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gjdream.com/v2/column/view.html?news_type=502&uid=467250

[딱꼬집기]흐르지 않는 영산강의 비극
최지현  2015-08-17 06:00:00


‘100%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 사용’ 수자원공사가 만든 영산강 승촌보공원 물놀이장 간판에 적혀있는 문구이다. 바로 강 옆인데도 강물이 아니라 비싼 수돗물로 물놀이장을? 아무튼 혹여 영산강 물을 이용한다고 오해할까봐서 인지, 눈에 띄는 곳에 수돗물이라고 써 놓았다. 영산강물은 깨끗하지도 안전하지도 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수자원공사가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4대강사업 당시 보가 있는 구간은 수자원공사가 사업을 시행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시행된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 목적중 하나는 ‘국민 여가문화 수준 및 삶의 질 향상(친수환경 조성)’ 이었다. 이를 위한 수질 목표치로는 ‘수영 가능한 좋은 물’로 설정했다. 즉 4대강사업으로 수영이 가능할 정도로 수질을 개선,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강에서 강물이 아닌 수돗물로 물놀이를 하고 있다. 더욱이 이 수돗물은 섬진강 수계의 물이다. 영산강에서 섬진강 물로 물놀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4년째 반복되고 있는 영산강 녹조

지난 7월부터 한눈에 보아도 심각할 정도로 영산강에 녹조가 번성하고 있다. 온통 진한 녹색물이 영산강을 가득 메웠다. 나주 영산포와 구진포 사이가 먼저 심각했는데, 배가 지나며 가르는 물살이 질퍽하고 걸쭉한 녹조물이었다. 이런 상태로 여러날이 지나면서 급기야 녹조가 썩기 시작해 악취까지 심각했다. 영산포와 구진포는 죽산보의 영향을 받는 곳이다. 죽산보 구간의 녹조가 먼저 심해지더니, 이후에는 위쪽 승촌보와 죽산보 하류까지 녹조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비가 오면 일시적으로 녹조가 해소되지만 햇빛과 따뜻한 기온이 유지되면 녹조는 금세 번성한다. 이런 현상이 2012년부터 4년 째 반복되고 있다. 4대강사업으로 영산강에 승촌보와 죽산보가 들어선 이후다. 

하구둑을 비롯하여 물의 흐름을 막고 있는 댐으로 영산강은 강이 아니라, 거대 호수가 된 셈이다. 강물이 흐르지 않으니 녹조가 쉽게 번성할 수 있는 것이다. 영산강 본류만이 아니라 영산강과 만나는 지천까지도 녹조가 심각하다. 보가 들어선 이후 본류 수위가 높아져서, 지천의 유속까지 느려져서 생기는 현상이다. 본류의 변화가 지천에 까지 미치고 있는 것이다. 수생태계에서는 조류는 꼭 필요한 생물이다. 그러나 일정농도 이상으로 번성했을때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녹조번성은 유속 외에 조류의 먹이가 되는 유기영양염류·빛·수온의 조건이 있어야 되는 것이데, 이는 어느 하천에서나 조성될 수 있는 것들이다. 결국 유속이 어떤가에 따라서 녹조의 관건이 된다. 녹조는 시각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특정 남조류는 독성물질을 유발하고, 햇빛과 산소 공급을 차단하여 물속 생태계에 해를 끼친다. 식수는 말할 것도 없고 농업용수로도 부적합 할 수 있다. 녹조 독성이 농작물에도 잔존하더라는 연구결과를 보더라도 농업용수라해서 안심할 수 없는 문제이다. 

고인물은 수질이 좋아진다?

‘아닙니다. 고인물이 반드시 썩는 것은 아닙니다. 수질에 영향을 주는 것은 수온인데요. 준설하고 보를 만들면 수심이 깊어지기 때문에 수온이 낮아지는 효과가 생깁니다. 주변 환경시설을 보강하면 결국 수질은 좋아지고 좋은 물을 많이 확보하는 효과를 얻습니다.’ 정부를 대변한 전문가의 발언이다. 정부를 상대로 4대강사업 무효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이 ‘고인물은 썩습니다. 4대강사업이 정부안대로 추진된다면, 영산강은 더 나빠집니다’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재판 심리과정에서 수질이 개선된다는 정부측 논리를 전문가의 입을 통해 들은 말이다. 수심이 깊어지면 수온이 낮아져서 수질은 좋아진다는 논리. 즉 유속은 문제가 안 되고 수심의 정도가 녹조와 같은 수질의 영향을 준다는 논리이다. 

광주하수종말처리장에 약 1000억 원 가까이 사업비가 투입된 총인처리시설이 만들어졌다. 정수처리된 하수가 영산강으로 유입되는데, 총인시설 설치 이후 영산강 총인 농도는 낮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조 현상이 심각하다. 아무리 환경시설을 보강한다 하더라도, 비점오염원 부하가 높은 영산강에서의 보(댐)는 수질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물놀이는 커녕 보에 가두어진 물을 쓸 용처도 없는 상황. 시각적으로도 충격을 주는 녹조문제만 부각되고 있지만, 큰빗이끼벌레 창궐, 하천에서의 유수성 생물종의 감소 등은 하천생태계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4대강사업의 결과인데, 이에 대한 어느 누구 하나 책임을 지거나, 후속 조치가 이루어지 못하고 있다. 지방정부 역시 관심 밖이다.

현재, 흐르지 않는 영산강의 비극이다. 

최지현<광주환경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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