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완종 ‘한 장 잘 받으셨냐’ 홍준표에 전화로 확인”
등록 :2015-04-17 01:25

리모델링하기 전의 국회 의원회관. 지난 2011년 홍준표 경남지사가 이 건물 7층에서 돈을 받았다는 윤아무개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증언이 나왔다. 한겨레 자료사진

성완종 리스트 파문 / 검증 홍준표 의혹
성 전 회장 측근들이 말하는 2011년 6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인사 8명 가운데 홍준표 경남지사는 ‘예외적’ 인물이다. 다른 7명이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반면, 홍 지사는 정권의 변방에 머물러왔다. 다만,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홍 지사의 측근을 통해 1억원을 건넸다는 2011년 여름은 홍 지사의 정치 역정에서 가장 의미있는 시기였던 것은 분명하다. 당내 계파도, 세력도 없었던 홍 지사가 대세론을 타고 2012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당 대표직을 거머쥐기 직전이었다. 국회의원 공천을 간절히 원했던 성 전 회장이 돈을 건넬 이유가 나름 ‘충분’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6일 오전 경남도청으로 출근하던 중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메모에 적힌 ‘홍준표 1억’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성완종 측근들 ‘통화내용’ 전해
홍준표, 공천권 가진 당대표 눈앞, 성, 공천 원해 돈 건넬 이유 충분
숨지기 전 ‘1억 전달’ 윤씨 만나 ‘돈 전달 상황 서로 확인’
윤 “홍지사 스스로 잘 알텐데” 홍 “무슨 억하심정인지…” 부인

성 전 회장은 숨지기 전인 지난 9일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2011년도 5~6월께 그 친구(홍준표 지사)한테 윤아무개(전 경남기업 부사장)씨를 통해 1억을 전달해줬다”고 밝혔다. 당시 홍 지사는 그해 7월로 예정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의 당대표 후보로 출마해 분주하게 움직였던 시기로, 공식 선거사무소 외에 여의도 비공식 선거사무실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었다. ‘전달자’로 지목된 윤 전 부사장은 2010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홍준표 캠프의 공보특보로 활동했고, 2011년 전당대회 때는 특별한 직책 없이 외곽에서 홍 지사를 돕고 있었다.

성 전 회장이 돈을 건넨 시기는 2011년 6월로, 성 전 회장과 홍 지사가 당시 서울 여의도 엠(M)호텔 커피숍의 별실에서 만나 자금지원 얘기를 나눴다고 성 전 회장의 측근들은 전하고 있다. <한겨레>와 여러 언론들의 취재로 밝혀진 측근들의 말을 종합하면, 성 전 회장은 다음날 경남기업 재무담당 임원인 한아무개 부사장에게 연락해 윤 전 부사장에게 자금을 전달하라고 지시했고, 성 전 회장의 연락을 받은 윤 전 부사장이 경남기업으로 찾아가 한 부사장에게서 1억원이 담긴 쇼핑백을 건네받았다. 윤 전 부사장은 곧바로 의원실 쪽에 연락해 면담 일정을 잡은 뒤, 이튿날 국회 의원회관 707호 홍준표 의원실을 찾아 쇼핑백을 전달했다고 한다. 성 전 회장은 이후 홍 지사에게 직접 전화해 “한 장 잘 받으셨냐”는 확인전화를 했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지난 4일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성 전 회장은 숨지기 이틀 전인 7일, 이아무개 부장과 박아무개 상무와 함께 암투병 중인 윤 전 부사장의 병실을 찾아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했던 상황을 서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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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지사에게 1억원이 전달된 사실은, 검찰이 한아무개 부사장을 상대로 2011~2012년 사이에 조성된 비자금 31억원의 행방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성 전 회장은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3일 검찰 조사에서 “윤 전 부사장의 생활비로 줬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수사가 자원외교 비리를 넘어 분식회계·횡령 등에 대해서까지 진행되는 것을 보고, 사실을 털어놓기로 결심한 뒤 윤 전 부사장의 병실을 찾아 사실관계를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홍 지사는 의혹이 불거진 뒤로 매일 아침 ‘출근길 인터뷰’에서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메모가 공개된 지난 10일 홍 지사는 “중진 정치인 이상 되면 그 사람에게 로비하기 위해서 직접 연결하거나 안 되면 주변 사람을 통해 연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가, 1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는 “내가 (돈을) 전달받은 사실 없다”며 ‘배달사고’ 가능성을 거론했다. 하지만 12일 윤 전 부사장이 “성완종 전 회장이 괜히 그런 얘기를 했겠느냐. 검찰이 조사하면 제대로 밝힐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자, 홍 지사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부사장은) 저한테는 참 고마운 사람”이라고 말해 ‘달래기’에 나선 것이라는 풀이가 나오기도 했다. 홍 지사는 16일 출근길에서 “메모에 있는 사람이 모두 부탁을 거절한 사람이고, 소위 청탁을 안 들어준 사람이 메모에 다 올랐다. 무슨 억하심정으로 (내 이름이 담긴) 메모를 남기고 돌아가셨는지 거기에 대해 알 길이 없다”고 해명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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