세월호 유족 최태현 씨는 1년째 팽목항을 지키고 있다. 조카(단원고 故 최정수 군)의 시신은 인양됐지만 그는 여전히 그 곳에 있다. 아직도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세월호 인양이다. 그것이 죽은 조카에게 삼촌 역할을 다하는 길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모두 떠나는 상황이 됐을 때 이 팽목항만은 지켜야 겠다, 세월호 선체 때문에라도 지켜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고 이곳에 내려와서 뿌리를 박게 된 겁니다. 이 팽목이라는 곳은 생활자체가 계속 왕래가 있고 사람을 만나고 또 세월호를 이해하신 분들만 이곳을 찾아오시니까요. 또 안산이랑 어딜 가면 세월호 유가족이란 말을 안합니다. 그렇다보니까 저희가 친구들하고 연락을 끊은 지가 1년 됐어요. 저 같은 경우엔 핸드폰 번호까지 바꿨습니다. 교류는 다 끊어 졌죠." 

최 씨처럼 세월호 유족들의 상당수가 세월호 참사 이후 대인관계를 접은 것으로 나타났다. 

CBS와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가 공동으로 유족 1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월호 가족 생활실태 조사에서 대인관계를 안한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의 69.7%나 됐다. 

(이미지=CBS노컷뉴스 김성기 PD)

대인관계를 하지 않는 이유로(복수응답 296건) '공감되지 않는 위로의 말이 듣기 싫어서(잊으라는 말 등)' 29.7%, '마음 아픈데 괜찮은 척하기 힘들어서' 26.7%였다. 

뒤이어 '다른 사람들이 자녀 이야기를 할 때 힘들어서' 14.2%, '세상이 야속해서' 9.1%,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것 같아서' 8.1%, '모임의 분위기를 망칠 것 같아서' 7.8%, '다른 가족을 놔두고 외출하기 불안해서' 4.4% 순이었다. 

대인관계 기피증은 당연히 직장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참사 이후 직장 복귀 여부를 묻는 항목에서는 47.4%가 '복귀하지 않았다'고 답했고 17.8%는 '복귀했다가 다시 휴직 또는 사직했다'고 답했다. 

65.2%가 직장을 포기한 셈이다. 

안산에서 버스기사로 복귀했던 박종범 씨도 지난해 11월 결국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차창 밖으로 죽은 딸이 걸어가고 있던 것을 본 이후였다. 


"차를 몰고 학원가를 지나 가는데 우리 아이 분명히 우리 아이야 우리 아이가 서 있는 거에요. 밖에. 그래서 이상하다. 어 제가 왜 저기 있지? 그런데 내 차를 안 탔어. 같이 집에 가는 방향이 아니니까 안탔겠지요. 그런데 진짜 있었어요. 심지어는 '내려서 확인까지 해볼까?' 그 생각도 했었다니까요. 내가 잘못 봤겠지. 우리 아이가 있을 수가 없는 건데 어떻게 저기 있어 하고. 

낮에는 버스에 손님이 없습니다. 혼자. 그러면 이제 선글라스 쓸 수밖에 없는 게 눈물이 나요. 아이 생각나면. 그게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버리니까 승객들은 모르죠. 그래서 그렇게 가다보면 멍 때리는 거고. 딴 생각하게 되고 집중이 안돼요. 일이 안 돼. 그래서 그냥 회사에서 사표 내는 게 어떻겠냐 해서 사표 낸 겁니다." 

(이미지=CBS노컷뉴스 김성기 PD)

이번 실태조사에서 세월호 가족들이 직장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복수응답 211건)는 '일에 집중할 수가 없어서'(37.4%)로 나타났다. 

이어 '일할 목적이 사라져서' 16.6%, '직장 동료의 시선이 불편해서' 15.6%, '유가족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서' 11.8%, '회사와 직장동료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10%,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힘들어서' 7.6% 순이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직장 생활을 하지 않고서 이들은 어떻게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유족 박형민 씨는 돈 들어가는 식구가 줄어들었는데 무슨 돈이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요즘 근데 생활비는 옛날에는 200만원 돈 생활비 들어갔다면 그럼 요즘은 한 50만원 들어가나? 두 부부만 먹고 사는데 뭔 생활비가 들어가나요? 생활비 안 들어가서 좋데요. 돈 못 벌어도 어떻게든 유지는 되니까. 옛날에는 악착같이 벌어야했죠. 큰 애 등록금내야지 작은 애 분기마다 뭐 내야지 그 다음에 식대내야지 돈 계속 들어갑니다. 그 다음에 옷도 사 입혀야지. (지금은) 돈 안들어 가니까 좋데요. 그런데 우리 애는 보고 싶데 보고 싶다 미치겠습니다." 

회사를 관뒀지만 이들은 그나마 다른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진상규명활동 등 대외 활동이라도 하고 있다. 

문제는 모든 외부생활을 끊고 집에서 은둔중인 가족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 세월호 가족 생활실태 조사에 응답한 152명의 유족 가운데 다른 세월호 가족들이 걱정된다고 응답한 사람이 71.1%나 됐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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