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과 하나돼 노는 아이들, 이젠 못 볼 수도 있습니다
[주장] 영주댐 담수는 안 돼...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자
15.06.13 15:25 l 최종 업데이트 15.06.13 17:55 l 정수근(grreview30)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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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성천과 아이들이 하나되어 흘러간다 ⓒ 정수근

아이들이 안전하게 이쪽 저쪽을 마음대로 건너다닐 수 있는 강, 상류에서 하류까지 걸어서 완주할 수 있는 강,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 야생동물의 흔적을 도처에 발견할 수 있는 강, 물새들이 안전하게 알을 낳고 부화할 수 있는 강, 재첩과 다슬기와 조개가 살아있어 발밑을 조심하고 걷게 되는 강,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존해야 할 강. 모래강 내성천을 설명하는 말들입니다. 

사실 강은 무서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강은 물이 깊은 소와 얕은 여울을 반복하며 흘러가기 마련이라, 쉽게 건널 수 없습니다. 더구나 4대강사업 후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은 모두 수심이 6미터 이상 깊어지면서 두 발로는 건널 수 없는 강이 되어버렸습니다. 4대강은 이제 사람이건 동물이건 들어가면 죽는 위험한 강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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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이 아니라 호수가 돼버린 낙동강. 상주보로 인해서 강의 수심이 최소 6미터 깊은 곳은 10미터가 넘는다. 배가 아니면 아무도 건널 수 없는 강이 돼버렸다. ⓒ 정수근

4대강은 이제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사람에게나 야생동물에게나 말입니다. 강의 이쪽과 저쪽이 완전히 단절되어버렸지요. 4대강사업 전에는 마음대로 건너다니던 물길이 이제는 절대로 건널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에 대해 계명대 생물학과 김종원 교수는 "4대강은 생태계를 완전히 단절시켜 놓았다, 그만큼 야생동물들의 행동반경도 절반으로 줄어들어 버렸다"면서 "그런 만큼 로드킬도 더 많이 늘어나 야생동물의 희생도 점점 늘고 있다"라고 탄식합니다. 

그러나 그런 4대강과 달리 내성천은 꼬마아이들도 안전하게 걸어다닐 수 있는 유일한 강입니다. 왜 그렇냐고요? 100% 모래강이기 때문입니다. 모래가 흐르는 강 내성천은 전체가 모래밭으로 그 위를 낮는 물길이 유유히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아이들이 걸어도 전혀 위험하지 않지요.

물고기마냥 헤엄치고, 고라니마냥 달리는 아이들

지난 5월 말 대구의 모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과 내성천 물길걷기 기행을 다녀왔습니다. 대구의 낙동강만 보아왔던 아이들은 강이란 다 낙동강처럼 크고 깊은, 바라만 보는 강으로 알았는지 내성천이란 강을 보고 너무 신기했습니다. 특히 강에 들어가서 걸어볼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신나했지요. 아이들은 내성천에서 마치 물고기 마냥 헤엄쳤고, 고라니마냥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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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물고기마냥 헤엄치고, 고라니마냥 달렸습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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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바닥에 숨어 있는 재첩과 다슬기도 잡고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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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과 하나 되어 놀고 있는 아이들 ⓒ 정수근

재첩과 조개를 잡고, 야생동물의 발자국을 신기해하면서 내성천과 함께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삼삼오오 모여 물놀이도 하고, 모래성도 쌓고, 물고기도 잡으면서 모래강과 하나가 되었지요. 내성천에선 별다른 교육이 필요없습니다. 아이들은 본성 그대로 움직이면서 강과 일체가 되어보는 것, 그것이 강체험 교육의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천연기념물 원앙이 찾아오고,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가 출몰하고, 천연기념물 수달이 뛰어다니는 강 또한 내성천입니다. 그 내성천 모래밭에서 수달과 고라니, 물새들의 발자국은 흔하게 만나는 야생동물들의 흔적입니다. 내성천은 야생동물의 지상낙원이라 할 수 있지요. 멸종위기종 야생동물들이 내성천에 많이 보이는 까닭이지요. 

내성천 모래밭에서 흰목물떼새와 그 알들을 만났습니다. 모래톱 중에서 자갈밭의 작은 바윗돌을 모아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 흰목물떼새의 알은 유심히 찾지 않으면 잘 볼 수 없습니다. 알 자체가 바윗돌과 거의 구분이 되지 않기 때문에 녀석들의 알을 찾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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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목물떼새 알. 모래톱 자갈밭에 세 개의 알을 낳아뒀다. 자갈과 구별이 잘 안돼 찾기가 어렵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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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종위기 2급종 흰목물떼새. 알 주변을 경계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 정수근

흰목물떼새 알과의 조우

자갈밭에서 녀석들의 알을 만나 알을 바라보고 있으면 '신의 숨결'을 느끼기도 합니다. 녀석들은 어떻게 이런 색의 알을 낳을 수 있을까? 천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보호색을 띠는 것이겠지만 어떻게 그렇게 진화를 할 수 있는지요? 신의 작품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처럼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고, 물새들이 안전하게 알을 낳아 기를 수 있는 모래강 내성천. 우리 하천의 원형을 아직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유일한 강 내성천은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원형을 그대로 보존해야 할 마지막 남은 우리 강입니다. 

그런 내성천이 지금 마지막 4대강공사인 영주댐 공사로 인해 그 원형을 하루하루 잃어가고 있습니다. 모래는 사라지고, 모래밭은 급격히 풀밭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리 되면 모래밭에 알을 낳아야 하는 물새들은 알을 낳지 못할 것이고, 그들은 더 이상 내성천을 찾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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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시간 동안 흰수마자는 한 마리도 만나지 못하고, 모래무지 2마리와 다슬기, 게아재비, 물방게 등만 채집할 수 있었다. 사지은 모래무지의 모습. 흰수마자와 비슷하게 생겨 혼동하기도 한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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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성천의 저서생물인 다슬기와 게아재비 ⓒ 정수근

우리나라 고유종 물고기인 흰수마자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실제로 작년과 올해가 다릅니다. 작년엔 세 시간 동안 9마리나 채집했지만, 올해는 같은 장소에서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강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영주댐 공사 때문에 말이지요. 

영주댐은 4대강사업 후 낙동강의 수질이 악화될 경우를 대비해서 낙동강으로 강물을 흘려보낼 목적으로 만들고 있는 댐입니다. 4대강사업이 아니라면 만들 이유가 없는 댐이란 것이지요. 그런데 지금 4대강사업은 '총체적 부실사업'(감사원)과 "생태적으로 하지 말아야 할 사업"(총리실 산하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이란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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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공이 눈앞에 다가온 영주댐. 그러나 영주댐 담수만큼은 안된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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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주댐과 그 주변 공사로 모래강 내성천이 이렇게 바뀌고 있다. ⓒ 정수근

영주댐 대신에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4대강사업은 실패한 사업이란 말이고, 따라서 언제가는 4대강을 재자연화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되면 영주댐은 필요없는 댐이 됩니다. 낙동강이 원래대로 흐르는 강이 되어 예전처럼 스스로 자정작용을 해나갈 수 있다면 영주댐은 전혀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지요. 

아마도 그날은 의외로 빨리 다가올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4대강사업 이후 낙동강은 매년 해를 더할수록 썩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마다 조류가 대량증식하며 녹조라떼라는 말이 되풀이되고, 큰빗이끼벌레란 낯선 생물체도 창궐하고 물고기가 떼죽음하는 등 낙동강 생태계는 괴멸 직전의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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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마음놓고 놀 수 있는 강 내성천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영원히 지켜져야 한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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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주댐 대신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 정수근

그렇습니다. 4대강사업은 대국민사기극입니다. 애초에 목적으로 했던 그 모든 것이 거짓으로 판명이 났습니다. 이제 4대강사업에 대한 심판과 재자연화 과정만 남았을 뿐입니다. 4대강 재자연화가 이루어지면 영주댐 또한 재자연화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입니다. 지금 영주댐이 거의 완공돼 담수를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절대로 그대로 담수를 해서는 안 됩니다. 4대강사업에 대한 정확한 평가만 내려지면 곧 허물어야 할 댐이 바로 영주댐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영주댐의 담수 대신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라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 편집ㅣ장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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