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회장의 리튬 사랑은 아직도 진행중
권오준 회장은 정준양 회장 시절 포스코 사장을 지냈고, 고교·대학 동문으로 가까운 사이였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서 일정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맞아 전임자와 적극적인 거리두기에 나선 모양새다.
정희상 전문기자  |  minju518@sisain.co.kr  [394호] 승인 2015.04.06  08:58:51

포스코 정준양 전 회장이 전방위 검찰 수사의 표적으로 떠오르면서 권오준 현 회장의 속내도 편치만은 않다. 그는 정준양 회장 시절 포스코 기술총괄 사장을 지냈고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였다. 두 사람은 모두 서울사대부고와 서울대를 졸업했다. 2003년 정준양 전 회장이 포스코 EU사무소장을 마치고 한국으로 들어올 때 후임 EU사무소장을 맡았던 이가 권오준 현 회장이다. 

포스코 기술연구소장 출신으로 평생 기술 분야에 몸담아온 권오준 사장이 포스코 회장으로 선임된 배경에 ‘수첩 인사’가 작용했다는 뒷말도 무성했다. 대구대 교수인 권 회장의 부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서강대 후배이자 친박계 서상기 의원이 주도하는 포럼에도 참여했던 터라, 정권 차원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돈 것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한국광물자원공사</font></div>2012년 3월27일 해외 자원개발을 위해 볼리비아로 갔던 권오준 현 포스코 회장(앞 줄 맨 왼쪽). 뒷줄 오른쪽에 이상득 전 의원이 보인다.
2012년 3월27일 해외 자원개발을 위해 볼리비아로 갔던 권오준 현 포스코 회장(앞 줄 맨 왼쪽). 뒷줄 오른쪽에 이상득 전 의원이 보인다. ⓒ한국광물자원공사

2012년 3월27일 해외 자원개발을 위해 볼리비아로 갔던 권오준 현 포스코 회장(앞 줄 맨 왼쪽). 뒷줄 오른쪽에 이상득 전 의원이 보인다.

하지만 권오준 회장은 전임자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맞아 적극적인 거리두기에 나선 모양새다. 최근 그는 정 전 회장 체제의 ‘어두운 유산 털어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는 정 전 회장이 내건 ‘새로운 먹을거리 찾기’라는 경영 기치 대신 ‘재무적 성과 창출’을 내걸었다. ‘철강 본연의 경쟁력과 무관하다’는 이유로 포스코특수강, 포스코화인 같은 자회사들을 매각한 것도 그 일환이다. 방만한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대해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선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권오준 회장이 주도했던 ‘볼리비아 리튬 사업’ 

이처럼 차별화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권 회장이 가장 부담스러울 대목은 정 전 회장 체제에서 그가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특사 격으로 나섰던 점이다. 특히 국가적 망신으로 판명 난 볼리비아 리튬 개발사업 과정에 그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리튬 전도사’로 불리는 권 회장은 포스코가 추진한 해외 자원개발 사업 가운데 아르헨티나·칠레·볼리비아 등에 있는 리튬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가운데서도 볼리비아 리튬 개발권 확보에 가장 관심이 많았다. 그는 이상득 전 의원, 김신종 광물자원공사 사장 등과 함께 볼리비아를 여섯 차례나 드나들었다.

그 결과 2011년 8월 포스코는 볼리비아 리튬 광산 개발을 위해 볼리비아 국영기업 코미볼,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당시 계약 체결이 이뤄지자 이명박 정부는 ‘일본·프랑스 등 선진국을 제친 쾌거’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이토록 떠들썩하던 볼리비아 리튬 개발사업은 3년이 흐른 지금 한국은 물론 볼리비아 현지에서도 흔적을 찾기 힘들 정도다. 한국 쪽 컨소시엄을 주도한 포스코는 2013년 현지에 담당자를 내보냈다가 지난해 3월 철수시켰다. 사업 초반부터 이상득 전 의원과 함께 뛰었던 광물자원공사는 현지에 담당자를 파견한 적조차 없다. 볼리비아 정부는 한국과의 계약이 효력을 상실(2013년 7월5일)한 직후인 2013년 7월19일, 기다렸다는 듯이 중국 기업과 리튬 배터리 조립공장 건설을 위한 턴키 계약을 맺었다.

권오준 회장의 리튬 사랑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는 포스코 회장이 된 뒤 볼리비아의 실패를 뒤로한 채 아르헨티나로 눈을 돌려 지난해 12월 리튬 직접추출 기술개발 합작공장 건설을 성사시켰다. 권 회장은 리튬을 포스코의 미래 전략사업으로 지목하고 아르헨티나 프로젝트를 직접 챙겨 왔다고 한다. 권 회장은 최근 열린 기업 설명회에서 “리튬 개발 사업은 포스코의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커 나갈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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